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옥수수 전국적 명성… 여름철 대표 간식 자리잡아
괴산 출신 충남대 농대 최봉호 교수가 개발
철저한 품질 관리 위해 타품종과 격리 재배
1539농가 300억 매출… 괴산의 3대 농산물

한국인들이 여름철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 중의 하나가 삶은 옥수수이다. 여름철 시장이나 상가, 지방의 도로변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게 옥수수이다. 이처럼 삶거나 쪄먹는 옥수수 중에 제일 인기 있는 게 '괴산 대학찰옥수수'이다. 파는 사람이나 소비자도 대개 '괴산'과 '대학'이라는 말을 붙여 부른다. 그만큼 높은 인지도와 차별성을 갖춘 것이다.

이 땅에서 재배되는 옥수수는 거의 대부분이 삶거나 쪄먹기 좋은 납질종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옥수수 자립도는 1% 내외이고 99%를 수입에 의존한다. 가축 사료나 옥수수기름, 전분, 물엿에 사용하는 마치종이나 경립종 옥수수는 미국이나 브라질 등에서 수입한다. 익혀 먹는 옥수수만 겨우 자급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게 괴산 대학찰옥수수이다.


괴산 대학찰옥수수는 맛에서 단연 최고를 자랑한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껍질이 매우 얇아 이빨 사이에 잘 끼지 않는다. 옥수수의 통이 작고 가는 편이지만 흰색의 낱알이 일직선으로 통통하고 고르게 붙어 있어 먹기에 편리하다. 퍽퍽하지 않고 쫀득하며, 익힌 것을 얼려 놓았다가 데워먹어도 어느 정도 본래 상태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여름 한창 이 옥수수가 나올 때 두어 포대씩 사다 삶은 뒤 얼려 놓고 1년 내내 먹는 가정도 있다.
명품 괴산 대학찰옥수수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쪄 먹는 옥수수는 기존에 개발된 것들도 꽤 있다. 1970년대 이후 여러 기관에서 재래종을 기반으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낸 것이다.

명품 괴산 대학찰옥수수는 고향을 사랑하는 한 농학자의 집념이 이뤄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충남대 농대 최봉호교수(2025년 작고)이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 출신의 최 교수는 어떻게 하면 고향 사람들이 잘 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전공(육종학)을 살려 옥수수 개발에 착수했다. 괴산에서는 담배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노력에 비해 수익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최교수는 1980년대부터 전국의 재래종을 수집, 교배실험을 반복했다. 달고 맛있고 껍질이 얇고, 식감도 좋은 옥수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12년의 연구 끝에 1991년 마침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품중을 개발, '연농 1호'라고 명명했다. 연농 1호는 기존의 옥수수가 알갱이가 12-14줄인데 비해 8-10줄 정도로 가늘고 긴 편이다. 알갱이 사이가 빽빽하지 않아 입으로 먹기에도, 손으로 뜯어 먹기에도 편리하다. 당도가 높고 고소한 데다 수확을 한 뒤에도 꽤 오래 당도가 잘 유지된다. 굳이 설탕을 넣지 않고 소금만 조금 넣고 익혀도 제맛을 내는, 한국인의 입맞에 잘 맞는 쪄 먹기 전용 명품 옥수수인 것이다.

처음에는 인지도가 낮아 최교수가 직접 트럭에 옥수수를 싣고 아파트단지를 돌며 홍보에 나섰다. 워낙 맛이 있던 옥수수라 길거리와 고속도로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그 맛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최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이 옥수수를 고향 괴산의 농민들에게 집중적으로 공급했다. 최봉호 교수의 고향인 장연면 방곡리에서 처음 재배를 시작했고, 괴산지역에만 씨앗을 판매했다. 괴산에서 생산하고 대학교수가 개발한 찰옥수수라는 의미에서 '괴산 대학찰옥수수'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괴산에서 처음 재배된 데다가 지금도 괴산지역의 생산량이 입도적이어서 '괴산 대학찰옥수수' 명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괴산군은 대학찰옥수수의 고품질 명품화와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더 맛있는 옥수수를 더 많이 생산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괴산 대학찰옥수수'라는 브랜드를 2011년 지리적표시 제77호로 등록했으며 타지역 생산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다른 품종과 꽃가루가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일정한 구역에 씨앗을 심고, 가까운 전답에서는 대학찰옥수수 외의 품종을 재배하지 않는다. 연작으로 인한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옥수수 수확 후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개별 농가에서 농사를 짓기도 하고, 작목반을 만들어 생산은 물론 수집과 유통까지 일관 체제를 구축한 곳도 있다. 일부 작목반에서는 연중 공급하는 체제도 갖췄다. 여름철에 수확한 것을 삶고 진공포장을 한 뒤 즉석 냉동하여 가을과 겨울철에도 판매를 하는 것이다.
대학찰옥수수는 3월 20일쯤 파종, 200일 정도 키워 7월 10일경 수확을 시작한다. 오랜 기간 수확하기 위해 5일 간격으로 심어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옥수수를 따내는 농가도 생겨났다. 주문판매를 하는 경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내 택배 도착 원칙을 지키고 있다.


수입이 괜찮으니까 대학찰옥수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가도 생겨났다. 수천평씩 농사를 지어 농협에 출하하거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농가도 많다. 괴산 대학찰옥수수의 품질이 워낙 뛰어나서 소비자들이 믿고 찾기 때문에 판매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괴산군에서도 특정지역이나 자치단체로부터 사전에 주문물량을 확보하도록 하고, 도·농 직거래 행사, 온라인 쇼핑몰 운영 등을 통해 판매를 돕고 있다.
농민들 스스로도 판매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7월 괴산군 사리면과 칠성면, 연풍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수도권 자매결연 도시를 찾아, 괴산 대학찰옥수수 직거래 행사를 열었다. 사리면 주민자치위원회는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과 의왕시 청계동에서 직판 행사를 갖고, 500여 상자를 판매했다. 칠성면 주민자치위원회도 자매결연지인 의왕시 내손1동과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 성남시 위례동에서도 직거래 행사를 열었다. 연풍면 주민자치위원회도 경기도 의정부시 흥선동을 찾아 괴산 찰옥수수를 홍보하고 옥수수를 직접 판매했다.

대학찰옥수수를 활용한 가공품 생산에도 힘쓰고 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024년 관내 업체와 함께 옥수수 분말을 활용한 빵을 개발, 생산과 제품화에 성공했다. 특산자원 융복합 시범사업을 통해 '옥수수 품은 괴산빵'을 만들어냈고, 지적재산권 10종도 확보했다. 기술을 이전해간 괴산지역의 베이커리와 까페에서 옥수수빵을 직접 생산하여 판매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공급하고 있다.
대학찰옥수수는 30여년의 역사를 통해 괴산의 대표적인 농산물로 정착했다. 국민들 사이에 가장 맛있는 옥수수로 자리매김한 덕분에 지난해 1539농가에서 1149ha의 농지에 옥수수를 심어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골절임배추, 청결고추와 함께 괴산을 대표하는 3대 농작물로서 괴산지역 농가의 소득을 탄탄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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