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빈틈 파고드는 ‘그루밍 성범죄’ 급증
광주지검 5년간 사건 1989건 접수…피해 사실 조기 확인 중요

#.광주지검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알게 된 10대 아동을 성폭행하고 스토킹, 협박까지 한 B(29)씨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4개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지난해 SNS ‘틱톡’을 통해 10대 아동과 접촉해 고민 상담을 하며 친해진 뒤, 점차 추행을 하기 시작해 가학적인 성행위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아동 측에서 연락을 차단하자 협박 메시지를 보내고 학교를 찾아가는 등 스토킹 행위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를 미성년자의제강간, 스토킹처벌법위반 등 혐의로만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아동복지법상 성적학대 혐의 등을 추가 적용했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13일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5개 혐의로 C(40)씨를 구속기소했다. C씨는 지난해 1~7월 사이 SNS를 통해 알게 된 10대 아동과 대화하다 나체사진, 음란 동영상 등을 촬영해 보낼 것을 요구하고, 지난해 5월에는 피해아동을 직접 만나 돈을 주고 간음까지 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송치 단계에서 피해아동을 간음한 혐의에 대해 청소년성보호법위반(성매수 등) 혐의만 받았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 아동이 16세 미만이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점이 확인돼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도 받게 됐다.
광주·전남에서 아이들의 마음 속 빈틈을 파고들어 성폭행까지 이어지는 ‘그루밍 성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그루밍 성범죄는 성인이 자신의 지위 등을 악용, 미성년자인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어린이들이 인터넷, SNS, 게임 채팅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교류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관련 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8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검에 접수된 그루밍 성범죄 관련 사건 건수는 1989건에 달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폭행·협박·위계·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제외하고 ‘그루밍’을 통해 아동을 회유한 사례들만 포함한 수치다.
혐의별로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소지, 성착취물이용협박·강요, 성매수 등) 사건은 2021년 213건, 2022년 228건, 2023년 281건, 2024년 418건, 2025년 445건 접수돼 급증세를 보였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의제유사강간·의제강제추행 혐의 등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신체 접촉, 성폭행 등을 한 사건도 2021년 62건에서 2025년 80건으로 증가했다.
경찰에 접수된 사건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광주·전남경찰청에 접수된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사건은 2021년 96건, 2022년 61건, 2023년 75건, 2024년 148건, 2025년 90건 등이었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강제추행 사건은 2021년 149건에서 2025년 754건으로 늘었다. 2023년부터 경찰 내부 통계 시스템 개편으로 피해자 나이를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까지 확대했음을 감안해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1년부터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으로 성착취 목적으로 대화만 해도 범죄 요건이 성립하게 됐는데, 해당 혐의로 광주지검에 접수된 사건만 2023년 8건, 2024년 48건, 2025년 7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그루밍 성범죄가 성인보다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틱톡,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환경을 통해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상황이 잦아진 만큼 범죄 위험성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하고 어른의 요구에 의존적인 경향이 있는 아이들이 범죄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 경험이 부족한 아동·청소년이 초기에 범죄 낌새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초기에는 고민 상담을 해 주거나 칭찬을 해 주면서 접근해 친분을 쌓아 점차 가해자를 믿고 의존하게 만드는 범죄 방식이 대다수라는 점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그루밍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지역사회·학교에서 반복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피해 사실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광주지검 검사는 “피해 여부를 초기에 확인하려면 아이가 최근 비싼 옷이나 게임 아이템이 생기는 등 변화가 생기진 않았는지, 마음 속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가정에서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자메시지 채팅 내역부터 가해자가 준 선물 등등 증거들을 없애지 않고 갖고 있어야 하며, 피해 사실이 드러났을 땐 해바라기센터 경찰 등 바로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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