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을 시민공간으로 바꾼 연금술, 가좌동 ‘코스모40’ [알보달보 인천지역유산·(9)]

한달수 2026. 4. 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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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기능 잃고 철거 앞두던 ‘코스모화학’
리모델링 거쳐 문화공간 겸 카페 재탄생
제어실·각종 설비 등 옛 흔적 ‘고스란히’
1·2층 메인홀서 전시·공연·콘텐츠 촬영
3·4층 호이스트홀은 베이커리카페 운영
민간 주도 이뤄진 도시재생사업 큰 의미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은 2015년 철거를 앞둔 화학공장을 리모델링했다. 2026.4.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방영된 콘텐츠 장소로 인천 지역 섬들이 한동안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인천의 산업단지 안에서 OTT 프로그램이 촬영됐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주인을 잃고 방치된 폐공장에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코스모40’이 그 장소 중 하나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가재울역에서 경인고속도로 가좌IC 방향으로 10분가량 걸으면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크기의 붉은색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COSMO(코스모)40’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의 용도를 외관만 보고 가늠하기는 어렵다. 주변 공장에서 자재를 실은 트럭이 수시로 오가는 산업단지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야 비로소 정체를 알 수 있다.

■ ‘미로’ 같던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1970년 화학공장으로 만들어진 코스모40은 10여년 전 공장 기능을 잃고 철거를 앞둔 상황에서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공간 겸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애초 공장으로 쓰일 당시에는 2개 층으로만 구분돼 있었지만, 리모델링 과정에서 4개 층으로 나눠 복합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메인홀’이라는 명칭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날 수 있다. 어림잡아 500평은 충분히 넘는 넓은 공간인 메인홀은 전시나 공연, 콘텐츠 촬영이 이뤄진다. 1층에서는 공연이 진행되고,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최근에도 한 OTT 플랫폼을 통해 방영될 예정인 콘텐츠의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고 한다.

‘호이스트홀’이라는 이름이 붙은 3층과 4층은 베이커리카페로 쓰이고 있다. 2층에서 철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곧바로 카페로 이어진다. 공장이 가동될 당시 화학 처리 공정에 쓰이는 각종 대형 설비를 확인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타고 내리던 철제 계단이 있는데, 현재는 메인홀과 호이스트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호이스트홀에서도 공장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안전제일’이라는 문구가 표기된 크레인의 일부가 건물 천장에 그대로 남아있고, 카페 안쪽 단체 손님들의 회의 등을 위해 마련된 공간은 과거 공장 설비를 가동하는 제어실로 쓰였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앉는 테이블과 의자 역시 철제로 돼 있어 이질감이 없다.

모든 공간을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철제 계단을 따라 2층에서 3층으로, 다시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면 이곳이 공장이었다는 사실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4층에서 3층을 내려다보면 곳곳에 이어진 파이프라인과 철제기둥 구조가 또렷이 드러난다.

코스모40은 이 공장을 운영한 ‘코스모화학 주식회사’가 소유한 45개 공장 건물 중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은 40동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회사 이름인 코스모와 40동을 합쳐 ‘코스모4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6.4.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바닷물 들어오던 주안염전이 산업단지로

코스모40이라는 이름은 이 공장을 운영하던 회사인 ‘코스모화학’에서 유래했다. 코스모화학의 전신인 한국티타늄공업 주식회사가 1971년 본사를 이곳으로 옮기고 45개 공장 건물을 세웠는데, 2016년 공장을 이전할 당시 44개 건물은 철거했지만 유일하게 남은 1개 공장이 ‘40동’이었다. 코스모화학 공장의 40동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금의 공간으로 재편한 게 ‘코스모40’이다.

가좌동의 옛 지명 ‘신진말’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새로운 포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은 흔적도 찾기 어렵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 일대는 ‘주안염전’으로 불리는 소금 생산지였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인 1960년대 초 정부가 수출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서울 구로구와 인천 부평·주안·가좌 일대에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염전은 모두 매립됐다.

지금의 부평구 청천동 일대에는 한국수출산업공단 4단지가, 지금의 미추홀구 주안동과 부평구 십정동, 서구 가좌동 일부 지역에 걸쳐 한국수출산업공단 5단지가 조성됐다. 4단지는 부평국가산단, 5단지는 주안국가산단으로 익숙한 곳이다. 한국티타늄공업 역시 주안국가산단이 조성될 무렵 인천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했다. 이산화티타늄은 전투기나 항공기, 자동차의 외관에 색을 입히기 위한 기초 소재로 활용된다. 빛이나 마찰에도 잘 지워지지 않아 이산화티타늄을 먼저 사용하고, 그 위에 페인트를 덧입히는 형태로 산업화 시기에 대거 활용됐다. 한국티타늄공업이 생산하는 이산화티타늄의 물량이 국내 모든 산업에 공급될 정도로 당시에는 규모가 큰 공장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석유화학 산업 중심지로 전남 여수산단이나 충남 서산의 대산산단에 해당하는 위상을 지닌 셈이다.

문제는 화학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해’였다. 이산화티타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가 가좌동 주거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도시계획 과정에서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이 인접하지 않도록 설계하고,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주거지역으로 넘어가지 않게끔 완충녹지를 조성하지만, 부평·주안산단이 만들어지던 1970년대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던 시기다. 현재도 코스모40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0m 앞에 주택가와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가 성장한 1990년대 들어 한국티타늄공업도 공장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맞물려 부도가 난 후 매각됐다. 공장을 사들인 코스모화학은 2015년에 인천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떠나면서 45년에 걸쳐온 역사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코스모40 호이스트홀 내 단체 손님을 위한 회의실 공간으로 쓰이는 이곳은 공장이 가동되던 시기 설비를 제어하는 제어실로 기능했던 곳이다. 2026.4.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공업도시’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철거를 앞두고 있던 코스모화학 공장 40동을 사들인 현 소유주는 심기보(44)씨다. 신진말은 애초 청송 심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그 명맥을 400년 가까이 이어왔는데, 코스모40과 그 주변 토지 역시 심씨 가문의 소유였다고 한다. 심씨는 아직 헐리지 않은 40동 건물을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건물을 매입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도움 없이 민간의 주도로 이뤄진 일종의 도시재생사업인 셈이다.

심씨는 “폐공장을 카페나 문화공간으로 만든 사례를 생각하면 서울 성수동이나 문래동 등을 떠올리지만, 인천에 있는 공장들이 규모도 훨씬 크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며 “공업도시 인천에도 문화와 예술이 결합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코스모40’ 기획 초기부터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닌 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설계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통상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1층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코스모40의 1층에 대형 전시·공연 공간을 배치한 것도 그의 생각이 반영됐다. 코스모40의 메인 홀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면, 이곳을 중심으로 가좌동 주변도 서울 성수동이나 문래동처럼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이 모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계획이었다.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2019년 문을 연 코스모40은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이듬해 닥친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코스모40은 코로나19 사태를 잘 넘기고 지금도 꾸준히 손님이 유입되고 있지만, 주변 상권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아쉽다는 게 심씨의 생각이다.

다만 심씨는 산업단지가 밀집한 제조업 도시 인천에서 이런 시도가 앞으로도 활발히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공장이 철거되면 주거 단지가 들어서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이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씨는 “인천 시민들이 성수동이나 문래동까지 갈 필요 없이 지역에서 산업 유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역할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코스모40의 1~2층에 해당하는 메인홀은 각종 전시와 공연, 콘텐츠 촬영 등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최근에도 이곳에서 온라인 OTT 플랫폼의 콘텐츠 촬영이 진행됐다. 2026.4.8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한달수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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