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녀’가 부르는 적벽가 어때요?”
“남장 안 하고 여성 한복 입을 것”

‘여성, 그리고 40대 초입의 나이’. 오는 23일 오후 6시 최민정(41) 명창이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개최하는 박봉술제 적벽가 완창 공연 ‘적적성성’이 이목을 끄는 두 가지 이유다.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가장 남성적이면서 완숙한 공력을 요하는 소리로 꼽힌다. 약 3시간 반 동안 조조,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등 수많은 삼국지 남성 명장 연기를 1인 다역으로 소화하고, 장면 전환도 빠르다. 여성 명창의 완창 도전이 드물고, 남성 명창도 50대쯤부터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만난 최 명창은 “적벽가는 ‘남성들의 전쟁’만이 아닌 그 속에서 애환을 겪는 ‘개인들의 이야기’”라면서 “무작정 남성 소리를 모방하기보단 내면 연기를 잘 살리는 데 주력했다. 제가 물려받은 박봉술제 적벽가의 특장점도 여타 유파에 비해 세밀한 연기”라고 했다. 그는 젊은 명창 세대답게 스스로를 요즘 유행어인 “테토녀(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터프한 여성)”에 비유했다. “어릴 땐 중·하청이 발달한 두꺼운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지만, 지금은 묵직한 동편제 소리를 쓰는 적벽가에 찰떡인 무기가 됐다”면서 “‘테토녀’가 말아주는 적벽가’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지셨으면 한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 출생인 최 명창은 14세 때 처음 소리길에 입문했다. “소리와는 전혀 연이 없는 집안이지만, 정치학자이면서 국악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최정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의 권유로 서울 국악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에 진학했다”고 했다. 통상 4~5세 때 시작하는 또래 명창들보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영재의 부담감이 없다 보니 작은 성취에도 큰 기쁨을 맛보며 소리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가무형유산 적벽가(박봉술제) 보유자인 김일구, 심청가(강산제) 보유자인 김영자 명창 부부를 사사했고, 2023년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완창 도전 역시 적벽가는 처음이지만, 심청가는 이미 2023년 성공적으로 완창을 마쳤다.
최 명창은 “심청가에 비해 적벽가 준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다. 가장 큰 벽은 ‘한자’와 ‘삼국지 역사’. “두 살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매일 6~8시간 소리 연습에, 그냥 한자도 아닌 고어로 쓰인 A4 용지 70여 장 독본을 온라인 옥편을 뒤져가며 해석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뜻밖의 조력자는 남편이었다. 최 명창은 “남자들 중엔 드라마·영화·게임 등 삼국지 애호가가 많고, 남편도 마찬가지였다”며 “남편이 구해다 준 삼국지 만화를 일독하며 적벽가 연기의 이해도를 확 끌어올렸다”고 했다. 이번 완창 공연에 찬조 출연자로 나서는 스승 김일구 명창도 든든한 힘이다.
최 명창은 2014년부터 7년간 미국 유학을 떠났고, 노던일리노이대 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우리 전통 음악이 생겨난 근원을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시각으로도 분석할 수 있도록 음악인류학을 계속 공부해 나가고 싶다”면서 “전통 판소리를 지킬 뿐만 아니라 우리 소리의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예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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