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포기한 돈이 아파트 한 채 값… 청라 시대 밀알 되려는 추신수, 곳곳에서 드러나는 진심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을 끝으로 영광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한국 야구의 전설 추신수(44)는 구단의 프런트 제안을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구단주 특별보좌역이라는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보직을 신설하는 동시에, 육성총괄의 중책도 맡았다.
당초 최소 1년은 쉬면서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미국에서 야구 공부도 할 생각이었다. 메이저리그 구장 투어 계획까지 다 짜놓은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20년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관중석에서 야구를 편히 보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미국과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구단에 이식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제안을 그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4년 동안 정들었던 후배들도 눈에 밟혔다. 여기에 한국에서 뛰며 느낀 점도 적지 않았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하나하나씩 바꿔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1년간 구단주 특별보좌역 보직의 틀을 만든 추 육성총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육성총괄 자리에 조금 더 전념해보고자 한다”고 의욕을 다졌다. 어깨가 아팠을 때 2군에 내려가 강화 시설 및 육성 프로그램을 접한 추 육성총괄은 당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팀의 젖줄과도 같은 퓨처스팀 및 육성에 대한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았고, 장비 또한 마이너리그와 비교해도 부실했기 때문이다.
올해를 앞두고는 이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육성에 어울리는 열정이 있는 코치들을 영입하기 위해 수소문을 했고, 여기에 트레이닝 및 전력분석 파트의 인원 및 장비도 대폭 확충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다만 프런트를 경험해보니 구단 예산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많이 느낀 터였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연봉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돈을 퓨처스팀에 쓰기로 했다.

추 육성총괄도 구단 내에서 직함을 달고 있는 만큼 그에 준하는 연봉이 책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억대다. 하지만 보직을 시작할 때부터 연봉은 받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신 자신의 연봉을 퓨처스팀을 위한 장비 구매로 돌려달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 눈여겨봤던 장비 중 도입이 시급한 것들이 있는데 사실상 사비를 써 해결한 셈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도 자신의 연봉을 모두 퓨처스팀 장비 구입에 썼다. 2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선수단 치료·회복 및 육성 환경 개선에 돈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추 육성총괄은 현역 마지막 시즌에도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최저연봉만 받았다. 샐러리캡을 비워 다른 선수들에게 더 써달라고 했었다. 어쩌면 최근 3년은 사실상 무보수로 SSG를 위해 뛰고 있는 셈이다. 돈에 욕심을 내 다 받았다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값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돈보다는 팀의 성장과 발전을 우선으로 뒀다.
메이저리그에서의 화려한 경력 이면에 잦은 부상으로 고생을 했던 추 육성총괄은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치료 장비에 관심이 많았다. 이에 1군에 집중형(포커스) 충격파 치료기를 들여왔다. 해당 장비는 표적 부위에 보다 깊고 정밀한 에너지 전달이 가능해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장비다. 하지만 자체 가격만 약 1억 원에 이르는 초고가라 구매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추 육성총괄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회복 효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라고 생각해 도입을 결정했다.

퓨처스팀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추 육성총괄의 연봉으로 장비가 도입되고 있었고, 올해도 냉압치료기, 휴대용 전기치료기 등이 ‘추신수’의 이름으로 들어왔다. 휴대용 전기치료기는 수량을 다수 확보해 여러 선수들이 동시에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고, 냉압치료기 또한 재활군과 육성군도 함께 활용하며 회복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강화SSG퓨처스필드의 내야 그라운드 배수 환경 개선에도 신경을 썼다. 퓨처스필드 내야는 마사토 중심이라 비가 오면 그날은 물론 다음 날에도 경기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한 경기라도 더 뛰어야 할 선수들에게는 큰 손해였다. 이에 내야 흙을 인필드믹스와 컨디셔너로 교체하면서 우천 후에도 그라운드 사용 가능일을 늘렸다. 선수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SSG 구단은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 추 육성총괄이 자신의 연봉을 무보수로 전환하고 그 비용을 선수들의 치료기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면서 “또한 구단의 투자 의지가 결합되며 지난 2년 동안 육성 환경 전반에 걸친 개선을 이어왔다. 치료 장비 확충과 환경 개선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이는 곧 선수단 뎁스 확대와 건강한 경쟁, 그리고 새로운 선수 발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개선 중이다. SSG는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을 급하게 쓰지 않기로 했다. 몸부터 완벽하게 만들고 경기에 내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추 육성총괄과 퓨처스팀의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이다. 실제 신인들은 퓨처스리그 출전보다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에 비중을 둔 일정을 소화 중이다. 물론 기술 훈련도 병행하고 간혹 연습경기도 뛰지만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최우선과제다. 올 시즌 중반까지 이 작업을 계속한 뒤, 그 다음 선수들의 목표 달성치를 파악하고 다음 스텝을 밟을 예정이다.
실험하고 싶은 신인들을 쓰지 못하니 사실 1·2군에서는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미 이숭용 1군 감독과도 다 합의를 마쳤다. 이 감독은 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나는 그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도 만약 프런트였다면 그렇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래야 그 친구들을 오래 쓸 수 있다”고 단언하면서 “감독 입장에서는 솔직히 내 목이 달려 있으니 필요하니까 자꾸 쓰게 되는데 나는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OK를 했다. 몸부터 만들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올라오면 실패하는 확률이 조금 줄어들고 선수들이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바람직하다”고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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