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문화 향유권 ‘관람권’이 아니다

경기일보 2026. 4. 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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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유권(文化享有權)이란 모든 시민이 문화예술을 누리고 참여할 권리를 말한다.

헌법 제9조가 국가에 전통문화 계승과 민족문화 창달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문화기본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고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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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빈 독립영화감독
임철빈 독립영화감독


문화향유권(文化享有權)이란 모든 시민이 문화예술을 누리고 참여할 권리를 말한다. 헌법 제9조가 국가에 전통문화 계승과 민족문화 창달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문화기본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고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시혜가 아니고 권리인 것이다.

과연 지역에서 이 권리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지역 문화 정책의 상당 부분은 ‘축제 위주의 일시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매몰돼 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화려한 축제는 며칠간의 소란스러운 즐거움을 남기고 사라진다. 일회성 행사에 막대한 예산이 쓰이는 사이 정작 지역 시민이 양질의 예술영화나 연극, 전시 등 다양한 기초예술 콘텐츠를 일상에서 접할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중심의 문화 쏠림 현상 속에서 지역 시민의 문화접근권은 물리적 거리와 인프라의 한계 앞에서 쉽게 제약된다.

진정한 문화향유권의 핵심은 이러한 ‘접근성’의 회복을 넘어 ‘관람’에서 ‘참여’로 이행하는 데 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스스로가 문화적 주체가 돼 자신의 이야기를 창작하고 표현할 때 비로소 그 권리는 완성된다. 집 근처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하며 동네 이웃들과 연극을 만들거나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창작의 경험’이 일상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공연장이나 축제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 시민이 언제든 양질의 콘텐츠를 만나고 모일 수 있는 작은 문화 거점을 활성화해야 한다. 전문 예술가는 시민의 창작을 돕는 매개자가 되고 행정은 결과물에 대한 성급한 성과 평가 대신 창작의 과정을 지지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이런 유기적 순환이 반복될 때 도시 전체에 건강한 자생적 생태계가 뿌리 내린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문화향유권은 더욱 중요한 생존권이 될 것이다. AI가 무수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며 느끼는 ‘직접 경험’의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각을 깨우는 일,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이 지닌 본질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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