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짓눌린 건설업계…재건 특수 기대 교차

이승연 기자 2026. 4. 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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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공기 지연·금융비용 동반 상승…정부 "범부처 대응" 강조
휴전 기대에 건설주 급등…업계는 "리스크 여전" 신중 기조 유지
[출처= 오픈 AI]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건설업계에 단기 부담과 중장기 기대를 동시에 안기며 복합적인 파장을 확대하고 있다. 원자재 수급 차질과 공사비 상승, 공기 지연, 금융비용 확대 등 당장의 비용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종전 이후 재건 수요 확대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업계와 시장 간 인식 차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건설 현장 전반의 원가 구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제품, 플라스틱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상승하거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공사비 부담이 확대됐고, 일부 현장에서는 자재 조달 지연으로 공정 차질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2월 기준 13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며 수입 자재 비용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를 활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부담은 더욱 크다. 공사 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인 만큼, 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비용 확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국내 건설업계의 비용 구조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8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열린 건설·금융업권 합동간담회에서 "적극적인 범부처 다부처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석유와 나프타, 플라스틱 등 주요 자원의 공급 안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가격 변동성 관리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역시 지원 확대를 시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원 대상과 규모를 유연하게 확대해 피해 기업의 애로 완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건설산업 안정화를 위한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동 재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국면이 조성되면서 전후 복구 사업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중동 시공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종목은 단기간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나타내며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란을 비롯해 바레인, 쿠웨이트, UAE 등에서 정유시설과 인프라 복구 수요가 발생할 경우 국내 건설사로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쟁으로 악화됐던 원자재 수급 환경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실제 건설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후 복구는 도로와 교량 등 토목 인프라가 우선이고 플랜트 발주는 이후 단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건 기대는 있지만 당장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란은 국제 제재 등 변수도 많고 사업 환경 불확실성이 크다"며 "재건이 현실화되더라도 기회 요인으로 보는 수준이지 실제 사업 참여는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들이 그간 지정학 리스크와 계약 불확실성, 발주 지연 등을 이유로 중동 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온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더라도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나서기보다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선별적 참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중동발 원가 상승과 금융 부담이 훨씬 더 직접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재건 수요는 분명 기대 요인이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지정학 변수와 수익성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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