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술판, 노상 불판… 도심의 봄 ‘쓰레기 몸살’

구아모 기자 2026. 4. 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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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서울 곳곳 ‘무법천지’

“벚꽃뷰가 아니라 사람뷰, 쓰레기뷰인데요.”

8일 저녁 ‘야장 거리’로 바뀐 서울 성북구 성북천 벚꽃길. 고깃집 등 식당 50여 곳이 골목에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 중이다. 식당마다 손님이 북적였다. 벚꽃길 곳곳엔 쓰레기 더미도 쌓여 있다. /박성원 기자

일요일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천 벚꽃길. 지하철 한성대입구역 인근에 550m 정도 이어진 골목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게 바깥 도로에 깔린 식당 테이블과 가던 길을 멈추고 벚꽃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뒤엉켰다. 여기에 약 8m 간격으로 있는 벚나무 아래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어지러움을 더했다.

이 일대엔 식당이 50곳 넘게 몰려 있다. 대부분 고깃집이다. 가게마다 불판을 올려놓은 테이블 2~3개씩을 도로에 설치하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른바 ‘야장(야외장사)’에 나선 것이다. 야장에는 주로 밤에 벚꽃길을 찾는 행인들을 겨냥한 야시장이란 뜻도 담겼다.

성북천 벚꽃길 인근 야장 거리에는 식당 테이블 말고도 대기 손님용 벤치까지 줄지어 있었다. 밤이 되자 골목에는 기다리다 지쳐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들과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뒤엉켜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보행이 어려웠다.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성북천 벚꽃길 인도에 음료컵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봄철 야장 이용객이 늘면서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지 않은 모습이다. /윤성은 기자

이 일대가 야장 명소로 부상한 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이 나면서다. 몇 년 전까지는 주민과 인근 대학생들만 찾을 정도로 외지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동네 골목이었다. 하지만 천변 벚꽃 아래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연인과 함께 온 최모(30)씨는 “오후 3시에 대기를 걸었는데 밤 8시가 넘었는데도 40팀이나 남아 있다”며 “야장에서 한 번 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했다. 한 고깃집 직원은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오후 3시쯤 웨이팅을 끊는다”며 “대기 손님만 받아도 밤까지 장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손님이 몰리면서 거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종로3가 야장거리의 한 업소 앞에 설치가 금지된 대형 천막이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그 아래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윤성우 기자

지난 3일 저녁 찾은 종로3가 야장 거리도 혼란스러웠다. 돈화문로11길에는 식당 50곳이, 인근 갈매기살골목에는 식당 29곳이 몰려 있다. 야장 영업철을 맞아 종로구는 보행로 확보를 위해 ‘1줄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식당마다 2~3줄씩 테이블을 길거리에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업소는 설치가 금지된 대형 천막을 치고 테이블을 50여 개 깔았다.

이 바람에 폭이 좁은 골목을 지나려면 테이블 사이를 비집고 나가야 했다. 고기를 굽는 불판을 스치듯 지나가는 상황도 이어졌다. 종로3가역 3번 출구 앞에선 20여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 수백 개가 널려 사실상 ‘야외 흡연장’처럼 거리가 변했다. 어떤 곳에는 소화기가 쓰레기 더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봄이 돌아오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식당 업주 등이 도로를 무단 점용해 영업하고 야장 손님들이 보행로를 점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행정 당국의 안전·환경 관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종로3가 야장거리에서 벚꽃 아래 무허가 야장 테이블까지 설치되며 노점상과 야장 사이 인도가 좁아진 가운데, 시민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노점을 둘러보며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성우 기자

거리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장사하는 건 공용 도로를 점용하는 것으로 불법이다. 도로법에 따른 변상금 부과 대상이며, 지자체의 정비 명령을 거부하면 별도의 과태료 처분까지 내려진다. 또한 식품위생법에 따라 1차 시정 명령을 시작으로 반복 위반 시 영업 정지부터 영업소 폐쇄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과태료도 영업소 규모 등에 따라 최대 150만원까지 부과된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건을 걸고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허용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지방자치단체는 단속보다 계도에 치중한다. 야장 등으로 인한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봄마다 도심 거리가 무질서하게 혼잡해지고 단속을 해달라는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일부 지자체는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구청과 상인 등이 참여하는 안전관리단이 순찰을 돌고 있지만 구청 관계자들도 “주말에는 업소 대부분이 규정을 지키지 않다 보니 사실상 묵인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합법적인 테두리를 만들어 영업을 관리하려 하지만 무허가·초과 영업이 기승을 부려 벅찬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리에 불판을 놓고 하는 영업을 방치하다가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야장 문화는 죽어가던 상권을 살리는 효과가 있어 제도화는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과도하게 안전 규정을 위반하는 업주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이 급격히 몰릴 위험이 있는 지역을 미리 감지해 인파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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