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의 첫 직접투자 '리벨리온'…이제 증명의 시간

국정근 기자 2026. 4. 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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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벨리온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6400억원을 확보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고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채택으로 인한 '가성비 딜레마'와 '고객사 확보'라는 과제가 남았다는 지적이다.
프리IPO 6400억 유치 성공…하반기 예심 청구 목표

리벨리온은 최근 총 6400억원 규모의 프리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조달 구조는 공적자금 3000억원과 민간자금 3400억원으로 나뉜다. 공적자금은 국민성장펀드 2500억원, 산업은행 500억원으로 구성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첫 지분투자 대상 기업이다. 

민간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앵커 투자자로 1200억원을 넣었다. 이어 노앤파트너스 10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 600억원, 인터베스트 200억원 등 기존 주주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NH농협손해보험 역시 펀드를 통해 100억원을 투자하며 손해보험업계 유일의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프리IPO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리벨리온은 하반기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상장(IPO)을 추진 중이다.
가성비보다 성능 위해 HBM 채택…넘어야 할 '미검증' 허들
구글 제미나이(또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리벨리온 앞에는 기술적 딜레마와 실적 증명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본래 인공지능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의 핵심은 저전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가성비'다. 비용 절감을 달성하려면 HBM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 소모도 낮은 저전력 모델인 LPDDR D램을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리벨리온은 수백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거대언어모델(LLM)을 단일 칩만으로 원활히 구동하기 위해 비용 상승을 감수하고 삼성전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4개를 탑재했다. 메모리 대역폭은 4.8TB/s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능 중심의 설계가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생적으로 고가 메모리인 HBM을 채택하는 순간 NPU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랙(Rack) 형태의 엔비디아 최신 AI 칩인 블랙웰 가격이 5000만원대라면, 2세대 칩 '리벨 100' 랙의 가격은 그 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AI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IT 고객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엔비디아 생태계를 버리고, 데이터베이스(DB)가 부족한 미검증 신규 NPU를 단지 절반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리벨리온이 적자를 감수하는 출혈 경쟁을 하더라도 가격을 엔비디아의 10분의1 수준까지 대폭 낮춰 빠르게 시장부터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객사 이탈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리벨리온이 SKT를전략적투자자(SI) 고객사로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다. 앞서 리벨리온은 2024년 SKT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 후 SKT 대표 AI 서비스인 에이닷에 리벨리온 칩 '아톰맥스'를 탑재해 실시간 AI 추론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에이닷은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000만명이 넘는 AI 서비스다.

반면 같은 SI이자 1세대 리벨리온 칩 '아톰'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했던 KT의 최근 행보는 다르다. 2세대 칩 리벨 100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성능 대비 가성비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기술적·사업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리벨리온은 프리IPO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재 채용에 나서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리벨리온은 글로벌 AI 추론 시장 속도전의 승패가 결국 '인재'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투자 재원을 우수 인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팀 규모를 지금의 2배 이상으로 키워 인재 밀도를 높이겠다"며 "리벨 100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팹리스-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의 선순환을 강화해 한국 AI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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