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의 결론을 부정하는 선수의 해명, 황대헌은 무엇을 바로잡으려 하는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인 황대헌이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과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침묵을 깨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행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박지원과의 반복된 충돌 논란에서도 황대헌은 "고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신뢰를 훼손한 채 자신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결국 선수 본인뿐 아니라 종목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평론가 김정훈】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인 황대헌이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과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침묵을 깨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행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과 방식은 납득보다 의문을, 해명보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미 사법적으로 결론이 내려진 사안을 다시 끌어와 사실관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진천선수촌 사건은 린샤오쥔(임효준)에게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된 사안이다. 법원은 당시 상황, 행위의 맥락, 고의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국가의 사법 체계가 내린 최종 판단이다.
그럼에도 황대헌은 입장문에서 "엉덩이가 다 보일 정도로 노출됐다", "조롱을 당했다"는 식의 서술을 통해 사건의 성격을 사실상 '피해 사건'으로 재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거나 최소한 의심하게 만드는 서술이다. 공인으로서, 국가대표로서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물론 개인이 당시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꼈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감정이 곧 범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와 맥락, 그리고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미 그 기준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어 자신의 기억과 감정으로 재단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이라 보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공개된 CCTV와 당시 판결문은 사건이 일방적 피해 구조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황대헌 역시 사건 직전 동료 선수에게 유사한 장난을 했고,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자유로운 상황 속 장난의 연장선이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본인의 행위는 축소하고 상대의 행위는 확대하는 서술은, 객관적 해명이라기보다 선택적 기억에 가까워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지원과의 반복된 충돌 논란에서도 황대헌은 "고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선수와 수차례 충돌이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우연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렀다. 승부욕이라는 말로 모든 상황을 덮기에는, 국가대표라는 위치가 요구하는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이번 입장문은 '해명'이 아니라 '자기 정당화'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과는 있었지만 책임은 없고, 반성은 있었지만 원인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공적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개인의 해명이 아니라 공인의 자질 문제로 이어진다.
스포츠는 기록과 승부 이전에 신뢰로 유지되는 영역이다. 특히 쇼트트랙처럼 접촉과 경쟁이 치열한 종목일수록 선수 간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그 신뢰를 훼손한 채 자신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결국 선수 본인뿐 아니라 종목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황대헌이 진정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은 과거의 사실이 아니다. 이미 법이 판단한 사실을 다시 쓰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사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다. 법의 결론 위에 개인의 감정을 덧씌우는 순간,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변명으로 전락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감이다.
이 칼럼은 스포츠평론가 김정훈이 기고 한 글 입니다. 외부 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Copyright ⓒ Volleyballkorea.com. 무단복재 및 전재-DB-재배포-AI학습 이용금지.
◆보도자료 및 취재요청 문의 : volleyballkorea@hanmail.net
◆사진콘텐츠 제휴문의: welcomephoto@hanmail.net
Copyright © 발리볼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