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코의 사내하청 직접고용 결정, 만시지탄이나 바람직

포스코가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7000여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포스코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포스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1만8000명)의 38% 수준이다. 만시지탄이고 직접고용 조건이 어떻게 정해질지 지켜볼 일이지만 큰 틀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본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청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비판 여론도 커지자 다단계 하청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그 일환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 회사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잇달아 노동자들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대법원은 2022년 7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고, 이후 각급 법원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
그동안 상당수 대기업들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불복해 소송을 질질 끌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식의 편법을 써왔다. 그에 비하면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이번 방안은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들을 직접 고용하더라도 1만1000명의 하청노동자가 여전히 남는 건 한계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골간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사측이 7000명을 어떤 조건으로 직접 고용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들을 별도직군에 배속시켜 임금 등에 차별을 둔다든지 이미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취하나 향후 소송 포기 확약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하청노동자들이 실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이 법 시행에 따른 원청의 교섭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제도의 부수적 견인효과인 셈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지난 6일까지 하청노조 985곳이 제기한 교섭요구를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불과하고, 노사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업장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좋은 사용자’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 사업장부터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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