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근친혼 풍습 있었다"…한국 첫 대규모 고유전체 연구로 입증

삼국시대 신라 고총군에서 출토된 유골 속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 근친혼과 순장 풍습의 유전학적 근거가 확인됐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고유전체 연구를 통해 당시 사회 구조와 관습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대는 정충원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우은진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고고유전학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신라 고총군에서 발굴한 유골 78구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당시 근친혼과 순장 문화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됐다.
유골과 미라 등에 남아 있는 고유전체 기반의 고대 사회상 연구는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동아시아 고대사회에서 친족 관계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상태다. 특히 삼국시대 신라는 '삼국사기' 등 역사서를 통해 왕실 내 근친혼과 순장 풍습 등이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실제 무덤 속 유골 증거를 통한 유전학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경북 경산시의 임당동-조영동 고총군의 44개 무덤의 무덤 주인과 순장자 78명의 고유전체를 분석해 고대 한국 지역사회의 친족 네트워크를 복원했다. 임당동-조영동 고총군은 3세기 신라에 복속된 원삼국시대의 소국 압독국 후손들의 집단 무덤으로 대표적인 한국의 순장묘로 꼽힌다. 4~6세기에 걸쳐 약 100년 동안 조성됐다.
연구팀은 고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1차 친족 11쌍, 2차 친족 23쌍, 3차 이상 친족 20쌍의 관계를 파악했다. n차 친족이란 공통조상을 통해 공유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비율에 따라 나뉘는 촌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사이에 해당하는 1차 친족은 유전자를 약 50% 공유하고 3차 친족인 사촌형제나 증손 관계는 유전자를 약 12.5% 공유한다.
분석 결과 6촌 이내 근친혼 사례 5건이 무덤 주인과 순장자들 모두에서 발견됐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근친혼이 왕실 엘리트만의 관행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가족 단위 순장이 처음 유전적으로 입증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무덤 주인과 함께 묻힌 순장자 사이에 친족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분에 따라 구분된 순장 풍습이 확인된 것이다.
또 유럽 고대 사회의 엄격한 여성 족외혼과 달리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의 친족 연결도 간 차이가 없어 족내혼의 친족 구조가 시사됐다. 여성 족외혼은 집단이 남성을 따라가며 여성이 본인의 집단을 떠나 타 집단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 풍습이고 족내혼은 사회 집단 내부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 풍습을 말한다.
연구팀은 과거 고고학적으로 배우자 관계의 묘지일 가능성이 높은 연접분의 두 무덤 주인들이 실제로 부부관계임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연접분들 또한 부부관계일 가능성을 지지하는 근거를 발견한 것이다.

오 교수는 "해당 지역이 신라 전체나 삼국시대 한국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단일 유적에서 78개체, 13개 가족 족보를 복원한 규모 자체가 한국 고고유전학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주 왕경의 대형 고총이나 고구려·백제 지역으로 연구가 확장된다면 골품제의 유전적 실체와 삼국 간 혼인 관행 차이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상희 리버사이드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무덤의 주인공인 주피장자와 순장자 간의 생물학적 관계를 유전학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사료와 유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한국 고대사회의 일면을 확인했다"며 "한국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첫 대규모 고유전체 연구로 집단의 유전자 역사와 고대 사회의 구성을 동시에 들여다보았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 주변 지역에도 확장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며 "집단의 이동성, 건강과 질병, 사회생물학적 정체성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 장례 문화에 반영되었는지 밝히는 글로벌 융합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adv.ady8614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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