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세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무홍 2026. 4. 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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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AfD 지지율이 상승하자 정치권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공론장에 끌어들이자는 쪽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사이 극단주의 세력은 자신들의 기반을 넓혀갔다.
2025년 1월29일 AfD 소속 의원들이 반이민 정책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DPA

필자는 독일에서 9년째 거주하며 그중 5년을 독일 연방의회에서 정책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독일 정치의 주요 현안을 실시간으로 따라가고 있으며, 한국 정치에도 꾸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두 국가의 역사와 정치 환경은 다르지만, 각 사회가 겪는 민주주의 위기와 갈등에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극단주의 세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3주 전 한국으로 휴가를 갔을 때 일이다. 한국 정치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참석자가 초당적 정치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계엄 옹호 집회’에 참여했던 정치인들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세력과는 공론장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고민과 논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히려 그들과의 토론과 교류를 통해 그 위험성을 드러내고 설득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려는 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을 하게 된 건 지난 몇 년간 독일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논쟁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유럽, 특히 독일은 ‘다중 위기(Multikrise)’라 불릴 만큼 복합적인 위기를 경험해왔다. 2015년 시리아 내전 이후 대규모 난민 유입, 2020년 팬데믹이 초래한 경제적·사회적 충격,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안보 질서의 변화, 그리고 전쟁과 지정학적 충돌이 낳은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망 불안이 연이어 덮쳤다. 여기에 미·중 경쟁 심화와 변화된 대서양 관계 속에서 유럽이 외교·안보의 중심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압박까지 겹치며, 독일 사회 내부의 불안과 피로감은 점점 더 누적되었다. 이러한 외부 충격들은 단순히 외교·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 내부의 불안과 불만을 증폭시키며 정치 지형 자체를 흔들어놓았다. 그리고 그 균열의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부상이었다.

AfD는 유로화 위기에 대한 비판을 기반으로 2013년 출발했지만, 이후 난민과 이민 문제를 중심 의제로 삼으며 빠르게 지지 기반을 확장했다. 특히 세계화와 산업 분야의 전환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 그리고 통일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발전의 속도와 사회적 인정의 측면에서 뒤처졌다고 느끼는 동독 지역에서 강한 지지를 확보했다. 동독의 많은 유권자들에게 AfD는 ‘계속해서 덜 대표되고 덜 존중받아왔다’는 감각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AfD 일부 세력이 인종주의적 발언과 역사 수정주의적 인식을 드러내며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이 2021년 2월 이 정당의 일부를 ‘극단주의 의심 단체’로 분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AfD 스스로는 자신들을 ‘극우정당’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기존 정치권에 맞서는 ‘대안’ 세력, 혹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 법원과 다수 정치권, 그리고 학계에서는 이 정당의 일부 세력을 명백한 극단주의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적 자기 인식과 제도적 판단 사이의 긴장이 발생한다.

AfD를 다른 정당과 동일하게 대할 것인가

2015년 난민 위기 이후, AfD가 빠르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기존 정당 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독일 정치권은 이 새로운 세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두고 본격적인 논쟁에 들어갔다. 정치권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은 AfD를 정치적 경쟁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중도 보수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주도했다. 이 중도 보수 정당의 대다수는 공개 토론과 논쟁을 통해 극단주의 세력의 주장을 검증하고 시민들에게 그 위험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기독민주당(기민당) 원내대표인 옌스 슈판은 의회 내 운영에서도 AfD를 다른 야당과 동일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유권자 수백만 명이 AfD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이 강한 세력을 갖게 된 것은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에 따라 공개 토론이나 정치 행사에 AfD 정치인들을 초청해서 논쟁을 벌이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민주주의는 개방성과 논쟁을 통해 스스로를 강화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접근이었다.

AfD와 연합한 기민당(CDU)을 비판하는 집회가 2025년 1월29일 베를린 CDU 본부 앞에서 열렸다. ⓒEPA

반면 다른 한쪽은 정반대 결론에 도달했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에게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사회적 공간에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회민주당(SPD),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 좌파당(Die Linke)은 명확하게 AfD와 선을 그었다. 사회민주당 공동대표인 베르벨 바스는 지난해 4월 옌스 슈판을 향해 “지금 이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AfD를 정상화하려는 실제적인 시도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정당 해산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두 입장은 방법에서 충돌했지만 목표는 동일했다.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민주주의 진영 내부에서는 명확하고 일관된 대응 전략이 형성되지 못했다. 그사이 극단주의 세력은 자신들의 기반을 넓혀갔다. 돌이켜보면 독일 민주주의는 그 몇 년 동안 매우 중요한 시간을 잃어버렸다.

독일 정치권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이른바 ‘방화벽(Brandmauer)’이라 불리는 원칙에 합의한 듯 보였다. 주요 정당들이 AfD와의 정치적 협력이나 연정을 배제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원칙 역시 점차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연방의회 선거 이후 AfD 지지율이 기민당·기사당 연합을 위협할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AfD는 20%가 넘는 득표율로 제2당을 차지했다. 2021년 약 10%에 머물던 정당이 불과 몇 년 만에 의석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정치 지형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동독 일부 지역에서 30~40%에 이르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단순한 ‘항의 정당’ 수준을 넘어 지역 정치의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더 이상 동서 격차의 문제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실시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라인란트팔츠주의 주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각각 약 18%와 20%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서독 지역에서 상대적 약세를 보이던 극우정당이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국적 정치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 사회적 불안, 그리고 민주주의 진영 내부의 분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극단주의의 대응 방식이 통일되지 못한 채 논쟁에 머무르는 동안 유권자들은 점점 더 급진적 선택으로 이동한 것이다.

AfD 상승세가 선거 결과로 나타나자, 일부 보수 정치권에서는 지방정치 차원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보수 성향 자유유권자당(Freie Wähler)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서 지역 정당으로 불릴 정도로 세력이 강한데, AfD를 완전한 배제도 정치 파트너도 아닌 “현실적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주정부나 지방자치 단위에서 ‘방화벽’이 무너졌다는 인식이 크다. 2025년 1월29일에는 국경에서의 난민 송환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기민당·기사당 연합 주도의 이민 통제 결의안이 AfD의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은 “금기를 깨는 행위(Tabubruch)”라고 비판하며, 기민당 대표이자 총리 후보였던 프리드리히 메르츠를 강하게 비판했다. 3월15일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속한 유럽연합의 보수진영 유럽인민당(EPP)이 AfD 측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그룹챗을 만들고 소통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사기도 했다.

독일과 한국에서 극단주의 세력이 부상하는 배경은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헌법을 존중하는가. 법치주의를 수용하는가. 민주적 절차와 선거 결과를 인정하는가.’ 예컨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거나, 헌법기관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정당화하는 언어와 행동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넘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보아야 한다. 이 기준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면, 그것이 어떤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든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러한 세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지난 몇 년간 독일 정치가 보여준 교훈

독일이 이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언급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방어적 민주주의(Wehrhafte Demokratie)’다. 이는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 단순히 관용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제도적 수단을 통해 자신을 방어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는 원칙이다. 특히 인간의 존엄, 국민주권, 권력분립, 법치주의와 같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스스로가 이를 막아설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그 핵심에 놓여 있다. 이 개념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붕괴되고 결국 1933년 나치 독재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다. 민주주의가 그 자유를 이용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세력을 방치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독일은 헌법 질서 속에 다양한 방어 장치를 마련해왔고, 이는 단순한 제도에 그치지 않고 정치와 교육, 사회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아왔다.

2025년 3월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계엄 찬성’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그런 독일에서도 극단주의 대응은 완전히 ‘끝난 논쟁’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정치적 딜레마에 가깝다. 독일 진보진영이 취했던 배제 전략은 하나의 방법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에 공론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반면 토론과 참여를 주장한 보수 쪽에서는 그들의 논리를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극단을 완화하려 한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이 질문을 회피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독일 정치가 보여준 하나의 교훈이다. 2026년 현재, 한국 역시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극단주의 세력은 배제해야 하는가, 아니면 토론과 설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제도와 의지를 갖추고 있는가. 답을 미루는 사이 상황은 변모하고 그 변화가 언제나 민주주의에 유리하게만 작동하진 않는다.

이무홍 (독일 연방의회 정책 전문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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