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유대인처럼… K스타트업 원팀으로 뭉쳐야”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2026. 4. 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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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출 스타트업 생태계 커져
지난달 11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에 있는 센드버드 사무실에서 김동신(맨 오른쪽) 센드버드 대표와 센드버드 출신 창업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지난달 11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 센드버드 사무실. 스타트업 창업가인 이예겸, 박상하, 김영도 씨가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를 만나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비서) 기업 서비스를 시작한 박씨는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와 미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시장부터 공략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고객부터 찾으라”, “일정 숫자가 동시에 써야 비로소 확산이 시작되니, 그 임계점이 어디인지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제품에 관심도 없는 고객을 설득하려고 하기 보단 ‘얼리어댑터’ 성향이 강한 업종의 고객을 찾는 데 시간을 쓰라는 조언이었다.

이날 김 대표와 함께 한 창업가 3명은 모두 전(前) 센드버드 직원이다. 이들은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 직장인 센드버드 사무실을 찾아 사업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김 대표가 이들의 ‘멘토’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진영

◇퇴사자들의 창업 멘토 자처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플랫폼 기업으로, 2013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2021년 ‘한국 1호’ 실리콘밸리 유니콘이 됐다. 지난해 전 세계 누적 이용자가 60억명을 돌파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3억명을 훌쩍 넘는다. ‘맨땅에 헤딩’하며 성공을 거둔 김 대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미국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내는 일이라고 한다. 상위 1~2%만 살아남는 경쟁적인 실리콘밸리에서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ASQ(A Square)’라는 펀드도 만들어 유망한 후배 기업을 돕고, 매일 2~3시간씩 후배들에게 ‘이메일 멘토링’을 해주는 데 쓰고 있다.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AI로 인해 창업 장벽이 낮아지면서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투자금 또한 극소수 스타트업에 쏠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 실리콘밸리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Y컴비네이터에는 한 기수당 2만~3만 팀이 지원하지만 선발 비율은 200여 팀에 그친다. 지난해 3분기 미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 2.7% 소수 기업에 투자금의 56.8%가 몰렸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한국인들이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월가의 유대인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생태계를 키우는 것처럼 한국인도 미국 사회에서 경쟁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시장을 ‘남의 룰로 돌아가는 게임’에 비유하며 “최근에서야 한국인들이 미국 기업과 투자 업계는 물론 교육 기관 이사회 등 주류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변화를 이어가야 10~20년 뒤 한국인이 미 주류 사회에 더 깊이 안착할 수 있다”고 했다.

◇커지는 K스타트업 생태계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1세대 창업가들이 김 대표처럼 후배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돕고 있다. 정세주 눔 의장 역시 미주 한인 창업가 단체인 UKF를 꾸리고 매년 두 차례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 행사를 열며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점점 커지고 있다. UKF가 매년 1월 실리콘밸리에서 유료로 개최하는 한국 스타트업 행사 참가자는 2020년 350명에 그쳤지만, 2025년 1월엔 150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4000여 명이 참가했다. 김 대표가 돕고 있는 전 센드버드 직원 이예겸씨가 창업한 K팝 굿즈를 유통·판매하는 ‘K팝 나라’는 창업 3년여 만에 미국에만 11개 매장을 운영한다. 센드버드 제품 개발자였던 박상하, 김영도씨는 ‘Y컴비네이터’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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