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칼럼] 도시농업과 행복지수- 신용욱(경상국립대학교6차산업학과 주임교수)

knnews 2026. 4. 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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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신바빌론 제국의 공중정원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왕비 아미티스를 위해 건설했다고 전해진다. 산이 많고 푸른 메디아 왕국 출신이었던 아미티스 왕비는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 녹지 하나 없는 바빌론으로 시집와 우울한 나날을 보내자 남편이 이를 달래기 위해 인공 산 형태의 정원을 만든 것이다. 이름은 공중정원이지만 실제로는 계단식 테라스 구조에 흙을 높게 쌓고 다양한 나무와 꽃을 심어, 멀리서 보면 마치 정원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계단식 구조 자체도 쉽지 않지만, 특히 이라크 지역에서 높은 곳까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선형 펌프와 같은 관개 시설을 만든 점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왕비가 고향의 푸른 들을 그리워한다는 이유로 사막 한가운데에 물을 끌어올린 그 실행력도 인상적이지만,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은 자연을 경험한 사람은 그 안식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세계행복보고서는 매년 3월 전년도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달 발표된 우리나라의 2025년 순위는 67위였다. 매년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8위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순위는 더욱 부끄럽게 느껴진다. 더욱 주목할 점은 25세 미만 청년층의 행복지수에서 이스라엘이 3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전쟁 중임에도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서 공동체가 더욱 응집되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스라엘인들이 매우 높은 긍정 응답을 보였다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가 오히려 이웃 간 유대감과 상호부조를 강화한 셈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군 복무와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형성된 강한 네트워크가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역시 군 복무를 경험하지만 왜 행복지수는 낮은 것일까. 타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각자도생의 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아미티스 왕비의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공중정원을 지었듯, 현재 우리나라, 특히 도시에서 만연되어 있는 각자도생의 문화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녹지를 공유하는 도시농업이 대안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고립된 도시민의 정서적 결핍을 채우는 방편으로 반려식물을 매개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 내에서 교감하고 의지할 때 도시민의 행복도가 증진될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우리 경남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면, 창원은 국가산단 퇴직자 및 고령자를 위한 ‘인생 2막 정원’으로 세대 융합형 공동체 정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퇴직 어르신의 기술 전수와 정서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노년층의 자존감을 높이며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진주시와 같은 혁신도시 유치 지역은 이전 기관 주민과 원도심 주민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인문학 정원’을, 다문화가정이 많은 김해의 경우 이주민 고향의 허브와 채소를 심는 ‘다문화 공동체 정원’을 조성해 문화적 다양성을 살리고 식문화를 매개로 자연스러운 융합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신도시가 형성된 양산에는 육아 공동체를 위한 ‘키즈맘 정원’을 옥상 부지 등에 조성해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영유아도 쉽게 접근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베란다에서 공기 정화에 좋고 관리도 쉬운 스킨답서스나 테이블야자 등을 키우며 집안에서 녹색을 만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로 함께 작업하는 도시농업에 참여함으로써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신용욱(경상국립대학교6차산업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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