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주차장 5부제 곳곳 혼란…"잠깐 화장실 간다" 꼼수 주차도

진영기/이소이 2026. 4. 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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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첫날부터 시민 불편
일일이 전화문의, 사이트 뒤져야
정부도 뒤늦게 리스트 취합 중
정기권 살때 5부제 동의해야
"대체할 공간 없다" 불만도
< “수요일엔 끝자리 3·8 주차 안돼요” > 8일 부산 연산동 부산시청 민원인 전용 주차장에서 직원이 번호판 끝자리 3·8에 해당하는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이날부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는 승용차 5부제(요일제)가 시행됐다. /연합뉴스


8일 오전 9시 서울 외발산동 강서운전면허시험장 입구에 차량번호 끝자리가 ‘3’인 차량이 들어섰다. 차를 막아선 시험장 직원은 차량 5부제에 따라 민원인도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며 회차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몇 분이 소요됐고, 차량 4대가 늘어섰다.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회차를 약속하고 주차장에 들어선 뒤 몰래 차를 세우고 일을 보고 온 민원인도 있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러 왔다는 하모씨(35)는 “민원인 차도 통제하는 줄 몰랐다”며 “주변에 주차장이 없는데 어디에 차를 세우란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다”며 통제를 피한 뒤 업무를 보러 시험장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입구에서 차량 돌린 운전자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 산하 공영주차장 가운데 75곳에 이날부터 5부제가 적용됐다. 전통시장 등 국민 경제에 영향을 주는 곳에 있는 주차장과 주택가에 있어 주차난 발생 우려가 큰 교통 혼잡 지역 내 주차장 33곳은 제외됐다.

오전 10시40분께 번호가 3으로 끝나는 차를 타고 서울 훈정동에 있는 종묘 공영주차장을 찾은 한 운전자는 ‘주차 정기권을 끊은 차량이 아니면 입차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차를 돌렸다. 이 운전자는 “종묘를 보려고 잠깐 들렀는데, 주차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 당황했다”며 “근처에 주차할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정보 습득이 상대적으로 늦는 노인들이 특히 불편함을 겪었다.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난 박모씨(74)는 “시험장 입구에서야 5부제 때문에 진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빨리 일을 보고 돌아가기 위해 운전해서 왔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네이버지도, 카카오맵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아직 5부제 공영주차장 정보를 찾아볼 수 없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운전자가 주차장 관리기관에 문의하거나 서울시설공단의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 시행 안내’ 게시글 등을 보고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임직원 차량에 대한 2부제(홀짝제)도 동시에 시행돼 혼란이 가중됐다. 8일인 이날에는 차량번호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아침부터 차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자동차 약 10대의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주차장 목록 제대로 취합 안 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5부제 적용 주차장과 제외 주차장 목록을 제출하도록 지시했지만, 전날 오후까지 목록을 다 받지 못했다. 기후부는 “5부제 시행 주차장 목록을 취합하는 중”이라며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250곳에 달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통한 안내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5월부터 정기권 보유자도 5부제 대상에 포함돼 주택가에 차량을 두고 다니는 이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5부제 시행을 발표한 이후인 지난 2일부터 정기권을 신규 발급하거나 갱신하려면 5부제 이행에 동의하도록 했다. 구로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이광명 씨(54)는 “근처에 살고 있어 매월 정기권을 구매해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여기 아니면 차를 댈 곳이 없고, 주차장 밖에 주차하면 바로 딱지가 붙는데 다음달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주차장은 5부제가 적용되는 곳이다.

불법 주차 차량 단속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후부는 5부제 적용 후 도로가 혼잡해지지 않도록 지자체가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 공공기관이 출입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 기관명을 대외공표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전기차와 장애인 동승 차량 등 5부제 예외 대상도 있어 직원이 민원인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직원이 돌아가며 주차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데, 기존 업무를 미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진영기/이소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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