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멍냥이도 ‘유병장수’ 시대… CT·MRI 찍고 비만관리 받는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 반려견의 수명 연장이 동물의료 시장의 체질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하던 병원은 이제 고도화된 자본과 데이터, 금융 상품이 결합된 ‘펫 헬스케어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현재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1500만 가구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관련 소비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펫 업종 결제 금액은 최근 3년간 30% 이상 증가하며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동물의료는 산업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사료·용품 중심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의료·헬스케어 지출이 핵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동물의료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0%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7년 약 3조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동물의료가 반려동물 생애 전반에 필수적으로 소비되는 ‘준(準) 필수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치료~관리’ 전환...고령화가 만든 의료 수요 폭발
동물의료 시장의 핵심 변화는 ‘사후 치료’에서 ‘사전 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질병 발생 이후 치료에 머물던 의료 이용 패턴이 예방, 정기검진, 만성질환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반려견 기준 9세 이상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의료 이용 빈도와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비 상승 압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2년간 반려가구 평균 치료비는 100만원을 넘어섰고, 고액 진료 경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CT, MRI, 수술 등 고난도 진료가 증가하면서 1회 진료 비용 자체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단순 물가 상승이 아니라 의료 구조 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라는 점에서 지속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보호자의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치료 선택 기준이 ‘비용’에서 ‘치료 수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급은 제한, 수요는 확대...‘고수익 전문시장’ 구조 고착
동물의료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구조가 뚜렷한 산업이다. 수의사는 국가 자격 기반 전문직으로 연간 신규 배출 인원이 약 500명 수준에 그치며 공급 확대 속도가 제한적이다.
반면 반려동물 증가와 의료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는 수의사의 소득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수의사 평균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며 고수익 전문직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자가진료 금지, 처방제 확대 등 제도 변화까지 더해지며 의료 수요는 병원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또한 진료 영역이 치과, 안과, 정형외과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 진료 중심의 시장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물의료 시장은 ‘제한된 공급 + 고단가 수요’ 구조가 고착화되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물병원의 사업 구조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1인 개원 중심의 소형 병원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다수의 수의사가 분과별로 진료하는 조직형 병원이 확대되고 있다. 전체 병원 중 약 28%가 2인 이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는 대형 병원 비중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의료 기술 고도화와 환자 니즈 변화에 따른 것이다. 정밀 진단과 고난도 치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CT, MRI 등 고가 장비 도입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고, 실제 관련 장비 보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병원의 자본 부담을 크게 높인다는 점이다. 개원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면서 개인 개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본 기반 확장, 네트워크 병원, MSO(병원경영지원회사) 모델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동물병원이 점차 ‘의료 서비스업’에서 ‘자본집약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보험·금융 결합...‘펫 헬스케어 생태계’ 확대
동물의료 시장은 금융·데이터 산업과 결합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동물등록제 확대와 진료 데이터 축적은 보험, 결제, 플랫폼 산업과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펫보험은 의료비 부담 완화와 고가 진료 접근성 확대를 통해 시장 성장의 촉진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에는 진료비 자동 청구, 맞춤형 보험 상품, 생애주기 기반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융합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동물병원의 대형화와 장비 투자 확대는 새로운 기업금융 수요를 창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리스, 설비 금융, 투자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결합되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나 동물병원은 타 업종 대비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평균 연매출은 약 3억9000만원 수준이며, 평균 존속 기간도 11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원 대비 폐업 비중이 낮아 전체 병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안정성의 배경에는 단골 고객 기반이 있다. 동물병원은 장기간 축적된 진료 데이터와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고객 이탈이 제한적인 구조를 갖는다. 특히 반려동물 의료는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경기 변동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 이면의 과제”…의료비·정보 비대칭·제도 공백
다만 시장 성장 이면에는 구조적 과제도 존재한다. 우선 의료비 부담 증가에 대한 소비자 체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난도 진료 확대와 장비 투자 증가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진료 정보 비대칭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진료비 공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제도 인지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질적인 정보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의료 체계 미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인체 의료와 달리 1차·2차 의료 전달 체계가 명확히 구축되지 않아 고난도 진료 쏠림 현상과 비용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동물의료 시장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 의료 중심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웨어러블 기기, AI 분석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질병 예측, 맞춤형 치료, 원격 모니터링 등 새로운 의료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진료 데이터 표준화가 진행될 경우 보험, 헬스케어, 바이오 산업과의 연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의료 시장은 단순 치료 산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산업으로 진화하는 단계”라며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제도 정비와 소비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비 상승·정보 비대칭 여전…제도 보완 필요성 부각
이처럼 반려동물 장수 시대 진입과 함께 동물의료 시장은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다. 수요 확대, 전문화, 자본집약화, 데이터 결합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은 기존 의료 서비스 범주를 넘어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의료 수요가 확대되면서 예방·관리·치료를 아우르는 통합 헬스케어 개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병원 중심의 단일 서비스에서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병원 간 격차 역시 자본력과 전문성에 따라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향후 동물의료는 단순 진료를 넘어 금융, 데이터, 플랫폼이 결합된 ‘펫 헬스케어 생태계’로 확장되며 새로운 성장축을 형성해 보험, 결제, 커머스 등 연관 산업과의 융합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 규모와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왕다운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리=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