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이 모두가 졌다…40일 만에 휴전 미-이란 전쟁이 남긴 것

정의길 기자 2026. 4. 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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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봉쇄만 초래
이란, 지도부와 국토 유린당해
국제법 무시에 세계경제 고통
이란 전쟁의 휴전을 알리는 신문을 8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노점상이 진열하고 있다. 휴전을 중재한 파키스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협한 문명 파괴에서 세계를 구했다고 신문이 알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39일 동안의 전투 끝에 2주 휴전에 들어간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오일 쇼크’를 부른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에 버금가는 경제·정치적 충격을 줬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표적 살해한 공습으로 시작한 이번 전쟁은 이란이 즉각 미사일·드론으로 반격하면서 중동 전역이 전장으로 변신했다.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내외였던 국제 유가는 100~150달러를 넘나들며 요동쳤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이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통행이 막히면 유가는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아,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재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서 주요 물가 지표인 기름값이 갤런당 약 3달러에서 4달러로 수직 상승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30% 전반대로 떨어졌다. 전쟁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믿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이반과 균열도 심해졌다. 트럼프를 겨냥한 노킹스데이 시위 등 반트럼프 진영의 결집도 강화돼,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이란 체제가 붕괴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으로 전쟁을 개시했으나, 이란에서는 오히려 혁명수비대 중심의 강경파 주도로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재편됐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끌려 전쟁에 말려들었다는 비난이 마가 진영에서부터 제기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이 중동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 때문에 미국도 선제공격했다’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이 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3월21일부터 이란에 최후통첩을 하며 호르무즈 개방을 압박했지만, 이란은 꿈쩍하지 않았다. 애초 48시간의 간격을 두고 최후통첩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닷새, 열흘, 추가 하루 등 통첩 시한을 세차례나 유예했다. 전쟁으로 초래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해소하는 것이 전쟁의 목표가 되어버린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 사이 균열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개방을 위해 동맹국에 전함 파견 등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호르무즈 개방은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책임지라’는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했다.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트럼프의 거칠고 무례한 언사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소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대꾸하는 등 동맹국 정상 사이의 관계는 거의 파탄 수준으로 치달았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지난 2일 30여개국과 함께 미국을 배제한 전후 호르무즈 관리를 위한 국제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이란은 지도부 부재 사태를 대비하는 후보군을 미리 선정하는 한편 부대 및 지역별로의 자율적인 방위를 책임지는 모자이크 방위 체제를 구축해 항전했다. 미국·이스라엘이 절대적인 제공권으로 이란 전역 목표물을 1만개 이상 공습했지만 파괴가 확인된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미 정보당국은 그 절반 정도가 온전하다는 평가를 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바레인의 5함대 본부 기지를 타격해 미군 1500여명을 철수시켰고, 조기경보레이더 및 조기경보기 등을 파괴하는 등 중동 전역 미군 기지에 피해를 줬다.

특히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전략적 통제력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란은 하메네이 등 최고지도부가 이스라엘 주도의 제거 작전에 쉽게 제거되는 취약성을 보인데다 방공망도 파괴됐다. 미-이스라엘의 공격에 벌거벗은 상황이다. 7일 기준 이란에서는 2천명 이상 숨지고 2만6천여명이 다쳤다.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아랍에미리트 등 페르시아만 일대의 친미 보수왕정 수니파 국가들은 미군 기지가 안전 보장이 아니라 위협의 근원이 됐다. 이 국가들은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안보를 우선시하며 자신들을 희생시킬 수 있음을 피부로 실감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전쟁의 패자다.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도 잇따른 도발과 전쟁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쟁 과정에서 국제법은 무시되고, 세계 경제도 혼란을 겪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전쟁이다.

정의길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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