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말 못 할 고민 나눠요”···청소년들 자주 찾는 ‘정신건강 키오스크’ 어떤가보니
“주변에 못하는 얘기, AI에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로”
정신건강 예방관리로 상담문턱 낮춰, 1년간 3132명 이용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양(14)은 요즘 수학시험 점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다. A양이 학업과 친구 문제 등에 대해 고민이 쌓일 때 찾는 곳은 서초스마트유스센터다. 지난 2일 오후 센터에서 만난 A양은 ‘인공지능(AI) 정신건강 키오스크’ 챗봇 상담 창에 카톡 하듯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챗봇은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게 된다. 점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힘들 때는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라”고 답했다. A양은 “로봇이라 학습으로 입력된 답변을 한다는 걸 알지만, 로봇이어서 타인이 날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부담 없이 속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9일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2월부터 AI 정신건강 키오스크를 청소년·청년 시설에 7대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넥스브이가 만든 이 키오스크는 2024년 ‘테스트베드 서울’ 공모에 선정돼 도입됐다. 중소기업 기술을 공공분야에 적용해 실증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키오스크는 감정 흐름 분석 특허 기술과 헬스케어 특화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체개발한 AI 모델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범용 챗봇과 달리 정신건강 상담에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한다”고 구는 설명했다. 키오스크에서는 설문 진단검사와 고민상담, 심리상담 등을 할 수 있고, 익명성 보장을 위해 상담하는 이들은 성별과 나이만 입력한다.
김혜진 서초유스센터 스마트상담팀장은 “청소년기에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 상담을 하러 가기까지는 문턱이 높다”며 “키오스크는 청소년들이 등하굣길에 들려 마음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돕는 예방적 상담 도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용자가 심도 있는 상담을 원할 경우는 키오스크에 연락처를 남길 수 있게 해 스스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해 뒀다.

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3132명(8세~30세)이 이용해 키오스크가 심리 상담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는 10~11세였다. 고민 대화는 숙제가 1위, 중독(게임·스마트폰 등)이 2위, 자신감·자존감 저하가 3위로 집계됐다.
B군(14)은 키오스크에 대해 ‘친구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B군은 “발표 할 때 떨지 않고 말하는 법부터 중간고사를 망친 이유, 여자 친구와 싸웠을 때 푸는 법 등에 대해 털어놓다 보니 현실 친구보다 더 친밀한 가상 친구 같다”고 했다.
센터에는 키오스크 외에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힐링VR(가상현실)기기와 위로의 문구를 만들어 주는 ‘마음자판기’ 등이 있어 청소년들이 쉬면서 마음을 돌볼 수 있게 했다. C양(15)은 “낯가림이 심해 사람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은데, 키오스크 앞에선 예민한 성격과 숏폼 중독 등 친구에게 말 못할 고민들을 얘기한다”며 “AI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구 관계자는 “단기적인 상담을 넘어 키오스크에 쌓인 상담 데이터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관계기관 프로그램 운영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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