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득과 실은?

임준혁 기자 2026. 4.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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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비공개 입찰 참여·최종 제안서 제출
수직계열화 통한 국제입찰 우위·수출경쟁력 제고
“방산 회복탄력성 취약...독점 붕괴시 회복 곤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풍산의 탄약사업 부문 인수를 위한 비공개 입찰에서 최종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를 공식화하며 그룹 방산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풍산의 탄약사업부 인수를 위한 비공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종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초기 인수의향서(LOI)보다 구속력이 높은 단계로 한화의 인수 의지가 상당히 구체화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의 탄약사업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풍산 탄약사업 부문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오른 LIG D&A와 현대로템은 응찰하지 않았다. 각 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와의 접점이 약하고 한화의 자금동원력과 적극적 인수 의지 등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 한화에어로 인수 실탄 충분...현금성자산 4.2조

시장에선 풍산 탄약사업 부문 매각 가격을 1조5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작년 말 한화에어로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2174억원에 달한다.

탄약은 포탄과 이를 발사하는 장약(화약) 등으로 구성되는 무기체계의 핵심 구성요소다. 실제 전장에서 탄약은 전투 지속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또 소모품인 탄약은 K9 자주포와 같은 무기체계와 달리 한번 납품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한다.

풍산의 탄약사업부는 국내에 경쟁사가 없는 독점 구조이며 해외로부터 탄약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한화가 풍산의 탄약사업을 인수할 경우 K9 자주포, 천무를 중심으로 한 발사 체계부터 포탄과 장약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게 된다. 즉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운용에 필요한 전력을 통합 제공할 역량을 갖춘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해외 수주 및 수출 경쟁력 제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과 직결된다.
풍산이 생산하고 있는 탄약 라인업./풍산

이번 인수를 지켜보는 업계의 관심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가 탄약사업 부문 인수를 통한 핵심 시너지로 '패키지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K9 자주포와 155㎜ 포탄을 한데 묶은 패키지 형태의 수출 제안이 가능해질 경우 단순 제품 추가를 넘어 가격 경쟁력 제고와 납기 단축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증대로 글로벌 수주전에서도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K9자주포·155㎜ 포탄 패키지 수출...가격경쟁력 제고

풍산 탄약사업 인수는 한화에어로가 추진 중인 미국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단 견해도 나온다. 회사는 최근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입, 미 아칸소주에 탄약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풍산의 탄약 생산 노하우가 이식되면 아칸소 공장은 155㎜ 포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약을 현지에서 제조해 미 육군에 바로 공급하는 전략적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화의 이번 인수가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방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방산기업의 인수합병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산업통상부와 방위사업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국내 탄약 시장 점유율 100%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을 조건부 승인의 수위도 관건이다. 풍산은 국내 대구경 탄약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화에어로가 이를 인수하면 보유 중인 플랫폼은 물론 탄약까지 한화가 가격 결정권을 쥐게 된다.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 시도는 명약관화란 분석이다.

풍산 소액주주들의 매각 동의 여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풍산이 탄약사업부를 분할하려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체 주주 3분의 2(66.7%)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풍산의 최대 주주인 풍산홀딩스는 현재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풍산의 양대 축인 신동과 탄약 부문 중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는 만큼 주주들의 반발을 살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정부 허가·공정위 승인·소액주주 동의 관건

풍산의 탄약사업 매각이 방위산업의 특성상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 경쟁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풍산의 기술과 인력, 생산라인이 한화로 쏠리면 효율은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구조적 리스크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공급망 단일화로 위기 대응력의 저하와 중소 협력사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으로 지나치게 종속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풍산 탄약사업 인수 추진은 수직계열화 구축을 통한 효율성으로 무기를 보다 빠르게 양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명분에서 동의한다"면서도 "우수한 가성비와 납기경쟁력 등 현재의 K-방산의 위상은 다수 업체가 경쟁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업체들이 서로 건전한 경쟁과 협력에 기반해 건강한 방산 생태계를 조성함에 따라 이룰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기업이 방산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정부로서도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공정위가 설탕 같은 일반 소비재 시장에는 가격 담합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높은 과징금을 매기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방산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며 "타 산업과 달리 방산은 회복탄력성에 취약한 산업이다. 특정 기업의 독점 및 가격 상승, 공급망 약화 등으로 산업 생태계가 한번 무너지면 수익성이 낮고 진입장벽도 높은 방산 특성상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즉 특정 기업이 커질수록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주체에 의해 방산 생태계가 구성돼야 혁신과 경쟁, 협력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데 독점이 발생하면 이 세 가지 요소들은 일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규모의 경제 VS 방산 생태계' 존립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풍산 탄약사업 인수로 한화의 덩치가 커질수록 방사청 등 정부 당국도 한화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며 "한화에서 인수 직후 시장의 독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탄약을 비롯한 무기체계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겠지만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 추구에 있는 만큼 처음 시장에 한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가 풍산 탄약사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방산업계는 조만간 '대한민국 방산 생태계'와 '한화란 방산기업' 중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순간에 맞닥뜨릴 것"이라며 "방사청, 공정위 등 당국이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정책적 차원의 숙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수직계열화 효과로 K9 자주포를 패키지로 수출할 수 있게 돼 원가절감, 납기 단축 등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독일의 라인메탈과 유사하게 자주포, 탄약,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패키지화해 수출이 가능하다면 수출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지향하는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도약 차원에서 한국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형 글로벌 방산기업이 나와야 한다. 내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수출 중심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및 방산업체 순위 상승이 관건"이라며 "물론 혁신 유인 감소, 경쟁 저하에 따른 정부 협상력 감소 등 단점이 없을 수 없지만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방사청의 허가, 공정위의 심사 과정에서 독점 방지를 위한 정책적 안전장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보완을 요구한다면 (한화의 풍산 탄약사업 인수는)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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