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평등공시제 법제화 시동…여성 임금 차별 현실 반영엔 한계

고나린 기자 2026. 4. 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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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종·직급·고용형태별 성별 임금 차이를 공개하게 하는 '고용평등공시제'(성평등공시제) 도입 법안이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지 20여년 만에 정부·여당 입법안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공시 대상 기업이나 공시 범위가 협소해 여성의 실질임금에 따른 임금 격차를 반영할 수 없는 등 한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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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주년 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을 앞두고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가 3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공시제 도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직종·직급·고용형태별 성별 임금 차이를 공개하게 하는 ‘고용평등공시제’(성평등공시제) 도입 법안이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지 20여년 만에 정부·여당 입법안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공시 대상 기업이나 공시 범위가 협소해 여성의 실질임금에 따른 임금 격차를 반영할 수 없는 등 한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가족부는 올해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7년 3월부터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500인 이상 민간 기업에 우선 적용해 ‘성별 임금 격차’의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격차 해소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8일 국회와 성평등부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평등공시제 내용이 담긴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평등공시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이번 개정안은 성평등부도 협의를 한 정부·여당안이다.

가장 큰 변화는 공시 대상 기업의 경우 직종별·직급별·고용형태별 남녀 노동자 임금 현황을 성평등부 장관에게 매년 제출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 중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자공시제와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성별근로공시제는 남녀 평균 임금 격차, 근속연수 등만 제시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상 기업은 사전에 노조나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개선 계획도 함께 내야 한다. 성평등부 장관은 여성 노동자의 고용 비율이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주를 상대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시행계획’을 수립·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주에게 이행을 촉구하고, 잘 따르지 않으면 기업 명단 공표도 가능하다. 과태료 부과 조항도 들어갔다.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전문가들은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 기업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받는 임금 실태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중 3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이들은 2024년 기준 8.9%에 불과하다. 여성 취업자는 1∼4인 사업장(35.6%)에 가장 많고, 10∼29인(18.7%), 30∼99인(15.6%) 사업장이 뒤를 이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노동자들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50인 이상 사업장도 공시제를 적용하되, 3년에 1번씩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 등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등 공시 대상 기업 확대·보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스스로 임금 차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김두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임금 투명화 제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면서도 “노동자들에게 ‘임금 정보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 빠져 있다. 임금 결정 기준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임금정보 청구권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성별 임금 격차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선 성별 승진, 육아휴직 사용 현황 등 공시 항목들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평등부 관계자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먼저 법을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내실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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