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병원을 지어도 의사는 오지 않는다

안지윤 충북도의원 2026. 4. 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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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가 窓
안지윤 충북도의원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의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가 의료 인력의 공급과 배치를 관리하는 NHS 체계 아래에서도 외곽 지역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의회에서 보건정책 소관 기관이나 도내 의료원과 회의를 할 때 마다 '의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은 '노력해 달라'는 이야기가 메아리처럼 회의장을 울린다. 그 말의 당위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미 행정은 주어진 틀 안에서 자원을 쪼개고 가능한 범위에서 처우를 개선하려 수 년째 애써왔다. 그럼에도 사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 간극을 마주할 때면 답답함과 함께 무력감이 밀려온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여전히 같은 처방을 고집하고 있다.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의사를 늘리고 일정 기간 지역에 묶어두겠다는 접근이다. 방향만 놓고 보면 영국 NHS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묻는다. 이미 그 길을 걸어온 영국에서도 지방 의료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 길을 뒤따라가려 하는가? 제도를 설계하는 것과 사람을 현장에 붙잡아두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해외 사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나아갈 방향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한계일 수 있다.

어째서 의사들은 지방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가. 2023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일과 삶의 균형'이었고 경제적 조건은 그보다 뒤에 있었다. 커리어의 지속 가능성, 가족의 생활 환경, 자녀 교육, 함께 일할 동료, 퇴근 후의 일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이 당연한 기준이 유독 의사들에게만 다르게 적용되는 듯하다. 의사 구인난을 겪는 지역에서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지원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충분한 보상을 줬는데도 오지 않으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뒤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질문을 잘못 던진 것이다. 결국 필요한 건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왜 그곳에서 그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다. 의료진이 머물 수 있는 직업적 환경을 만드는 고민 없이 처우 개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있다.

의료 시스템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그렇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단기 성과에 기댄 처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원칙과 목적, 그 본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정부의 접근은 여전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료 현장의 현실과 구조적 한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정책이 밀어붙여진다면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마저 떠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제도가 아니다. 왜 떠나는지를 묻고 그 답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다. 의료진 역시 한 개인이자 노동자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현장을 외면한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무너진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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