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앱 '뉴 하나원큐' 강제 개편 대혼란… 별점 '하나' 은행 되나

김태현 기자 2026. 4. 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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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3.2점짜리 신버전, 4.2점짜리 구버전. 하나은행이 1년 넘게 공들여 내놓은 새 앱이 폐기 예정인 구버전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우먼센스] "20년 넘게 하나은행만 썼는데, 앱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바꾸고 싶다." 3월 말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온 리뷰 한 줄이 하나은행의 현재 상황을 압축한다. 별점 1점짜리 리뷰가 수백 개씩 쌓이는 와중에 은행 측 공식 답변은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로 판에 박힌 채 반복됐다. 고객들의 분노가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이유다.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논란의 발단은 지난 2월 19일 하나은행이 기존 '하나원큐' 앱을 사실상 폐기하고 '뉴 하나원큐'라는 이름의 신규 앱 설치를 사용자에게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앱은 '(구)하나원큐'로 전환하며 아이콘을 회색으로 바꿨고 곧 폐기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모바일·기업뱅킹·상품·마케팅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작업으로, 하나은행은 통합 자산관리 중심의 화면 구성과 AI 기반 연금 시뮬레이션, 맞춤형 서비스 등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일반적인 버전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 앱 설치를 강제한 데다 사전 공지도 충분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콘이 칙칙한 회색으로 바뀐 것을 보고서야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아챈 사용자가 대부분이었다. "신분증, 계좌, 비밀번호까지 연속으로 요구하는데 스미싱인 줄 알고 놀랐다"는 리뷰가 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새 앱에는 긍정적인 반응도 일부 있었다. '구버전보다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디자인이 트렌디해졌고 버튼 배치가 쾌적하다'는 평가가 달렸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였다. 압도적 다수의 리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가입부터 막힌 문

새 앱을 깐 뒤 사용자들을 처음 맞이한 건 신분증 촬영 인증이었다. 하나은행 전용 인증서인 '하나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실물 신분증을 카메라로 찍어 제출해야 했는데, 이 과정이 혼란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운전면허증으로 20번 넘게 찍었는데 계속 'fake 이미지'라고 나온다", "주민등록증·면허증·여권 세 가지 다 안 된다", "37회 시도에도 실패했다", "다른 은행 앱은 한 번에 됐는데 왜 여기만 안 되냐"는 항의가 쏟아졌다. 가입 자체를 포기하고 구버전으로 돌아갔다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다.

사진=플레이스토어 캡처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식률이 너무 좋으면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기준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식이 안 되는 게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의도적인 보안 설계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카카오뱅크 등 타사 앱은 인식률이 너무 좋아서 보안에 취약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다른 은행 앱은 한 번에 됐는데 여기만 수십 번을 해도 안 된다"는 리뷰가 수백 건에 달한다. 보안 기준을 높였다 해도 정당한 신분증 소지자가 37회 시도 끝에 포기하는 상황은 보안 강화가 아니라 서비스 기능 마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분증 인증 오류와 함께 사용자들의 불만이 집중된 건 알림음 문제였다. 새 앱의 입금 알림음은 '돈들어왔숑'이라는 다소 가벼운 멘트로 고정돼 있었고, 이를 변경하거나 무음으로 설정할 수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직장에서, 회의 중에, 새벽 잠자리에서 이 소리에 놀랐다는 항의가 3월 내내 쏟아졌다. "낮잠 자던 아기도 깼다"는 리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필수 기능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그룹의 기본 알림음이 따로 존재하며, 앱 설정 과정에서 해당 음성이 선택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수의 리뷰에서 "알림음을 바꾸는 방법이 없다"는 증언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플레이스토어

알림음이 듣기 불편하다는 리뷰에 대해 은행 측이 앱스토어에 남긴 해결책은 단 하나였다. '휴대폰 설정에서 전체 알림 음량을 0으로 낮추라'는 것이었다. 하나은행 앱 하나 때문에 스마트폰 전체 알림을 꺼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체 금액을 입력할 때 숫자 하나를 누를 때마다 울리는 햅틱 진동도 같은 식이었다. 앱 내에서 끄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았고, 은행 측은 '스마트폰 시스템 진동을 끄라'는 안내를 내놨다. "이 앱 하나 때문에 폰 전체를 건드려야 하냐"는 반발이 리뷰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나은행 측은 "현재는 시스템 알림 또는 무음 설정이 가능하도록 개편됐다"고 덧붙였다.

기능 문제를 넘어 배터리 소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갤럭시 S23 울트라 사용자 한 명은 "실제 앱 사용 시간은 3일간 합산 1분 미만인데 배터리 점유율이 3일 연속 26%, 48%, 47%로 나타났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유튜브를 5시간 시청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은행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소모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나은행은 '배터리 최적화 설정으로 변경해 달라'고 안내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자 모드에서 앱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에 대해서는 "악성 앱에 의한 정보 탈취 등 보안상의 이유로 개발자 도구 활성화 상태에서는 앱 실행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공식 리뷰 답변을 통해 전했다.

사진=Gemini 생성

그렇다면 하나은행이 이 같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새 앱을 출시하고 하나인증서 전환을 유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은행 관계자는 "장기간 노후화된 서버를 교체해 서비스의 근본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하나인증서 발급 실적이 내부 평가 지표(KPI)와 연동돼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나인증서를 발급받지 않으면 이체 시마다 ARS 인증이라는 추가 절차가 붙는 구조 역시 사실상 발급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공동인증서나 간편비밀번호도 사용 가능하다"며 "다만 해당 방식의 경우 100만 원 초과 이체 시 ARS 인증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측은 이 같은 문제들을 인지하고 개선 작업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구버전과 신버전 앱이 병행 운영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하나원큐가 안정화 초기 단계에 있어 일부 이슈가 발생했다고 보고 신속한 점검과 개선을 진행 중"이라며 "기존 앱의 서비스 종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4.2 VS 3.2,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평점은 솔직하다. 4월 현재 뉴 하나원큐의 평점은 3.2점(리뷰 1,540건)인 반면, '종료 예정' 딱지가 붙은 (구)하나원큐는 4.2점을 유지하고 있다. 폐기되는 구버전이 현역 신버전보다 평점이 1점 높다. 

1점짜리 리뷰에는 기기명(갤럭시 S23 울트라, 노트10), 날짜와 시간대, 오류 코드(460), 신분증 촬영 시도 횟수까지 구체적인 서술이 담겨 있다. 허구로 꾸며내기 어려운 수준의 디테일이다. 반면 5점짜리 리뷰 상당수는 '굳굳', '좋아요', '쌈빡해짐' 등 한 줄로 끝난다. 실제 사용자가 남긴 평가로 보기엔 지나치게 짧다. 한 사용자는 아예 속내를 드러냈다. 5점을 매기며 이렇게 썼다. "별점 1점을 주면 리뷰가 상단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5점을 줍니다. 로그인 오류가 매우 자주 발생합니다." 불만이 묻히지 않기 위해 일부러 정반대의 별점을 택한 것이다.

사진=하나은행 인스타그램

이 와중에 하나금융그룹은 연예계·스포츠계를 통틀어 최고 몸값의 광고 모델들을 집결시켰다. 지드래곤, 손흥민, 임영웅, 아이브 안유진, 강호동, 하정우. 4월 1일 만우절에는 하나은행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상의 영화사 '하나픽처스' 출범을 선언하는 페이크 마케팅 캠페인까지 펼쳤다. 

업계에서는 '꿈에서도 못 보는 라인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해당 광고를 접한 하나금융그룹 실사용자 A 씨의 반응은 달랐다. A 씨는 "하나금융그룹이 주거래 금융회사인데 광고에 들일 돈을 앱 개발에나 썼으면 좋겠다. 저렇게 광고한다고 갑자기 하나은행을 새로 쓰겠냐. 기존 이용자도 앱을 쓰다 보면 떠날 판이다"라고 지적했다. 초특급 라인업이 브랜드를 올려놓는 속도보다, 앱이 고객을 밀어내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토스, 카카오뱅크가 잘나갈 수밖에 없다"는 한 사용자의 리뷰가 하나은행이 놓치고 있는 핵심을 찌른다. 은행 앱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건 단순하다. 빠르고, 조용하며, 복잡한 절차 없이 안전하게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것. 지금 하나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그 반대라는 평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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