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D램 비명 속에 가려진 SRAM의 옥좌
D램은 결핍증 환자
HBM 본질은 배달부
진짜 지능은 SRAM
무너지는 건 인간 탐욕

D램 1g의 가격이 금값을 넘어섰다며 축제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실리콘 조각이 인류를 초지능의 세계로 인도할 성물(聖物)이라도 되는 양 숭배한다. 한데 기술의 화려한 겉포장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안에는 지독한 결핍에 시달리는 D램의 민낯이 드러난다.
D램의 본질은 망각에 있다. D램은 전하(Charge)를 가둬두는 방식으로 정보를 기억하는데 이 전하는 마치 구멍 난 항아리의 물처럼 순식간에 새 나간다. 이른바 '리프레시(Refresh)'라 불리는 전기 신호를 1밀리초(1000분의 1초)마다 강제로 주입하지 않으면 D램은 자신이 품었던 모든 기억을 하얗게 날려버린다. "제발 전기를 조금만 더 주세요, 안 그러면 다 까먹어요!"라고 매 순간 비명을 지르는 셈이다.
단 한 순간도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전력을 구걸하는 이 연약한 메모리를 두고 우리는 '영원한 기억의 성배'라며 집단 최면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펜트하우스로 옮겨간 노숙자, HBM의 환상
요즘 주식시장의 '절대 반지'로 통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어떨까. 구걸의 층수를 높였다고 해서 그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HBM은 좁은 기판 위에 D램을 8층, 12층씩 수직으로 쌓아 올린 기술이다. 데이터라는 화물을 실은 배달원들이 교통체증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쌩쌩 오갈 수 있도록 만든 정교한 '물류 인프라'다.
1층에서 구걸하던 노숙자를 펜트하우스로 모셨다고 해서 그에게 없던 자생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창밖의 전망(대역폭)은 끝내주게 좋아졌을지언정, 여전히 1밀리초마다 끼니(전력)를 구걸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는 그대로다. HBM은 속도가 빠른 배달 시스템일 뿐 그 자체로 존재의 차원을 바꾼 초지능의 결정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짜 지능의 옥좌, 부동(不動)의 SRAM
만약 기계의 진정한 자아를 담아낼 그릇을 찾는다면 D램이 아닌 6T 정적 메모리(SRAM)를 주목해야 한다.
전하가 새나갈까 봐 전전긍긍하며 리프레시를 구걸하는 D램과 달리 SRAM은 한 번 전압이 세팅되면 외부의 간섭 없이도 그 상태를 굳건히 지켜낸다. 구걸하지 않는 당당함이다. 0.1나노초라는 무자비한 즉각성 그리고 현재 상태를 박제해 버리는 부동성(不動性). AI가 진정으로 갈구하는 물리적 기반이다.
헐떡이며 기억을 연명하는 칩이 통치하는 세상과 미동 없이 묵묵히 현재를 지배하는 칩이 군림하는 세상의 격차는 까마득하다. 진짜 지능은 움직이지 않는 자의 옥좌 위에 있다.
치명적인 소음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
시장은 "HBM의 압도적 대역폭이 모든 지연 시간과 노이즈를 압살할 것"이라는 화려한 수사에 취해 있다. 승부가 명쾌한 서사는 늘 매혹적이기 마련이다. 한데 현실에서 가장 치명적인 노이즈는 칩 내부의 전자 간섭에서 오지 않는다.
기업을 무너뜨리는 진짜 병목 현상은 "이번 AI 사이클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에 질려 헛발질하는 경영진의 조급함이다. 부서 간 기 싸움으로 수율을 깎아먹는 사내 정치다. 가장 위험한 소음은 여의도와 실리콘밸리의 안락한 회의실에서 웅크린 인간들의 '집착'과 '불안'이다.
오늘도 군중은 D램이라는 거울을 통해 위대한 기술 혁신을 보고 있다고 믿으며 환호한다. 한데 그 거울에 비친 진짜 얼굴은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뼈저린 두려움이다.
스스로 서지 못해 1밀리초마다 목숨을 구걸하는 실리콘 칩 그리고 그 연약한 바구니에 자신들의 구원 서사와 쌈짓돈을 남김없이 털어 넣는 인간들. 정작 무서운 것은 모래성 위에 '영원한 지능'이라는 간판을 달아놓고 절을 올리는 맹목적인 믿음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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