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르자 물가 쓰나미… ‘약한 고리’ 저소득 노인부터 덮친다[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직접비보다 간접비 상승폭이 더 커… 노년-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 가져와
에너지 자립 없인 위기 반복 불가피

미국과 이란이 전쟁 39일째인 7일(현지 시간) 종전 협상을 위한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종전에 이르더라도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보인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석유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고,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를 시행하는 등 고강도 수요 관리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도 그 여파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인상은 단순히 주유소 전광판의 숫자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소비재와 생산재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생활비 급등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에너지 위기에 따른 물가 상승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무게로 다가올까?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전 세계 가구에 미치는 직간접적 타격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116개국 201개 지출 항목에 대한 영향을 모형화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의 가격 폭등 시나리오를 적용해 단기적 충격을 시뮬레이션했다.
분석 결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전 세계 가구의 에너지 관련 총비용은 62.6∼112.9% 증가했다. 또 이는 가계 총지출을 2.7∼4.8% 끌어올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간접비용이다. 전기요금, 주유비와 같은 ‘직접 에너지 비용’보다 식품, 의류, 공산품 등 제품 생산 및 유통 전 과정에 투입된 화석연료 비용이 상품 가격에 전가된 ‘간접 에너지 비용’의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총비용 증가분의 44.8∼83.4%가 간접비용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쇄적인 생활비 압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약 7800만∼1억4100만 명이 추가적으로 극빈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소득 국가 가구에서는 식료품 등 생필품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생산 및 물류망을 타고 넘어온 간접 에너지 비용의 상승은 이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부담은 같은 국가 내에서도 연령대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해 31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연령대별(30세 미만, 30∼44세, 45∼59세, 60세 이상) 에너지 소비량과 이에 따른 총 에너지 비용 부담률(총지출 대비 직간접 에너지 지출 비율)을 분석했다.


최근 각종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긴장은 에너지 안보를 흔들며 우리 일상까지 파고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 노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보조금 지급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 그리고 자원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외교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생존이 걸린 에너지 문제를 다른 나라의 손에 쥐여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요동치는 국제 정세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연구① Guan, Yuru, et al. “Burden of the global energy price crisis on households.” Nature energy 8.3 (2023): 304-316.
연구② Tian, Peipei, et al. “Higher total energy costs strain the elderly, especially low-income, across 31 developed countri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1.12 (2024): e2306771121.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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