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산불 1년, ‘산림 카르텔’의 뿌리는?

2025년 3월 말 발생한 경북 산불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내륙인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바닷가인 경북 영덕까지 확산된 산불은 피해 규모와 그 정도에서 역대 최악이었다. 10만㏊ 넘는 면적이 불에 탔고, 5000명 넘는 이재민이 생겨났다. 피해 규모도 1조원이 넘었다.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고, 자연스럽게 산림정책 전반에 대한 의문도 생겨났다. 산불 예방과 피해 복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왜 매년 산불로 인한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나는가.
행정 당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봄철 가뭄과 강풍 현상이 대형산불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근본적 원인 외에도 우리 사회가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 없는지 의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장 등 전문가와 시민들이 산림청의 산림정책과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침엽수 위주 숲 가꾸기, 수령 30년 이상 된 나무를 잘라내는 벌목사업 등이 지적됐다. 논쟁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이런 산림정책에 의문을 표했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논쟁적이었던 대목 중 하나가 임도(산에 난 포장·비포장 도로) 등 산림사업 문제였다. 산림청에서는 임도가 있어야 진화 인력과 차량이 산불 현장으로 진입해 불을 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도가 산불을 끄는 데 무력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임도를 따라 사람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발화 및 실화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임도 건설로 인해 생긴 숲속 공간이 ‘바람길’ 구실을 해 오히려 산불을 더욱 키운다고 주장했다. 작은 산불이나 습도가 높은 계절에는 임도를 통한 진화 작업이 가능하지만, 봄철 대형산불에서는 임도가 산불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산 아래쪽에 짓는 사방댐 역시 그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애초에 댐이 부실하게 건설돼 붕괴 위험에 노출되거나, 퇴적물 관리 등이 수시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꺼번에 토석류가 쏟아지면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모고마을의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방댐이 무너진 탓에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년간 임도 사업 9418억원 수주
‘산림토목사업’의 독과점 의혹도 제기된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한 해 수천억 원 규모의 관련 사업을 산림조합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독과점해왔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산림청-지자체-산림조합으로 엮인 이른바 ‘산림 카르텔’이 산불 예방과 복구를 위한 사업을 독과점하면서 불필요한 임도 및 사방댐 건설 사업을 계속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시사IN〉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측으로부터 산림청이 제출한 임도, 사방댐 등 ‘산림사업 계약체결 현황’을 입수해 살펴봤다. 임도 사업은 2020~2024년, 사방댐 사업은 2020~2025년 6월까지 현황이다. 산림청이 발주한 사업과 지자체가 발주한 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사방댐 사업부터 확인해보자(〈그림 1〉 참조). 우선 사업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는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약 198억원이었던 산림청 발주 사방댐 사업 준공 금액은 2021년 252억원, 2022년 35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331억원으로 다소 줄었다가 2024년에는 428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25년의 경우 6월까지 통계임에도 이미 386억원에 이르렀다. 지자체 발주 사방댐 사업의 규모는 더욱 크다. 2020년 약 1222억원이었던 사업 준공 금액은 2021년 1442억원, 2022년 197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 2049억원으로 늘더니, 2024년에는 2374억원으로 한층 규모가 커졌다. 2025년의 경우 6월까지 통계에서 이미 1950억원을 넘겼다.

문제는 전체 준공 금액 대비 산림조합이 수주한 준공 금액 비율이다. 산림청 발주 사방댐 사업의 경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산림조합이 따낸 금액의 비율이 매년 80~90%에 이른다. 계약 건수로 보면 산림조합이 수주한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금액으로 보면 독과점 현상이 뚜렷하다. 규모가 큰 사업을 산림조합이 따냈다는 이야기다. 2022년의 경우 전체 준공액 350억원 중 315억원이 산림조합의 몫이었다. 2023년에는 331억원 중 302억원, 2024년에는 428억원 중 348억원이 산림조합에 돌아갔다. 지자체 발주 사방댐 사업의 경우 산림조합의 수주 금액 비율이 50~60%로 떨어지지만, 이 역시 적다고는 하기 어렵다.
예산이 훨씬 많이 투입되는 임도 사업은 독과점 경향이 더 뚜렷하다(〈그림 2〉 참조). 2022년 산림청 발주 임도 사업의 경우 1419억원 중 1321억원이 산림조합에 돌아갔다. 2023년에는 1452억원 중 1342억원, 2024년에는 1523억원 중 1384억원이 산림조합의 준공 금액이었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산림조합에 몰아준 산림청 발주 임도 사업 금액이 총 5623억원(91.2%)에 달했다. 한 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할 경우 ‘독점’이라고 규정한다.
지자체 발주 임도 사업도 마찬가지다. 2022년의 경우 준공 금액 980억원 중 723억원이 산림조합의 몫이었다. 2023년에는 1039억원 중 754억원, 2024년에는 1229억원 중 894억원이 산림조합에 돌아갔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산림조합에 몰아준 지자체 발주 임도 사업 금액이 총 3795억원(74.4%)이었다. 한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할 때는 ‘독과점’이라고 부른다. 경쟁이 제한되어 소수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태다.

산림조합이 산림청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산림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에서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자원법은 ‘산림병해충⸱산사태⸱산불 등 재해의 예방⸱방제 및 복구사업 등을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에 대행하게 하거나 위탁하여 시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수의계약이 용이하게끔 설계된 제도는 ‘그들만의 카르텔’을 공고화하는 데 기능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림청에서 오래 일하다 퇴직한 공무원이 산림조합 간부로 일하면서 산림청과 지자체의 사업을 따내는 등 끈끈한 유착을 통해 비위를 저지르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북 영덕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00억원 이상 투입된 영덕군의 숲 가꾸기 사업에서 다수의 비위가 산림청 내부 감사와 지역 언론 보도 등으로 드러났다. 사업비 수령 후 미시행, 인건비 부풀리기, 대상 사업지 중복 선정 등 비위 양상도 다양했다. 영덕군 산림조합이 산림청과 영덕군 등 유관기관 공무원들에게 고가의 명절 선물을 제공했다는 언론보도도 잇따랐다. 영덕군 산림조합의 비위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옥주 의원은 “산림조합의 심각한 독과점 현상은 산림사업의 부실공사와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산림행정 전반에 걸친 불신을 낳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발주하는 토목공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산림조합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어,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임도, 사방댐, 조림사업 등의 계약 방식, 사업 추진 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주관으로 산불조사단 만들자”
산림사업 독과점 문제에 대한 〈시사IN〉의 질의에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 모니터링과 순회교육 등을 통해 수의계약 비중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25년의 경우 임도 사업에서 산림조합 등의 수의계약 금액 비율이 71.4%로 줄었고, 경쟁입찰이 28.6%로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형산불 이후 산림사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며 실제 현장에서 독과점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숲 가꾸기와 조림 사업의 경우, 2020~2024년 산림조합이 수주한 비율도 최대 약 30%로 낮은 편이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 가꾸기 사업 등에서 산림조합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북 산불 이후 1년이 지난 3월23일 민간기관에서 조사보고서가 하나 발표됐다. 불교환경연대·안동환경운동연합·서울환경연합·생명다양성재단이 펴낸 〈2025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연구보고서〉가 그것이다. 시민 5113명의 모금과 친환경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 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부산대 홍석환 교수팀, 산불정책기술연구소 황정석 소장팀 등 6개 대학·연구소가 2025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불이 발생했던 경북 북부 지역 1050곳을 직접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다시금 산림정책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침엽수 위주 간벌지의 수관화(나무 꼭대기까지 불길이 치솟아 불똥이 사방으로 번지는 것) 발생률이 78.8%로 비간벌지(5.3%)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산불 예방을 이유로 시행된 간벌이 오히려 불을 키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밖에 헬기 투입 등 항공 진화의 실효성, 임도의 방화선 기능 여부, 산불위험예보 시스템의 한계 등 논란이 됐던 여러 쟁점을 보고서에 담았다(해당 보고서는 서울환경연합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사단은 소나무 숲과 능선부의 숲 가꾸기 중단, 방화선 명목의 임도 신설 중단, 산불 복구 예산의 피해 주민 지원 집중 등을 제안했다. 주목할 대목은 ‘총리실 주관 공동조사단’을 꾸리자는 제안이다. 산불 문제에 대해 산림청과 민간 조사단의 주장이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총리실 주관 조사를 통해 누구의 말이 맞는지 따져보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자는 것이다. 민간조사단은 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대형산불은 기후변화 탓만이 아니다. 불을 키우는 숲을 만든 것도, 불을 끄는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결국 사람의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