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 사태’ 날아간 배트가 김경문 직격하다니… '허허' 웃은 노장의 속 깊은 배려, 명장의 특기는 인내다

김태우 기자 2026. 4. 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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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의 차세대 리드오프로 오재원을 눈여겨보며 꾸준하게 기회를 주고 있는 김경문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을 앞두고 김경문 한화 감독은 봉변(?)을 당할 뻔했다. 한 선수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배트에 맞았기 때문이다.

공식 연습 시간에 이곳저곳을 다니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부지런히 눈에 담던 차, 김 감독은 올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고졸 신인인 오재원(19)의 옆에 섰다. 오재원은 자신의 정상적인 타격 훈련 루틴을 따르고 있었다. 힘껏 치기 전에 한 손으로만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동작을 점검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돌발 사태가 터졌다.

오재원이 훈련을 하다 방망이를 손에서 놓쳤고, 방망이가 옆으로 날아갔다. 평소와 같았다면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었는데 하필 그 곳에 김경문 한화 감독이 서 있었던 것이다. 방망이는 야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자칫 잘못하면 둔기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피할 새도 없이 배트가 김 감독을 직격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코칭스태프가 깜짝 놀라 김 감독에 향한 가운데, 자신이 놓친 배트가 감독을 덮친 것을 안 오재원도 황급히 김 감독에게 달려갔다. 거리가 가까웠고 무거운 배트가 빠르게 날아와 분명 충격이 있을 법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내색하지 않고, 오재원에게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오재원은 훈련을 이어 갔고, 김 감독은 계속 그 자리에서 오재원의 훈련을 지켜봤다.

▲ 오재원은 공수주 모두에서 고른 기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올스타 중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곽혜미 기자

김 감독은 “머리로 날아왔으면 위험했을 텐데, 그래도 그 아래에 맞아서 다행”이라면서 “감독이 안 다쳤어도 선수는 얼마나 놀랐겠나”라며 아픔을 참고 그 자리를 지킨 이유를 설명했다. 통증이야 있었지만 행여 어린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길까봐 티를 내지 않은 것이다. 오재원의 훈련을 조금 더 지켜본 김 감독은 발걸음을 다른 선수에 돌렸고, 오재원도 별 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그 상황을 지나갈 수 있었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아는 노장의 속 깊은 행동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김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다. 오재원이 팀의 기대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굴뚝같다. 팀도 오재원이 첫 번째 고비를 마주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고 있지만, 일단 선발 중견수 및 리드오프 출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 감독도 이 선수 육성에 진심이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화수분 야구’를 창시했던 지도자다. 다른 지도자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선수, 혹은 팀의 핵심으로 클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스타플레이어로 키워냈다. 한 후배 감독은 “김경문 감독님이 선수들을 잘 키워내실 수 있었던 것은 ‘될 만한’ 선수를 보는 안목과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존경을 표했다. 매일매일 승리에 대한 압박을 받는 감독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김 감독이 실험에 들어간 선수니 더 기대가 모인다. 캠프 때부터 잠재력을 눈여겨봤고, 이 선수에 ‘세금’을 들이면 차세대 한화의 주전 중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을 가졌다. 그러자 시즌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선발 리드오프 및 중견수라는 중책을 꾸준하게 맡기고 있다. 초반 좋았던 감이 근래 들어 상대의 집중 견제에 주춤하고 있지만 김 감독은 미래에 투자하고 또 베팅하고 있다.

▲ 상대의 집중 견제에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김 감독은 오재원의 센스 정도라면 이 고비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 믿고 있다  ⓒ곽혜미 기자

물론 오재원이 조금 부진해도 팀 타격 자체가 괜찮고 그래도 꾸준히 이기고 있다는 점도 있다. 한화는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를 했다. 그나마 부담을 조금 덜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오재원이 센스를 가지고 있고, 이 교훈을 잘 체득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 감독은 오재원이 투수들의 변화구 승부, 빠른 발을 가진 주자 등 지금까지 안 해봤던 야구를 하고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 시간과 피드백을 주면 잘 극복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화의 중견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는 202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오재원에 투자하는 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임기만이 아닌, 한화의 미래를 보고 인내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 계약 기간이 올해까지인 김 감독이 당장 성적만 생각했다면 다른 선수를 중견수로 쓰거나, 혹은 오재원의 타순이 왔다 갔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 감독은 10경기 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 명장의 특기는 인내였다.

이 인내심은 구단, 팬들도 마찬가지로 가져야 할 덕목일지 모른다. 성적과 별개로 이 귀중한 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향후 어떤 선수로 성장해 나갈지 지속적인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 오재원에 대한 인내심을 보여주며 팀 미래를 그리고 있는 김경문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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