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모자라 증손주까지 감시’…증거 속속 발견
[KBS 제주] [앵커]
KBS는 앞서 4·3으로 인한 연좌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교육청 신원특이자 명부 확인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신원특이자 명부를 만들어 증손주까지 감시하는 등 연좌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안서연, 고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4·3 당시 예비검속으로 아버지를 잃은 고 이도영 박사도 신원특이자였습니다.
장학금을 받으며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한동안 발령이 막혔고,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도 발목이 잡혔습니다.
[故 이도영/4·3 희생자 故 이현필 아들/1995년 : "'사상 불온'이라는 네 글자 때문에 신원조회에서 탈락이 돼서 여권 발급이 외무부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제발 공부만 하고 올 테니까 보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연좌제라는 장벽 앞에서 유족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애원뿐이었습니다.
한평생 맺힌 한은 진실규명을 위한 집념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증거를 담은 미국 비밀문서를 발굴하고, 1999년 추미애 의원에게 연좌제 근거가 담긴 '형살자 명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故 이도영/4·3 희생자 故 이현필 아들/2001년 : "이거는 경찰 문서고, 이거는 미국에서 찾은 문서고 사진들이고. 이렇게 우리 아버지네 형님네 어머니네를 죽였다고 나는 고발하는 겁니다! 이거를 만천하에 고발하는 겁니다!"]
연좌제로 인한 공무원의 신원특이자 분류는 최근 국가기록원을 통해 확보한 '6·25 부역 신원특이자 관리 해제'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4년 제주지방해운항만청이 관리하던 이 문서에는 신원 특이자로 분류된 6명이 담겼는데, 기능직 8등급 직원의 부친이 4·3 당시 내란죄로 징역형을 받았고, 고용직 직원의 증조부가 남로당으로 활약하다 처형당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자식도 모자라 증손주까지 사상을 검증한 겁니다.
연좌제는 유족들의 망상이 아니라, 국가가 공적으로 집행한 체계적인 인권 침해였습니다.
[이재승/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3위원회 위원 : "연좌제 피해 중에서 공직을 가려고 하거나 이런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취업의 자유가 상실되는 그런 상황에 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엄청나게 많다 이렇게 보입니다."]
문서로 확인되지 않은 연좌제 피해자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4·3추가진상조사단은 2년 전인 2024년부터야 피해 실태를 공식 접수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고성호 기자 (rumpiu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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