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란봉투법 한달, 울산 하청노동 기대 크지만 교섭은 요원

경상일보 2026. 4. 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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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울산에서도 원청 대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섭 테이블이 꾸려진 사례는 단한 건도 없다. 산업 현장의 노란봉투법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선 모습으로, 법 시행의 효과가 아직 체감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하청 노조 985곳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이른바 '진짜 사장'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섭 신청이 전체의 41%에 달할 만큼 공공 부문의 요구가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실제 대화 의지를 보인 원청은 31곳(8.4%)에 그쳤다.

울산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관리 강화, 인력 배치 개선, 임금 인상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 변화를 요구하며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원청은 자신들의 사용자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발생할 법적·경영상 부담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HD현대중공업이 금속노조 사내하청지회의 교섭 요구를 공고하고 이를 확정하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다만 교섭 대상 범위, 책임 한계, 의제 설정 등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커 실제 협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과 논쟁이 불가피하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교섭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울산 동구청 체육시설 분회 등 공공 부문 하청 노조의 요구가 이어지지만, 지자체는 용역·위탁 구조에서 직접적인 지휘·감독 관계, 즉 사용자성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여기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교섭단위 분리 제도 등도 협상을 지연시키며 노사 간 긴장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굴지의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천 개 협력업체가 촘촘히 연결된 수직계열화 구조를 지닌 만큼, 노란봉투법 안착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다. 하청 노조의 교섭이 집중되는 대기업 원청과의 교섭 결과는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변화가 노사 관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지, 갈등과 불확실성을 키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법의 실효성은 현장의 첫 실질적 교섭 성사와 이후 지속 가능한 협의 구조 구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