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 번지고 종소리 퍼지고…봉은사서 '잠시 멈춤' 배운 여성 CEO들

한이재 기자 2026. 4. 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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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선명상 체험
일감 스님 "내가 모든 걸 책임지는 건 나의 권리"
"명상은 고요한 상태에 이르는 수행"
"내 마음에서 시작해 내 마음에서 끝"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제2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8회차에서 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이 선명상 강연을 하고 있다. 2026.04.0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당나라 때 임제라는 스님은 공부하는 사람은 '살불살조(殺佛殺祖)' 하라고 했어요. 살불살조가 뭐냐면 부처가 오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이 오면 스승을 죽이라는 뜻이에요."

물리적인 살해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부처에게도, 스승에게도 기대지 말고 스스로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봉은사 선명상연구소장 일감 스님은 8일 인공지능(AI)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를 언급하며 이 법어를 소개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 보우당에서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선명상 체험' 행사가 열렸다.

'은혜를 받드는 사찰'이라는 뜻을 지닌 봉은사에서 기업을 이끄는 여성 리더들은 잠시 일상을 멈추고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새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가운데 홍매화와 라일락이 봄빛을 더했다.

찻잔을 앞에 둔 참석자들은 일감 스님의 말에 따라 허리를 반듯이 펴고 좌종 소리가 울려 퍼지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생각을 내려놓기 위한 명상이 시작됐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제2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8회차에서 수강생들이 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진행으로 선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2026.04.08. xconfind@newsis.com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흐른 뒤, 참석자들은 오히려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며 '내려놓음'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에 일감 스님은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부터 다시 짚었다.

"올림픽에 나가 활을 쏘려는 사람이 돈을 빌려준 일이나 끝나고 먹을 음식을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요? 집중이 안 되겠죠. 마음을 비우라는 건 내가 해야 할 생각만 하고 다른 것은 비우라는 말입니다."

스님은 마음을 내려놓고 집중하는 일이 뇌를 쉬게 하는 휴식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잘하는 사람은 그대로 하면 됩니다. 번뇌가 생겨 복잡하다는 사람이 쉬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명상이나 참선만이 답은 아닙니다."

명상은 고요한 상태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일감 스님은 이를 기둥에 동물들을 묶어두는 것에 비유하며, 감각기관이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다스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명상은 수행이 된다.

"이왕 살아가는 데 잠시도 고요하지 못한 거보다는 즐겁게 놀 때와 고요할 때를 잘 구분해서 고요하게 있는 것을 습관처럼 하면 훨씬 아마 품격 있지 않을까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제2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8회차에서 수강생들이 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진행으로 선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2026.04.08. xconfind@newsis.com


참석자들은 스스로 고요함이 깨지는 순간에 대해서도 질문을 이어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일감 스님은 흘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미워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는 미운 대상의 고마운 점을 생각해 보는 식이다. 자신만의 건전한 화풀이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갑갑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핵심은 인정하는 마음이다. 생각을 좇아가지 않고 상대방은 타자로 두는 것이다. 그것조차 안 될 때는 어떡하면 좋냐는 물음에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저 사람의 배울 점하고 나의 틀린 점 이걸 생각해야 해요. 내가 옳긴 하지만, 나에게도 빈틈이 있다. 상대가 틀렸지만, 옳은 점도 있다. 그게 화쟁이고 중도죠."

인정의 뿌리는 나 자신이다. 일감 스님은 그것을 권리라고 표현했다.

"내가 모든 걸 책임진다. 내가 좋은 것도, 기뻐하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해요. 내 마음에서 시작해서 내 마음에서 끝나니까요. 그게 당연한 거고 나의 권리예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제2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8회차에서 수강생들이 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진행으로 선명상 체험을 하고 있다. 2026.04.08. xconfind@newsis.com


일감 스님은 그래서 AI에 너무 의존하는 세태에도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설파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나의 주인공은 나'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단 뜻이다.

참석자들은 일감 스님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때론 웃음을 지어 보였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지은 웨이센 이사는 "이 모든 상황이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내가 풀어야 하는 것이고 결국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데서 크게 공감했다"고 했다.

이어 "그간 다른 사람을 탓하고 싶기도 하고, 자책감이 들기도 하는 여러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일감 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집중할 일을 빼고 비워내다 보면 경중이 있을 것 같아 마음 정리가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제2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 8회차 선명상 프로그램에 참석한 수강생이 다상을 촬영하고 있다. 2026.04.08. xconfind@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nowo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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