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물·과일 식단이 다 좋은 건 아니에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늙어갈지가 중요해졌다.
염혜진 약사로부터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장수 식사법을 들었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하루 한 끼 한식 먹는 일이 말 그대로 챙겨야 할 '일’이 되어가고 있다. 식품영양학 석사 출신의 염혜진 약사는 "무병장수가 아닌 유병장수 시대에, 매일 먹는 식사의 중요성을 놓치고 약이나 영양제에만 의존하면 건강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말한다. 20년째 약사로 일하며 전국을 무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현직 약사가 알려주는 영양제 특강’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 등 영양제와 약 관련 책 외에도 최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기적의 장수 식사법’을 펴냈다.
약사가 약보다 음식에 먼저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외부 강의를 많이 다니는데, 거기서 만난 50세 이상 참여자들은 활력이 넘쳐요. 평소 약국에서 보는 분들과 왜 차이가 나는지 대화를 나눠보니 결국 약보다 매일 먹는 식사의 차이가 컸어요. 특히 지난해 아빠가 간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으시면서 식사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꼈어요. 평소 채소를 잘 안 드시고 반주를 즐기셨던 게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암에는 여러 원인이 있어요. 하지만 암은 근본적으로 나쁜 것들이 쌓이고 배출이 잘되지 않을 때 생기거든요.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더 일찍 식사 관리를 해드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안타깝죠.
한국인 식단 정도면 건강한 편 아닌가요.
한식은 보통 밥을 기본으로 국·찌개와 여러 반찬을 곁들인 식사를 말합니다. 쌀·잡곡을 중심으로 채소·해조류·콩류, 육류·어패류 등을 고루 섭취할 수 있어요. 또 된장·간장·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은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킵니다. 다만 발효식품을 과하게 먹으면 염분 섭취가 많아질 수 있어요. 반찬만 단독으로 많이 먹거나 국물만 다량 섭취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죠. 무엇보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밥과 나물 반찬 위주 식사보다 고기, 빵,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질병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어요.
‘무엇’만큼 '언제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
그럼 약사님이 정의하는 '기적의 장수 식사법’은 무엇인가요.‘이렇게만 드시면 장수합니다’라는 정답은 없어요. 특별히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한다기보다는 나쁜 음식을 줄이거나 끊고, 나이 혹은 질병 상태에 따라 식사 구성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은 소화가 천천히 되기 때문에 각종 수술이나 큰 질병을 앓은 후, 위장 질환자는 주의해야 하고요. 신장 질환자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서 인과 칼륨 배출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도정되지 않은 통곡물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인 과일이나 채소 섭취도 주의해야 합니다. 또 고혈압 환자라 해서 극단적인 저염식도 권장하지 않아요. 한국인의 식단에서 나트륨 함량이 높은 김치, 된장 등은 건강상 다른 이점이 있어 나트륨의 영향을 상쇄시킨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어요. 정제염을 넣은 가공식품은 되도록 피하고, 나트륨이 많은 국물 요리는 국물을 적게 먹으면 좋습니다.
세계 장수 마을 사람들의 장수 비결로 소식이 손꼽히잖아요. 건강에 문제없는 사람도 소식이나 절식을 하면 더 좋나요.
우선 소식, 절식 그리고 간헐적 단식의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요. 평소 자신의 식사량보다 적게 먹는 것이 소식이라면 절식은 칼로리 섭취량을 20~40% 줄이는 걸 말합니다. 과도하게 칼로리를 줄이다 보면 영양결핍, 탈모, 생리불순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영양소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해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죠. 저는 건강한 사람이 소식이나 절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겉으로는 말랐거나 지금 당장은 별 이상이 없는데 피검사를 해보면 혈당이 높다든가 콜레스테롤 같은 지질 수치에서 문제가 나타나는 질병 전 단계에 놓인 분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먹는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건강에 이상은 없으나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오는 제가 그런 경우였어요.
혈당 수치가 높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일하면서 힘들 때마다 간식을 조금씩 자주 먹었거든요. 인슐린은 식사 후에 분비되어야 하는데 계속 무언가를 먹는다면 인슐린 스위치가 꺼졌다 켜졌다 반복하게 되고, 혈당 조절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결국 무엇을 먹느냐만큼이나 언제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데요. 간헐적 단식은 먹는 시간과 먹지 않는 시간을 구분하는, 양이 아닌 시간의 개념입니다. 먹는 시간 동안은 양질의 식품으로 내 몸을 채우고, 공복 시에는 내 몸의 호르몬이 정상화되고 세포가 노폐물을 정리하는 시간을 주는 거죠.
간헐적 단식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가요.
자기 몸에 맞게 조절해서 해야 탈이 나지 않습니다. 제일 많이 하는 방식은 하루 24시간을 나눠 8시간은 먹고 16시간은 금식이지만, 저는 그렇게 먹고 일하려니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12시간 먹고 12시간은 금식합니다. 대신 다시 첫 끼를 시작할 때 삶은 달걀, 채소, 견과류 등 몸에 좋은 음식부터 채우려고 해요. 먹는 시간 동안은 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도 됩니다. 단,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사람, 고강도 운동선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 18세 미만이나 70세 이상은 이런 소식, 절식, 간헐적 단식을 하면 안 됩니다.

먹는 시간 관리하고, 똑똑하게 골라 먹기
요즘 건강 트렌드가 바로 혈당 관리인데요. 탄수화물을 끊는 게 좋은가요.무조건 탄수화물을 끊으면 뇌, 적혈구, 신장 안의 수질 부위가 포도당만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 피로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안 먹기보단 당도 똑똑하게 골라 섭취해야 합니다. 일단 끊어야 하는 음식은 흰쌀밥과 흰 밀가루 음식, 설탕 많이 든 음료, 사탕, 과자, 탄산음료예요. 흰쌀밥 대신 잡곡, 현미, 귀리 등을 주식으로 반 공기 정도 먹길 추천합니다. 밥이 싫다면 고구마나 감자 1개 정도 드세요. 간식으로는 무가당 그릭요구르트에 베리 한 줌이나 견과류, 완전히 익지 않은 바나나 반 개쯤도 적당합니다. 또 탄수화물을 아예 섭취하지 않으면 안구건조증이 오거나 쉽게 피로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포만감이 부족해 배가 빨리 고파져요.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금 줄이는 대신 MCT(중쇄지방산으로 소화와 흡수가 빠름) 오일·버터가 든 방탄 커피, 수육, 삶은 달걀 같은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면 금방 허기지는 걸 막을 수 있어요.
고혈압 환자를 위한 DASH, 치매 예방을 위한 MIND 등 다양한 맞춤형 식단이 있지만, 동시에 여러 질병을 지닌 케이스도 많잖아요. 이런 경우 어디에 기준을 두나요.
공통으로 적용해야 할 부분을 기억해두세요. 매끼 잡곡 섞은 밥과 샐러드 및 나물 등 채소를 섭취하고, 간식은 하루 한 번 견과류나 우유 및 유제품을 추천합니다. 특히 우리 몸에 저장되지 않는 단백질은 꼭 매일매일 음식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성인의 경우 1kg당 1g 정도, 자신의 몸무게가 60kg이면 60g 정도를 먹어야 해요. 이 정도 양을 보충하려면 하루에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손바닥만 한 크기로 한 덩어리 먹거나 300g짜리 두부, 아니면 달걀 6개를 먹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걸 한꺼번에 다 먹기 힘들잖아요. 달걀 1~2개 먹고 두부 반 모, 다음 끼니에 고기 식으로 조금씩 보충하는 편이 좋습니다. 만약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노인이라면 대한노인병학회에서는 단백질보충제를 권하기도 합니다. 물론 단백질보충제만으로는 근육이 생기지 않아요. 운동도 해야 해요.
책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쓰고 있다면 근육 보전을 위한 단백질보충제 도움을 받아도 좋다고 했는데, 나아가 한 끼 대용도 가능한가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는 체중이 줄 때 지방과 함께 제지방(근육)도 빠지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을 통해 근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됩니다. 그래서 제가 단백질보충제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고는 했는데요. 단백질보충제는 잘 골라 먹어야 해요. 당이 많이 들었거나 첨가물이 과한 제품은 피하시고요. 유화제가 많이 든 액상형 보충제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구역·오심이 있을 땐 유당이 적은 분리유청단백(WPI)이나 분리대두단백질처럼 비교적 소화가 잘되는 제품을 물에 묽게 타서 소량씩 드세요. 무엇보다 단백질보충제는 말 그대로 보충제일 뿐 한 끼 식사 대용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신장 기능 저하, 당뇨·고혈압성 신질환이 있다면 임의로 먹지 말고 의사와 상담 후 수치를 점검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건강해도 칼슘, 비타민 D, 단백질은 필수
세끼 잘 챙겨 먹기가 의외로 쉽지 않아요.실천이 중요한 거예요. 일단 세끼 중 한 끼라도 한식으로 먹으려 해보세요. 저 역시 아침에는 간단하게 삶은 달걀과 견과류를 먹고, 점심과 저녁을 제대로 챙기려 노력합니다. 잡곡 섞은 밥을 하기 힘들 때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즉석 잡곡밥을 이용하기도 하고요. 가끔 시판 구운 달걀도 이용하는데, 이때 동물복지보다 무항생제 마크를 꼭 확인합니다. 또 채소류는 금방 시드니까 소량씩 구매하고,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는 떨어지지 않게 챙겨두는 편이에요. 요즘 샐러드 전문점도 많잖아요. 올리브오일·레몬즙이나 발사믹식초 드레싱을 넣은 샐러드에 닭가슴살 정도도 매우 훌륭합니다.
식사 외 약사님이 꼭 지키는 건강 루틴이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음양탕이라고 해서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반씩 섞어 한 잔 마시고요. 입이 심심할 때도 물을 마셔요. 그러면 내가 진짜 배가 고팠는지 가짜로 배고팠는지 알 수 있어요. 그렇다고 물을 계속 먹으면 또 안 됩니다. 하루에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라고 알려져 있는데, 평소 식사로도 수분 보충이 됩니다. 그 양을 고려해 마시는 물은 하루에 500ml 생수 2병 정도여도 충분합니다. 또 고함량 비타민 B, 비타민 C, 오메가3, 칼슘·마그네슘·비타민 D 함유 영양제를 매일 먹습니다.
영양제 중 비타민, 오메가3, 칼슘을 챙겨 먹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건복지부의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활용’을 살펴보면 식사가 우선이고, 건강한 사람도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가 칼슘, 비타민 D, 단백질이에요. 단백질은 음식으로 보충이 가능하나 칼슘은 음식 섭취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마그네슘, 비타민 D, 비타민 K2 등이 같이 든 칼슘제를 추천합니다. 비타민 C의 경우 항산화 효과도 있지만 몸속 중금속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해요. 특히 수은 수치는 생선 위주 식사를 하는 사람, 음주나 만성적 약물 사용으로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주로 높게 나타납니다. 일반 어류나 참치 통조림은 주 2~3회 섭취해도 되지만, 다랑어·새치류 같은 큰 생선은 수은이 몸속에 더 많이 축적되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또는 드시지 않길 바랍니다. 또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C 같은 체내 중금속 배출을 돕는 '킬레이트제’ 역할의 영양소 보충도 좋습니다. 오메가3의 경우 눈 건강과 혈행 개선, 중성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 먹으면 좋을 봄철 식재료를 추천해주세요.
단백질·칼슘·철분이 많은 편인 냉이로 냉이된장국, 알리신이 풍부해 살균·해독·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달래로 달래된장국이나 달래무침 어떤가요. 세발나물·돌나물은 물김치·겉절이·샐러드로 활용하면 비타민 C·칼슘·식이섬유 섭취에 좋습니다. 또 봄 도다리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중 단백질 보충용으로도 좋고요. 소라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요즘 봄동 비빔밥도 유행이더라고요. 이런 유행 시기에라도 먹어보세요(웃음). 제철 식품은 신선도가 높고 자연적인 맛과 영양이 뛰어나며 식욕을 돋운답니다. 아빠가 편찮으시고 보니 입맛 돌 때가 복 받은 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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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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