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시간 써서 연예인 성벽을 구경하나” 연예인 홍보관 ‘유퀴즈’ 한강뷰에 갇힌 ‘나혼산’

황지민 2026. 4. 9. 06: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대표 예능 ‘나 혼자 산다’는 1인가구의 고군분투 대신 연예인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는 쇼케이스로 변해 지적을 받고 있다/MBC ‘나 혼자 산다’ 공식 포스터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일반인들의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스타 홍보관으로 전락해버렸다/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공식 포스터

[뉴스엔 황지민 기자]

장수 예능은 넘쳐나는데 '국민 예능'은 실종된 시대 길거리 떠난 '유퀴즈', 한강뷰에 갇힌 '나혼산'... '우리' 대신 '나'만 있는 TV 체제 고착화와 신예 진입 차단... 시청자는 유튜브로 발길 돌려

대한민국 예능 판도는 현재 ‘장수 예능’ 전성시대다. ‘1박 2일’, ‘런닝맨’, ‘나 혼자 산다’ 등 10년을 훌쩍 넘긴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황금시간대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 국민이 월요일 아침이면 전날 밤 예능 내용을 주제로 대화 꽃을 피우던 날들은 사라졌다. 문제 핵심으로는 ‘시청자 공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 ‘대리 만족’ 임계점 넘은 관찰 예능 … 공감이 아닌 박탈감 전시

MBC 대표 예능 ‘나 혼자 산다’는 그 비판의 정점에 서 있다. 초기 이국주, 데프콘 등이 출연하며 비혼 및 1인 가구의 고군분투를 담아냈던 ‘나혼산’은 이제 ‘나 혼자 (잘) 산다’를 넘어 ‘나 혼자만 (잘) 산다’는 조롱 섞인 비판에 직면했다. 한강뷰가 내려다보이는 수십억 대 빌라,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인테리어와 가전제품, 그리고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고가 취미 생활은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대리 만족’을 주지 못한다.

실제로 MBC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30억 빌라, 청담동 그릭요거트, 50만 원이 넘는 식사 장면이 청년 1인 가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물"이라거나 "섭외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는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은 차갑다. 예능이 시청자의 삶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초라함을 일깨우는 장치가 되어버렸다.

2010년대 초반 MBC ‘아빠! 어디가?’, ’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등 육아 예능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속에 ‘우리네 일상’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빠들이 아이와 서툴게 소통하고, 동네 골목에서 뛰노는 모습은 대중의 깊은 공감을 샀다. 캠핑장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 장면은 전국적 ‘짜파구리’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육아예능이 연출하는 장면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연예인 이모, 삼촌을 부르거나 스타 셰프의 오마카세를 즐기는 모습은 프로그램이 지녔던 고유한 특성이 퇴색됐다는 의견을 낳았다.

■ 초심 잃은 ‘유퀴즈’, 시민의 길에서 스타의 홍보관으로

포맷 변질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사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이다. 2018년 런칭 당시, 이 프로그램 주인공은 이름 없는 시민들이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청소 노동자, 취업 준비생, 재래시장 상인 등이 전한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는 정형화된 연예인 토크쇼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명분으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 ‘유퀴즈’는 다시 밖으로 나갈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유퀴즈’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들르는 스타 정거장이 됐다. 수억 원 수입을 올리는 스타들이 출연해 본인 고민을 털어놓는 광경은, 과거 시민들과 퀴즈를 풀며 100만 원의 상금을 '복권'처럼 선물하던 그 소박한 기쁨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퀴즈 난이도는 낮아졌고 상금은 출연 서비스로 전락했다. 실내 촬영이 주는 편리함과 스타 섭외를 통한 화제성 확보는 포기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하지만 한때 프로그램을 사랑했던 애청자들은 "개성을 잃고 흔한 연예인 홍보관이 되어버렸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시민 품을 떠난 예능에 남은 것은 자본과 화려함뿐이다.

■ 체제 고착화와 무너진 신인 등용문

현재 지상파 예능의 출연진 구성을 보면 수십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유재석, 김성주, 신동엽 등 이른바 ‘메가 MC’들이 여전히 중심을 잡고 있으며, 그 주변은 이들과 친분이 두터운 이른바 ‘라인’이나 ‘패밀리’들로 채워진다.

이러한 ‘카르텔화’된 캐스팅 구조는 신선함을 흐릴 수 있다. 방송사는 리스크를 줄이고, TV 주 타겟층인 40대 이상 시청자를 위해 검증된 인물들만 고집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플랫폼의 노후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재능 있는 신예들은 더 이상 공중파 오디션이나 공채 시스템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채널을 만들 수 있는 유튜브나 OTT로 향한다. 앞으로 세대가 점점 더 TV와 멀어지는 방향을 스스로 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튜브로 몰린 신예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TV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도 더 큰 공감과 파급력을 만들어낸다. TV 예능이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거목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하는 사이, 시청자 니즈를 기민하게 반영한 개인화된 콘텐츠들이 대중 눈높이를 이미 점령해 버렸다. TV 예능 제작진이 "유튜브 때문에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핑계를 대기 전에, "과연 우리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려는 의지가 있었는가"를 먼저 자문해야 하는 이유다.

■ 공감이 사라진 예능은 ‘소음’에 불과하다

현재 TV 예능이 처한 위기는 외부 환경(유튜브, OTT)이 아닌, 으로 돌리기보다, 내부 정체성 상실에서 기인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호화로운 연예계 생활을 구경하며 감탄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과 맞닿아 있는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거나,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이웃과 진심을 마주하는 경험이다.

유튜브가 강력한 이유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과 직접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V 예능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화려한 스튜디오와 연예인 카르텔에서 벗어나 다시 ‘현장’으로, ‘시민’ 곁으로 내려와야 한다.

방송사는 단순히 시청률 지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콘텐츠는 일시적인 화제성은 잡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인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

지금 TV 예능은 시청자를 관객으로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국민 예능은 시청자를 프로그램 일부로 초대했다. 점점 팍팍해지는 삶 속에서, 대중은 더 이상 그들만의 화려한 파티를 지켜봐 줄 만큼 인내심이 깊지 않다. TV가 시청자 마음을 다시 읽어내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안방극장에는 정적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