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만 잘하면 된다고?” 전자담배 연기가 당신의 삶을 망치는 이유

장자원 2026. 4. 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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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속 에어로졸이 몸에 더 깊이 침투…몇 달 넘게 실내에서 안 빠져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은 몸 안에 더 깊이 침투하기 때문에, 결코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가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전자담배는 상대적으로 몸에 덜 해롭다는 인식 덕분에 꾸준히 사용량이 늘었다.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궐련형 담배(연초) 흡연율은 2019년 대비 약 12% 감소한 반면, 전자담배 사용률은 약 82% 증가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의 변민광 교수는 전자담배 노출이 인체 여러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전세계 140여 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대와 UC 샌디에이고 의대 연구팀이 함께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연구한 20여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실제 의료계에서 확인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했다.

전자담배 기기로 가열된 액상은 '에어로졸'의 형태로 공기에 퍼진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이 섞인 것인데, 언뜻 봐서는 수증기와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전자담배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은 미세먼지보다 작은 나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을 떠다니다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에어로졸은 입자가 작아 폐포와 혈관에 더욱 깊게 침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연초에 비해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깊게 침투하는 만큼 단순히 폐 건강뿐만 아니라 뇌, 심혈관, 대사체계 전반에 스며 들어 산화 스트레스나 염증, 독성을 유발한다.

실제 연구팀의 이번 집계에서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최대 1.4배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는 여성은 중성지방 수치가 비흡연자의 4배 가까이 높아졌으며, 니코틴과 나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며 동맥경화와 고혈압·동맥 경직을 유발하기도 했다.

또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뇌 손상이 더욱 심각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에어로졸이 뇌의 포도당 이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에어로졸이 뇌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직접적인 염증을 유발해 전자담배 사용자의 인지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전자담배가 가장 위험한 부분은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는 연초에 비해 연기가 독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고, 냄새도 약해 자동차 안이나 집 등 실내에서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연구팀은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벽지나 가구에 달라붙으면서 생기는 3차 흡연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직접 담배를 피우는 1차 흡연(직접 흡연)이나 타인의 담배 연기를 마시는 2차 흡연(간접 흡연)과 다르게 3차 흡연은 영유아나 반려동물 등에게 직접적인 독성 노출을 일으킬 수 있다. 환기를 시켜도 수개월 넘게 실내에 남아있는 에어로졸의 특성상 이같은 위험은 장기적으로 누적된다.

변민광 교수는 "전자담배는 폐 건강을 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여러 장기에 독성을 유발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결론"이라며 "달콤한 향기에 가려진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일반 대중은 물론 정책 입안자, 의료 전문가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연간 약리학 및 독성학 리뷰(Annual Review of Pharmacology and Toxic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장자원 기자 (j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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