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막고 관광 몰리고...콘텐츠 흥행 뒤 '공공재 갈등'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4. 9. 09:36

넷플릭스 드라마 촬영이 부산의 대표 벚꽃 명소를 멈춰 세웠다. 동시에 일본 가마쿠라에서는 드라마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이 주택가로 몰려들며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단순한 민폐 논란을 넘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드러낸다. 콘텐츠가 더 이상 화면 안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공간을 점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개금문화벚꽃길에서는 지난 1~2일 넷플릭스 시리즈 '뷰티 인 더 비스트'(가제) 촬영이 진행되며 일부 구간의 보행이 통제됐다. 문제는 도로 점용은 지자체가 행정 허가를 내리는 사항이 아니라서 협조 수준에서 통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벚꽃이 만개해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였지만, 입구에 설치된 촬영 안내 현수막 이외 사전 공지나 구체적인 통제 종료 안내가 없어 시민 불편이 발생했다. 공공 보행로가 사실상 촬영을 위해 임시 폐쇄된 셈이다. SNS에서는 "드라마가 무슨 권리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길을 통제하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사례는 콘텐츠 제작이 공공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현행 제도상 드라마 촬영은 도로 점용 허가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관할 기관의 협조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통제가 가능하다. 덕분에 제작사는 효율적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부담하게 된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 이면에서 보이지 않던 비용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일본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일본 가마쿠라 일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공개 이후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일부 촬영지가 일반 주택가였던 탓에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급격히 커졌다.
가마쿠라는 이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성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한 철길 건널목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지만, 관광객이 도로를 점거하거나 쓰레기·소음 문제를 일으키며 '관광 공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 드라마 촬영지까지 더해지며 문제는 더욱 복합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다만 콘텐츠 촬영과 공개가 항상 갈등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촬영지로 활용된 지역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도 적지 않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였던 강릉 주문진 방사제는 관광객이 급증하며 공식 관광 코스로 개발됐고, 영화 '해리포터' 흥행 이후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은 전 세계 팬들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처럼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는 방문객 증가로 이어지며 숙박·음식·교통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소비를 유발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이익이 지역 전반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 수요는 특정 상권에 집중되는 반면, 혼잡과 소음, 사생활 침해 등 생활 불편은 인근 주민이 직접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편익과 비용이 서로 다른 주체에게 나뉘어 귀속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앞선 부산과 일본의 사례는 시차만 있을 뿐 동일한 문제를 공유한다. 촬영 단계에서는 제작을 위해 공간이 직접 통제되고,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에는 관광 수요가 발생하며 장기적인 공간 점유로 이어진다. 즉 제작-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콘텐츠 산업의 전 과정에서 물리적 공간과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글로벌 동시 공개 구조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 방영된 콘텐츠가 시간이 지나며 관광 수요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공개 직후 전 세계 시청자가 동시에 같은 장소를 소비하고 방문한다. 여기에 SNS를 통한 확산이 더해지면서 촬영지는 인증샷 명소로 빠르게 전환된다. 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속도와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셈이다.
앞선 부산과 일본의 사례는 시차만 있을 뿐 동일한 문제를 공유한다. 촬영 단계에서는 제작을 위해 공간이 직접 통제되고,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에는 관광 수요가 발생하며 장기적인 공간 점유로 이어진다. 즉 제작-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콘텐츠 산업의 전 과정에서 물리적 공간과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글로벌 동시 공개 구조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 방영된 콘텐츠가 시간이 지나며 관광 수요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공개 직후 전 세계 시청자가 동시에 같은 장소를 소비하고 방문한다. 여기에 SNS를 통한 확산이 더해지면서 촬영지는 인증샷 명소로 빠르게 전환된다. 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속도와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비용 부담의 불균형이다. 콘텐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플랫폼과 제작사에 집중되는 반면, 촬영 통제나 관광객 증가로 인한 불편과 관리 비용은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떠안는다. 부산 사례에서는 시민의 보행권이 제한됐고, 가마쿠라에서는 주민의 일상생활이 침해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외부효과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질 경우 촬영 유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지자체 역시 무조건적인 로케이션 지원 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 사용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촬영 단계에서는 보다 명확한 허가 체계와 시민 안내가 필요하고, 콘텐츠 공개 이후에는 관광 관리 정책과 비용 분담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플랫폼과 제작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넘어섰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특정 도시와 장소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역시 글로벌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함께 공간을 둘러싼 비용과 책임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 이를 어떻게 분담하고 관리하느냐가 향후 산업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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