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에 판정패?…2주 뒤엔 호르무즈 유료 되나[점선면]

문광호 기자 2026. 4.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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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사실들): 초토화 폭격 90분 전 전격 합의
선(맥락들): ‘강대강’ 양국이 휴전하기까지
면(관점들): 호르무즈, 2주 뒤엔 유료 통행?
지난 7일 화요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모습(왼쪽).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과의 2주간 휴전 발표 직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이란 정부 지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휴전 기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원유 등 물류의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닙니다. 미국과 이란이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진행할 협상 결과를 주목해야 합니다. 전쟁을 끝내더라도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왜 그런 건지 오늘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공격 90분 전 전격 합의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초토화 시점으로 예고한 ‘4월7일 오후 8시(한국시간 어제 오전 9시)’를 겨우 90여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파키스탄의 공격 보류 요청에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응한 건데요. 이란도 중국의 막판 개입 끝에 휴전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참하기로 했고요.

선(맥락들): ‘강대강’ 양국, 휴전하기까지

이번 합의 직전까지 휴전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미국과 이란 모두 강경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인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 7일엔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 엑스에 “지금까지 1400만명 이상의 이란인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음을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발전소 주변에 ‘인간 사슬’을 만들어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실제로 시민 수백명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중재에 나선 건 파키스탄이었습니다. 파키스탄이 이란·미국 모두와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인데요. 미국은 지난달 24일 파키스탄을 통해 종전을 위한 15개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이란은 지난 6일 10개 조건으로 답했습니다. 튀르키예, 이집트 등도 긴장 완화에 일조했습니다.

미국이 제안한 종전을 위한 15개 요구조건과 이란의 10대 종전 조건 그래픽. 변희슬 기자

이란이 막판 휴전 제안을 수용한 배경에는 중국의 개입도 있었습니다. 이란과 중국은 ‘반미’를 고리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그동안 중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 힘이 약화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했습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길어지고 글로벌 에너지·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예상보다 더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면(관점들): 호르무즈, 2주 뒤엔 유료 통행?

이번 휴전은 세계 경제에 훈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우리 선박 26척을 포함해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있던 유조선들의 통행이 가능해졌는데요. AFP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2주 동안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어제(8일) 코스피 지수는 대형주 급등세에 힙입어 7%포인트 넘게 올라 5800선을 탈환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15% 넘게 하락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제 국내 기름값은 ℓ당 1978원으로 지난 7일보다 10원 올랐지만 점차 진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유가에 연동된 항공유 가격과 유류할증료도 내려올 수 있고요.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이 확정되기 전까지 낙관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란의 ‘종전 10대 조건’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인정이 포함됐는데요. 이 조건이 수용돼 이란이 통행료를 걷기 시작하면 등 물류비 상승은 피할 수 없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낮은 미국이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트루스소셜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언급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될 것이고, 이란은 재건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는데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재건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현된다면 한국처럼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비용 상승을 감수해야 합니다.

지난 8일 오후 12시(현지시간) 기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실시간 해상 교통 상황. 빨간색 아이콘은 유조선 및 원유 운반선. 해협 봉쇄 여파로 진입하지 못한 선박들이 정체돼 있다. 마린트래픽 갈무리

일단 휴전엔 동참했지만 미온적인 태도의 이스라엘도 변수입니다. 휴전 협정 합의가 발표된 이후에도 레바논 베이루트 상공에는 이스라엘의 드론이 계속 날아다녔는데요. 조기총선 요구 등 정치적으로 내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스라엘이 도발을 시도한다면 휴전·협상은 위태로워질 테고요.

어렵게 휴전이 성사됐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0일부터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하는데요.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가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번 전쟁으로 미국이 마주한 것은 “승리의 문턱이 아니라 ‘제국의 한계’”일지 모릅니다. 패권만으로는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금, 이제는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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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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