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탈 플렉센 대신 긴급 1군 수혈, 김원형 감독 “잘 던지면 선발 고민” 벤자민 합류 전 ‘마지막 쇼케이스’, 5선발 탈락 아픔 씻고 ‘선발 본능’ 깨울까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프로야구에서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가장 냉혹한 진리다. 2026시즌 초반, 1선발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두산 베어스. 그 불행의 틈바구니에서 이영하라는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영하의 올 봄은 잔인했다. 선발 전향을 목표로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난조는 결국 그를 이천 베어스파크로 돌려보냈다.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투수가 다시 1군 선발 마운드에 서기까지는 통상 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구의 신’은 예상보다 빨리 그에게 공을 건넸다.
산 이영하가 14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 김원형 감독의 무언의 압박: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라”
김원형 감독은 이영하에게 특정 투구수를 정해주지 않았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전폭적인 신뢰임과 동시에,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제다. “잘 던지면 고민해 보겠다”는 감독의 메시지는 새 외국인 투수 벤자민의 합류 이후에도 이영하를 선발진에 잔류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당근’이기도 하다.
◇ ‘벤자민’이라는 타이머, 이영하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다
두산은 이미 검증된 카드인 벤자민을 영입하며 플렉센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벤자민이 실전에 투입되는 순간, 이영하의 ‘대체 신분’은 끝난다. 즉, 이영하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두 번의 등판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는 단순한 ‘이닝 이터’를 넘어, 승리를 계산할 수 있는 투수임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
이영하는 이제 스물아홉, 투수로서 정점에 서야 할 나이다. 오는 9일 잠실 마운드는 그가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귀환할 수 있는 마지막 정거장이다. 두산 팬들은 그가 ‘임시방편’이 아닌 로테이션의 ‘당당한 주인’으로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다. white2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