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경쟁 심화…SK하이닉스, 낸드·차세대 기술로 반격 [AI칩 인사이드]

이유나 기자 2026. 4.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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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인증 지연...공급 경쟁 구도 재편
낸드·차세대 공정으로 반격 전략 가속

SK하이닉스가 HBM 경쟁 격화 속 메모리 주도권 사수를 위한 '큰 그림'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HBM4 엔비디아 검증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시장 경쟁 구도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낸드 신제품 출시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 도입 등을 병행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이 메모리 경쟁력에 달렸다는 평가 속에 SK하이닉스가 단기 실적 방어와 중장기 기술 전환을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321단 QLC 낸드 SSD 출시...AI PC 수요 선점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8일) 쿼드레벨셀(QLC) 기반 SSD 'PQC21'을 출시하고 글로벌 고객사 공급을 시작했다.

321단 고층 적층과 QLC 기술을 결합해 저장용량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SLC 캐싱 기술을 적용해 성능도 끌어올렸다. 회사는 4월부터 델 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AI PC 시장 내 스토리지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AI PC 확산으로 고용량 ·저전력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신제품이 단순한 라인업 확대를 넘어, HBM 중심의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낸드 사업을 통한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 HBM4 경쟁 본격화...검증 지연 변수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어온 HBM 시장은 경쟁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 HBM4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출하와 관련한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를 공식화하며 엔비디아에 우선공급 하고 있고,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향 HBM4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GPU 성능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상위 성능 구간(빈, bin)에 대한 검증 난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인증 일정이 길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샘플로는 11.7Gbps급 속도 구현이 어려운만큼, 성능을 보완한 최상위 버전의 HBM4를 재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1c D램, 4나노 로직 베이스 다이를 적용해 11.7Gbps의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단일 스택 기준 메모리 대역폭 역시 전작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된 최대 3.3TB/s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증 지연이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키뱅크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4 인증 지연 등의 여파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 생산 목표는 기존 200만대에서 150만대로 25% 하향 조정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성능 경쟁과 별개로 초기 수율과 공급 안정성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주요 공급사들의 HBM4를 모두 승인해야만 충분한 물량 확보가 가능한 구조인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업체들이 모두 인증을 획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량 측면에서는 하이닉스가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향 HBM4 공급 비중을 SK하이닉스 60%, 삼성전자 4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권영화 서울기독대학교 글로벌AI융합대학 교수는 "HBM 주도권이 SK하이닉스에서 삼성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여지지만, 삼성으로만 (엔비디아) 물량을 커버할 수는 없다"며 "공급 안정성과 리스크 분산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하이닉스가 6, 삼성전자가 4 정도 납품 물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하이브리드 본딩 카드...차세대 기술 승부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공정 전환 시점을 앞당기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오는 2029년 8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5)를 출시와 함께 하이브리드 본딩을 양산 단계에 본격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HBM4 검증 변수와 경쟁 심화 흐름을 감안할때, 차세대 제품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선제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와 BE 세미컨덕터 인더스트리즈(BESI)의 통합 하이브리드 본딩 솔루션을 조기에 도입해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는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 GPU와 결합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적층 수가 늘어날수록 물리적 한계와 성능 저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보다 미세한 인터커넥트 구현과 적층 효율 개선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본딩으로의 전환을 본격 검토하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다이 간 간격을 줄이고 신호 전달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어,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적층 구조가 20단 이상으로 확대되는 차세대 HBM에서는 사실상 필수 공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HBM 공급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대응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통해 HBM5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세대 전환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 실적은 '사상 최대' 전망...AI 수요가 견인

한편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가 또 한번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은 약 47조원, 영업이익은 약 32조원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배경에는 AI 수요 확대가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HBM 판매가 빠르게 늘었고,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제품 비중도 높아졌다. 낸드플래시 부문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고 재고 부담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실적 흐름을 받쳐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57조 2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자, 양사 모두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양사 합산 매출이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유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