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입금 누구?” 총무 대신 한 번에 정리…카카오뱅크 AI, 금융 판 바꾼다

김태림 2026. 4.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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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대표 미래 성장 전략 발표
‘AI 네이티브 뱅크’ 전략 시동
동남아 찍고 몽골까지 진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계획도
사진=한경비즈니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총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결혼 이후 양가 가족 모임통장을 꾸준히 관리해왔는데 입금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공지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이제는 방식이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대화형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이번 달 미입금 현황 알려줘”, “이 돈 어디에 썼어?”라고 묻기만 하면 AI가 미입금 금액과 대상자, 사용 내역 등을 한 번에 정리해 보여준다. 더 이상 사람을 재촉하거나 장부를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AI 네이티브 은행’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AI를 단순한 보조 기능이 아니라 은행 운영 전반에 적용해 금융 서비스 방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예금·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결제와 투자, 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몽골을 세 번째 진출지로 낙점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메뉴 대신 대화”…금융 앱 구조 바꾼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카카오뱅크는 ‘2026 프레스 톡’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미래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금융 앱이 복잡해지는 구조적 한계를 먼저 짚었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원하는 서비스를 찾기 어려워지는 이른바 ‘확장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해법을 ‘대화형 AI’에서 찾았다. 고객이 메뉴를 찾아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먼저 필요를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검색, 계산, 이체, 모임통장 등 상품 및 서비스에 AI 기능을 적용했다. 고객은 홈 화면에 있는 ‘AI 탭’을 통해 필요한 순간 AI를 바로 불러 사용할 수 있다.

윤 대표는 “복잡한 금융 문제를 AI가 먼저 풀어주는 형태가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결제홈’과 ‘투자 탭’도 이러한 전략을 반영한다. AI가 고객의 최근 소비 패턴을 분석해 지출 흐름을 짚어주거나 관심사에 맞는 투자 정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이 과정에서 외부 생성형 AI 활용이 쉽지 않은 금융권 환경도 고려했다. 망 분리와 개인정보 규제로 범용 AI 적용에 제약이 있는 만큼 카카오와 협업해 자체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금융 서비스에 최적화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대화형 AI’가 금융 앱의 핵심이었던 사용자경험(UX) 경쟁을 재편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진=한경비즈니스

◆인니·태국 이어 몽골까지…글로벌 확장 ‘속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투자와 태국 SCBX 그룹과의 합작법인 ‘뱅크X’ 설립에 이어 세 번째 진출지로 몽골을 낙점했다.

몽골에서는 자사의 신용평가 모델을 현지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CSS)를 기반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는 몽골 진출 배경에 대해 “현지에서 먼저 협력을 제안해왔고 CSS 도입에 대한 수요가 컸다”며 “관련 프로젝트를 우선 진행한 뒤 글로벌 확장 전략의 한 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해외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슈퍼뱅크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현지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뱅크X는 내년 상바기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윤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였지만 이제는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바일 금융 역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운데)가 8일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2026 카카오뱅크 프레스톡'에서 슈퍼뱅크 티고르 M 시아한 대표(왼쪽), 뱅크X 뿐나맛 위찟끌루왕싸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원화 스테이블코인 꺼낸 카카오뱅크…속도는 ‘입법 변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주도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전 세계 어디서든 저렴하고 빠르게 자금이 오가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화 이후 관련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계좌 기반 결제와 송금에 활용되는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추진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논의 중이지만 입법 지연으로 발행과 유통, 결제에 대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자산 100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미래는 AI라는 엔진과 글로벌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질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와 태국, 몽골을 교두보로 국내에서 검증한 포용금융 모델을 세계로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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