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HLB 의장 공격적 M&A…실적·지배구조 '숙제'
뚜렷한 성과는 아직…10곳 중 8곳 적자
상호출자 얽힌 구조…지배력은 분산

2019년, 위암 신약 3상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은 것은 신약개발이라는 지뢰밭을 빠르게 건너기 위해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다.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HLB의 외형을 빠르게 확장시킨 진양곤 HLB 의장이 지난 2일 그룹 총괄 IR 행사에서 그동안의 경영 행보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단일 신약에 의존하는 대신 서로 다른 모달리티와 개발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계열사 단위로 분산해 실패 확률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계열사 상당수의 재무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 그룹 외형 확장 과정에서 복잡해진 계열사간 지배구조등 풀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진 의장이 이를 해결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발휘해 HLB를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계열사수 60개, 이 가운데 10개사 상장사
진 의장은 지난 2일 서울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HLB 투자자 대상 설명회(IR)에 등장해 신약 개발과 관련한 이른바 '리스크 분산론'을 소개했다.
진 의장은 HLB 그룹 내에 다양한 바이오 계열사들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신약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30년에는 HLB가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4개월 안에 상업화 성과를 거두어, 올해는 '절치부심 끝에 진짜가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는 해가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HLB는 계열사 수가 많다. 현재 60개사에 달한다. 지난 2019년 11개에 비해 7년만에 5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이 가운데 HLB를 포함한 10개 계열사가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현재의 외형은 지난 5년간 이어진 인수 전략의 결과다. HLB는 2020년 HLB제약을 시작으로 2021년 HLB테라퓨틱스, 2022년 HLB바이오스텝, 2023년 HLB이노베이션과 HLB파나진, 2024년 HLB제넥스, 2025년 HLB펩까지 총 7개 상장사를 순차적으로 편입했다.
HLB와 HLB생명과학이 집중하는 항암신약 분야부터 펩타이드(HLB펩), PNA(HLB파나진), 효소(HLB제넥스), CRO(HLB바이오스텝), CAR T 치료제(HLB이노베이션) 등 각기 다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흑자 2곳뿐…10개 상장사 '적자 구조 지속'
계열사를 여럿 거느러고 있으나 대부분 계열사의 실적은 고만고만하다. 상장사 10곳 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곳은 HLB제약과 HLB제넥스 두 곳이다. 나머지 8개사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들 10개 상장사의 합산 매출은 6754억원, 영업손실은 2032억원으로 집계됐다. 흑자 기업인 HLB제약(매출 2056억원, 영업이익 11억원)과 HLB제넥스(434억원, 12억원)를 제외하면 대부분 계열사가 적자다.
그룹 영업손실의 대부분은 HLB에서 나온다. HLB는 지난해 매출 842억원에 영업손실 1042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손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HLB이노베이션(–376억원), HLB생명과학(–220억원) 역시 영업손실 적자를 냈다.
미디어커머스 기업 HLB글로벌을 제외한 8개 바이오 헬스케어 계열사는 펩타이드, 분자진단, 효소, CRO 등 각기 다른 모달리티를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수익 기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쏠린다. 리보세라닙은 2019년 위암 임상 3상 실패 이후 간세포암으로 적응증을 변경해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재도전 중이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본심사(NDA)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파이프라인의 허가 여부가 HLB의 손익 구조를 뒤바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얽히고설킨 지배구조…HLB 지분은 10%대

외형 확장 과정에서 복잡해진 지배구조도 남은 과제다.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공동 출자 구조가 반복되면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중첩된 구조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HLB가 직접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10% 안팎에 그친다. 그룹 외형은 커졌지만, 지배력은 분산된 형태다.
지주사격인 HLB는 HLB생명과학·HLB셀과 상호출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HLB생명과학이 다시 HLB셀을 지배하는 구조로 HLB와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HLB이노베이션 역시 HLB·HLB생명과학·HLB제약·HLB테라퓨틱스·HLB바이오스텝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는 공동 지배 구조다. 특정 계열사에 대한 단일 지배력이 아닌, 분산된 지분 구조가 특징이다.
이에 구조 단순화를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HLB는 2025년 12월 31일 HLB사이언스를 흡수합병하며 연구개발(R&D) 체계 통합에 나섰다.
다만 HLB생명과학과의 합병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400억원 상한을 넘어서며 2025년 8월 철회됐다. 자금 부담과 주주 반발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결국 현재의 지배구조는 외형 확장 과정에서 형성된 '분산형 네트워크'에 가깝다. 향후 핵심 파이프라인의 상업화와 함께 안정적인 자금 조달,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해소와 지분 구조 단순화 등 지배구조 개선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구조보다 '성과'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LB는 두 차례 신약 승인 실패를 겪었기에 이번 성공 가능성 역시 외부에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신약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M&A 등으로 단기 모멘텀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결국엔 성과로 증명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bw_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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