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AI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유근배 2026. 4. 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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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빠르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태도이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절제하는 힘이다.

그러나 인간의 문제는 여전히 오래된 질문들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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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배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

인공지능이 빠르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복잡한 수학 문제도 풀어낸다. 한때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 여겼던 많은 일이 이제는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 우리는 편리함과 여유로운 시간을 얻었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재구성한다. 이 점에서 AI는 이미 인간의 많은 영역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는 차이가 있다. AI는 주어진 질문에 인간이 부여한 논리에 따라 확률에 기반해 답을 만든다. 그러나 인간은 질문을 살아낸다.

인간은 단순히 정답을 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 속에서 자신의 삶을 형성해 가는 존재이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질문을 품고, 그 질문에 따라 서로 다른 삶의 방향을 선택한다. 인간의 삶은 결국 어떤 답을 얻었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왔는가에 의해 규정된다.

AI 시대는 개인에게 새로운 시간을 돌려주고 있다. 많은 작업이 자동화되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갖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정보와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넓어지면서 개인의 능력 차이와 교육의 장벽 또한 점차 완화되고 있다. 이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또 다른 질문이 등장한다. 주어진 시간과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의 삶을 채울 것인가.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만으로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가.

나는 오랜 시간 해안지형을 연구해 왔다. 바람과 모래, 파도와 시간이 만들어내는 지형은 언제나 낮은 곳에서 그 진실이 드러난다. 아무리 높은 이론이라도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의미를 잃는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높은 이상은 반드시 낮은 생활의 자리에서 시험을 받는다.

AI 시대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문학은 고매한 지식을 쌓는 학문이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태도이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절제하는 힘이다. 기술이 높아질수록 인간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서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자신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인성교육을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했다. 물을 뿌려 마당을 쓸고, 웃어른의 부름이나 물음에 응대하는 쇄소응대(灑掃應對)가 그것이다. 단정하며 온유한 사람은 시대를 넘어 존중받아왔다. AI 시대야말로 오늘날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약화된 가정의 역할을 돌아볼 시점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문제는 여전히 오래된 질문들 속에 남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AI는 점점 더 정교한 답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할수록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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