업계 전문가들 "FDA 사전미팅 허가=제네릭 승인이라 볼 수 없어" "15조원 공급, 바인딩 계약이라 보기 어려워" "대만 개발사가 특허권 보유하는 것은 있을 수 있어"
올초부터 주가가 폭등하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삼천당제약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경구용 당뇨약, 경구용 비만약 개발 기대감과 조 단위 계약 소식에 주가가 치솟았지만 대주주의 블록딜 매각 추진과 계약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주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했습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간담회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흘러내렸던 건 제기된 의혹들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전인석 대표이사의 기자간담회 발언과 공개자료를 중심으로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을 살펴봅니다. 바이오 분야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이번 사건을 잘 이해하고 있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 바이오 전문 연구원, 애널리스트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 논란의 실체를 분석해 봅니다.
■ 천당과 지옥 오가는 삼천당... 무슨 일 있었나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 /사진=나은수 기자
이 회사는 경구용당뇨약(인슐린)과 경구용비만약(세마글루타이드)을 개발 중입니다. 경구용은 먹는 약을 의미합니다. 단백질로 구성된 인슐린과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에 들어가면 입자 구조가 파괴돼 약효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동안 피하주사제를 통해 해당 약물을 직접 투여해왔습니다.
삼천당제약은 단백질을 파괴하지 않는 기술, 이른바 'S-Pass'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약만 먹고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회사 측이 유럽 제약사와 5조3000억원, 미국 제약사와 10년간 15조원 어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올해 초 20만원 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지난 3월 120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코스닥 시총 1위에 등극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상승세가 오래가진 못합니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의 2500억원어치 주식 매각 계획이 알려지자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매각"이라는 게 전 대표의 입장이지만 주가가 빠르게 오른 틈을 타 매각하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였죠. 여기에 계약 부풀리기 등 잠복해 있던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주가는 반토막 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난 1년여 간 삼천당제약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 캡처
삼천당제약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며 긴급 진화에 나섭니다. 전 대표는 "사업성이 증명될 때까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며 블록딜 계획을 철회하고요. 그간 언론에서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자료를 제시하며 적극 해명도 했습니다.
하지만 간담회는 의혹을 더 키우기만 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전 대표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현장에선 "간담회가 오히려 역효과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① FDA 미팅 승인=제네릭 승인?
지금부터는 전 대표의 이날 발언 내용 중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 문제였습니다. 전 대표는 이날 "삼천당제약의 경구용비만약이 FDA로부터 '제네릭'으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말합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을 기반으로 만든 일종의 복제약입니다. 기존 약과 동일한 성분, 함량, 제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추가 임상을 거치지 않고 생물학적 동등성만 검증받으면 됩니다. 이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전 대표가 제네릭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면서 전 대표는 각종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쟁점은 과연 이 공개 자료가 'FDA으로부터 제네릭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날 전 대표가 제시한 자료는 '삼천당제약이 제네릭 신청(ANDA)에 대한 미팅을 FDA측에 제안했고 FDA가 이를 승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대표는 이 사전 승인 자체가 제네릭 승인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애초에 제네릭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FDA가 미팅 자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자들이 "미팅 요청 및 승인 메일이 있으면 제네릭으로 인정된 것인가"라고 재차 질문을 던지며 간담회는 공회전을 거듭했습니다.
이슈체크팀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FDA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 오랫동안 접촉하고 있는 제약사 신약 전문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아울러 업계를 잘 아는 약학 교수 및 애널리스트 등 복수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해봤습니다. 이들은 모두 "FDA의 사전미팅 승인을 두고 제네릭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FDA는 제네릭 개발을 위한 제품별 가이드라인을 정기적으로 발간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관련 주요 내용들이 기재돼있지만 제약사들의 제네릭 케이스가 워낙 다양해 모든 내용이 담겨 있진 않습니다.
한 제약사 임원은 "제네릭 건이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양하기 때문에 FDA 가이드라인에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는 기준들이 있다"며 "이 때문에 FDA에 미팅을 신청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 대표가 말하는 사전미팅이 이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구원 역시 "앞으로 시험을 어떻게 할지 일종의 계획서를 제출한 뒤 이를 승인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하다"며 "현재 삼천당제약이 이런 단계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단지 서미션(제출)했다고 해서 승인이 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FDA가 제네릭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사전 미팅에 응하지 않는다'는 전 대표의 주장은 일부 맞습니다. 제네릭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 사전미팅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해 '사전미팅을 사실상 제네릭 승인'처럼 생각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한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는 "전 대표의 발언은 회사에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기로 했으니 합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사전미팅을 해도 제네릭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네릭이 신약 개발 대비 승인 절차가 단순하다고 해서 난이도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FDA의 제네릭 가이드라인은 '옵션1'과 '옵션2'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절차가 더 까다로운 옵션1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 제약업 임원은 "일반적으로 SNAC(먹는 위고비 세마글루타이드의 핵심 기술, 알약을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특수 흡수 촉진제) 제형을 이용해 경구용 약을 만드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경구용은 옵션2 트랙으로 진행된다"며 "삼천당제약은 SNAC이 아닌 자신들이 내세우고 있는 기술 S-Pass로 제네릭을 만드는 것이어서 옵션 1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옵션1은 추가임상을 거쳐야 해서 절차가 까다롭고 시험 과정에서 제네릭으로 인정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이 임원은 "옵션1은 2에 비해 절차가 더 까다롭고 비용도 더 많이 들어 헤쳐나가야 할 게 많을 것"이라며 "지금 사전 미팅 단계라면 3년 정도 걸릴 수도 있고 S-PASS와 SNAC이 다르다는 것을 근거로 FDA가 제네릭으로 인정을 안 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②"구속력 있는 15조원 계약"? 무슨 의미?
삼천당제약은 지난 3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미국의 한 파트너사와 현재 개발중인 약품 15조원 어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이는 주가급등을 더욱 더 부채질 했죠.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실제 계약서에 10년간 15조원 규모의 구속력 있는 매출 전망이 명시돼있다"고 말합니다. 15조원은 파트너사가 제시해 계약서에 명시한 문구라는 겁니다. 하지만 공급관련 공시에 나타난 금액은 마일스톤(개발과정에서 단계별 성공시 지급하는 금액) 1억 달러(한화 약 1500억원)에 불과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전 대표가 설명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삼천당제약은 '기술수출회사'가 아닌 '제품공급회사'"라는 겁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처럼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아웃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거죠.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개발 마일스톤이 적다는 지적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수출회사는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1상, 2상, 3상 등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상대방으로부터 마일스톤(디벨럽먼트 마일스톤)을 지급받습니다. 허가 및 상업화에 성공한 뒤 판매에 들어가면 일정한 목표판매량을 달성할 때 마일스톤(세일즈마일스톤)을 받으며 아울러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를 이후 계속해 지급받게 됩니다.
삼천당제약은 기술수출 목적의 회사가 아니라 제품공급 회사이므로 파트너사로부터 받기로 한 개발마일스톤은 적지만 판매개시 이후 이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입니다. 공시된 '마일스톤 1500억원'은 이번 계약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판매수익을 미국 파트너와 9(삼천당제약) 대 1로 분배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지적이 있습니다.
첫째, 마일스톤의 비중이 적은 건 회사의 기술 가치가 낮다는 반증이라는 겁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마일스톤 규모가 크지 않는 건 완전 신약이 아닌 제네릭으로 개발한다고 했기 때문에 기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 받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15조원 계약에 '바인딩'이 있다고 하지만 무슨 의미 있는 '바인딩'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번 계약에 관심을 보였던 여러 제약사 중 10년간 15조원을 판매할 수 있다는 곳을 선정했다"는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 삼천당제약이 말하는 15조원은 이 파트너사가 제시한 수치에 근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대표는 이 계약조건상 삼천당제약 측이 우위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파트너사와의 계약은 '제품 독점 공급 및 판매'를 골자로 판매 목표 매출의 50%에 미달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바인딩' 조항을 포함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목표미달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삼천당제약이 '갑'의 위치에 있다는 식입니다.
통상 구속력 있는 계약이면 파트너사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최소물량이 계약에 들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자동차용 2차전지 배터리 제조사들은 자동차 업체와 대량공급계약을 할 때 업황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부담하도록 하는 강제 조항을 명기합니다. 최소물량에 미달하면 상당한 손실보상금을 배터리제조사에 물어줘야 합니다.
이에 반해 삼천당제약의 계약은 이 같은 구속력 있는 조항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제약사 측이 부담해야 하는 최소매입 기준이나 목표판매 미달시 물어야 하는 금전 페널티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목표치의 50% 미만 판매가 지속되면 삼천당제약측이 계약해지할 수 있다는 정도 입니다.
바이오분야 한 연구원은 "서로간 배상 의무 조항이 없으면 바인딩 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계약이 해지되면 일방적으로 삼천당제약한테 좋지 않은 것인데 왜 이것을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15조원이 굉장히 낙관적인 수치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는 "2~3년 전 국내 회사들이 경구용 비만약, 당뇨약 시장 진출을 위해 연구하고 관련 시장을 조사한 적이 있다"며 "수요를 고려했을 때 10년에 15조를 판다는 건 매우 낙관적인 수치"라고 말했습니다.
③ 특허권이 대만기업에게 있다? "위탁개발의 경우 있을 수 있는 사례"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대만 서밋바이오테크와의 계약서. /사진=삼천당제약 제공
기자간담회 이후에는 특허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삼천당제약이 핵심 기술로 내세운 S-Pass 특허권이 대만 기업 서밋바이오테크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입니다.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외국계 기업이 삼천당제약의 특허권을 보유한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삼천당제약 측은 즉각 "모든 연구, 개발 비용을 지급한 포괄적 연구 용역 계약에 근거해 소유권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고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특허 출원인으로 서밋바이오테크가 기재된 것은 단순한 행정적 절차라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도 개발사(서밋바이오테크)가 특허권을 출원하고 소유하는 것이 이례적인 건 아니라고 봅니다. 회사가 일종의 외주 형태로 연구개발을 위임하는 경우에 볼 수 있는 일반적 사례라는 겁니다. 특허권을 회사와 개발사가 공동 소유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바이오 개발분야에 종사하는 임원은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비용은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연구는 개발사가 하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발사들이 특허권 보유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허권은 개발사가 가져도 전용실시권(특허, 발명 등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은 회사에게 귀속되게끔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