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아닌 인간이 쓴 책입니다”…출판사 보증제 첫선

조일준 기자 2026. 4. 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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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북스, ‘인간 저술 출판물(HAP)’ 보증제 도입
AI 기반 콘텐츠 확산 시대, 저술·출판 윤리와 투명성 기대
커뮤니케이션 북스의 ‘인간 저술 출판물(HAP, Human Authored Publication)’ 보증 마크. 출판사 제공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으로 저작 주체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한 출판사가 ‘인간 저술 출판물(HAP, Human Authored Publication)’ 보증제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미디어·저널리즘, 문화예술, 광고·마케팅 전문 출판사인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이달 10일부터 자사 브랜드의 도서에 ‘HAP 보증 마크’를 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간이 주도적으로 집필한 저작물임을 명확히 하고, 인공지능 활용 여부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독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 보증제는 저술·출판 과정에 인공지능 활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의 책임과 창작의 주체가 인간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는 출판 인증 체계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현재 742종의 ‘에이아이(AI) 문고’ 도서를 출간했으며, 올해 10월까지 총 1000종 발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에이아이 리터러시’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 콘텐츠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에이아이 문고 시리즈가 “인공지능이 작성한 출판물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인간저술출판물 보증 마크는 출판사가 마련한 ‘커뮤니케이션북스 AI문고 집필 가이드라인’이라는 윤리 서약 기준을 충족한 출판물에 부여된다.

모두 10개항의 윤리서약 기준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저자 서문이나 ‘일러두기’를 통해 내용을 밝힌다. △AI를 활용해 생성·정리·요약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저자는 모든 사실관계·인용·통계·사례에 대해 1차 자료 또는 공신력 있는 출처를 통해 검증할 의무를 진다. △AI 활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독자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저작물을 작성하지 않는다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저자는 서약서 제출, 원고 검토, 필요시 수정 요청 등의 절차를 거쳐, 출판사 편집본부의 최종 승인에 따라 보증 마크를 받게 된다. 출판사 쪽은 이 보증제도를 ‘AI문고’에 우선 적용하고, 기존 출간 도서들에도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황인혁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본부장은 “이 보증제가 인간의 정신문화 유산과 인공지능 산출물을 구별하고, 독자의 신뢰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며, 저술·출판 윤리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출판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인간 저술 보증’ 마크제를 출판계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한국출판인회의·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주요 출판 단체와 협의해 업계 차원의 공동 기준 마련도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 커뮤니케이션북스 AI문고 집필 가이드라인(윤리 서약)

저자는 원고 작성시 다음과 같은 ‘AI 활용 집필 가이드라인’을 지킨다. 이를 위반하여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 해지나 유통을 금지할 수 있으며 손해 배상 등의 책임을 진다.

1) AI는 창작의 보조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2)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저자 서문이나 ‘일러두기’를 통해 내용을 밝힌다.

3) 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원고에 삽입하는 것은 저술이 아니라 표절이다.

4) AI 환각으로 인한 허위 정보 기재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자에게 있다.

5) AI를 공동 저자로 표기할 수 없다.

6) AI를 활용해 생성·정리·요약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저자는 모든 사실관계·인용·통계·사례에 대해 1차 자료 또는 공신력 있는 출처를 통해 검증할 의무를 진다.

7) 저자는 AI를 이용해 생성한 문장이 제3자의 저작권, 인격권, 초상권, 명예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를 진다.

8) AI 활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작권 분쟁 또는 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저자에게 귀속된다.

9) 저자는 출판사 내부 자료, 편집 중인 원고, 미공개 기획안, 계약 내용 등을 AI 서비스에 입력하거나 학습 자료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10) 저자는 AI 활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독자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저작물을 작성하지 않는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판사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저자에게 AI 활용 범위와 방식에 대한 설명 또는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저자는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AI는 저술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저작물은 저자의 사유와 연구, 집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문장·구성·요약에 과도하게 의존한 원고는 수정을 요구하거나 계약 해지할 수 있다.
‘HAP’ 마크(왼쪽 위)가 찍힌 책 표지.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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