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법어선 장악까지 단 10분…해경 대원들 “매순간 초단위 사투”

황동건 기자 2026. 4.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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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특별 단속 현장 동행해보니
함 소화포·무인헬기 투입
韓수역 노리는 中어선들
비밀 어창에 쇠창살까지
불법 수법도 지능화 거듭
이달 6일 서해 소청도 남서방 40해리 해상을 항해중인 해양경찰 3019함 단정 요원들이 가상의 외국 어선에 등선해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부해경청
이달 6일 해양경찰 1002함 특수기동대 요원들이 고속단정에 탑승해 서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황동건 기자
이달 6일 서해 소청도 남서방 40해리 해상을 항해중인 해양경찰 3019함 승조원들이 함장 지시에 맞춰 외국 어선 단속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소청도=황동건 기자
이달 6일 서해 소청도 남서방 40해리 해상을 항해중인 해양경찰 3019함 특수기동대가 훈련 현장 투입에 앞서 지시사항을 하달받고 있다. 소청도=황동건 기자
이달 6일 서해 소청도 남서방 40해리 해상에서 불법어선 특별 단속 훈련중인 해양경찰 3019함. 사진 제공=중부해경청

“중국어선! 중국어선! 여기는 한국 해양경찰이다. 대한민국 해역에서 조업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너희는 어로행위를 할 수 없다. 즉시 정선하라!”

이달 6일 서해 소청도 남서방 40해리 해상. 해양경찰 3019함에서 외부로 향하는 확성기를 타고 긴박한 경고가 울려 퍼졌다. 꽃게 성어기인 4월을 맞아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려 우리 수역에 몰려드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시작되면서다.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조타수가 무릎 높이의 타기(舵機, 배의 키)를 신속히 돌렸다. 3019함은 방향을 꺾으며 목표물에 대한 추격 기동에 들어갔다. 함교 한편에선 레이더 작동수가 모의 목표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함정에 탑재된 보트 형태의 고속단정을 내려 직접 불법 어선에 접근하는 등선 작전은 훈련의 핵심이었다. 경적 소리와 함께 “상황 배치” 명령이 내려지자 방검 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특수기동대원들이 좌우현 단정으로 몸을 날렸다. 이들이 목표 어선에 올라타 조타실과 기관실을 장악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훈련에 참가한 해경 1002함의 단정 통신장인 이동호 경사는 “선체가 작으면 모함보다 너울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아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며 “야간이나 기상 악화 시에는 시야 확보조차 어려워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실제 나포 작전에서 활용될 신형 장비도 이날 투입됐다. 요원들이 가상의 불법 어선에 접근할 때 함수에서 물줄기를 뿜는 소화포가 대표적이다. 3019함은 기존 함정들과 달리 육안으로도 타격점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소화포를 뱃머리에 배치했다. 같은 시각 공중에선 함정에 탑재된 무인헬기(UAV)가 떠올라 주변 상황을 지켜보며 불법행위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 김재성 해양경찰 3019함장은 “이번 훈련은 성어기를 대비해 올 한 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보는 과정”이라며 “평소 해군과 구역별 공동 작전을 수행하며 경비함정과 특수기동대의 투입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이유는 매년 이맘때 허가 없이 우리 수역을 침범하는 불법 조업 시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한 달간 불법 어선 퇴거·차단 실적은 190건에 달했다. 연 중 11월(726건)과 10월(513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중부해경청 관계자는 “중국 자체 금어기가 시작되는 4월 중순을 전후로 바짝 수익을 얻으려는 조업이 집중된다”며 “상반기 특별단속은 이 시점에 맞춰 이뤄진다”고 말했다.

불법 어선의 출현이 예년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현장의 경계심은 여전한 상태다. 실전에서 마주하는 단속 대상의 저항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서다. 해경 특수기동대 진입이 예상되면 조타실 철문을 폐쇄하고 내부에 다중 잠금장치를 거는 식이다. 단정의 접근 자체를 막으려 선체에 두르는 쇠창살과 와이어도 종종 활용된다. 해경 1002함 단정장 방준호 경사는 “불법 어선은 날씨가 좋지 않아 시야가 흐려지는 틈을 타 우리 수역을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도 함정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지능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11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원들에게 이런 현장의 매 순간은 초단위 사투다. NLL의 경우 사실상 1해리 부근까지 근접하기 전에 작전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속 대상인 중국 어선의 북상을 막지 못한 채 수 분이라도 지체되면 대원들까지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해경 1002함 검색팀장을 맡고 있는 김인수 경위는 “불법 어선을 발견하고 나포하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단 10분 내외”라며 “상대 수법이 고도화되는 만큼 우리도 기계식 파괴 장비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통로를 개척하는 훈련을 반복한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함상 생활이 고립과 인내의 연속이라고 입을 모은다. 길게는 보름 간 이어지는 출동 기간 중 대원들은 외부와 통신이 거의 두절된 채 고된 3교대 근무를 이어간다. 40노트 이상의 속력을 내는 고속단정에 몸을 싣는 피로감 역시 상당하다. 김 경위는 “가족과 연락이 안될 때 가장 힘들지만, 연평도나 대청도 어민들이 감사하다고 손을 잡아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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