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분기점…대구고검 “보완수사권 없으면 형사사법 붕괴” 경고

전재용 기자 2026. 4. 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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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고·직접경정 실효성 약화에 ‘핑퐁 수사’ 우려 확산
공소시효 도과·구속 피의자 석방 등 국민 피해 현실화 가능성 제기
▲ 조아라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고등검찰청의 기능과 역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개혁이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면 공소청은 기소만 담당하고,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이관된다.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권도 전면 폐지된다. 지난해 정부조직법 개정에 이어 개혁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보완수사권과 전건 송치 등 수사기관과 공소청 간 권한 배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담당하는 대구고등검찰청(이하 대구고검)은 '국민 인권 보호 체계의 붕괴'를 우려했다.

8일 기자 간담회를 연 대구고검은 조직의 기능·역할과 공소청 전환 시 발생할 치명적일 수 있는 결함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단순히 조직을 지키기 위한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보완수사권이 사라졌을 때 국민이 겪게 될 실질적인 피해를 우려하며 데이터와 사례도 제시했다.

대구고검에 따르면, 한 해 평균 1800건의 항고 사건이 접수된다. 이 가운데 약 7.2%가 재기수사명령을 받는데, 절반 이상(55.7%)은 최종 기소로 이어진다. 이는 지검에서 놓쳤던 실체적 진실을 20년 이상 경력의 고검 검사들이 바로잡았음을 의미한다고 대구고검 측은 설명했다.

'직접 경정' 제도도 핵심 문제로 꼽힌다. 직접경정은 검찰 항고 사건에서 고검이 지검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때, 사건을 하급 검찰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고검 검사가 직접 기록을 검토하고 수사해 기소 등 처분을 바로잡는 제도다. 현재 공소청법에서도 해당 제도는 유지되지만,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고검은 추가 수사 없이 기존 결론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없는 항고 제도는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내는 일명 '핑퐁 사법'의 연장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제 단순 사기로 묻힐 뻔한 사건을 직접 수사해 58명을 불법 입국시키려 한 브로커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등 보완수사의 힘을 입증한 사례들이 있다며 항고 제도를 비롯해 무죄 평정, 감찰·사무감사 등 제반 업무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 검찰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대구고검은 '형 집행'이 기소와 재판만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유죄 판결이 나와도 형을 집행하지 못하면 사법 정의는 완성되지 않고, 특히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를 검거하려면 기지국 조회 등 수사 기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하면서다. 대구지검의 경우 지난해 246명의 미집행자 중 137명을 검거했는데, 이에 대해 고검은 '4명의 베테랑 수사관의 고군분투에 의존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대구지검을 형 집행 중점청으로 지정해 시범 운용 중으로, 올해 1분기 집중 검거 활동 실적이 지난해 1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인력이 형 집행 분야에 집중했을 때 성과가 단기간에도 나타났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범죄수익 환수도 마찬가지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대출 알선으로 번 수십억 원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려면 부동산, 가상자산, 차명계좌에 대한 정밀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가져올 가장 공포스러운 시나리오는 '공소시효 도과'와 '구속 피의자 석방'이다. 공소시효가 단 며칠 남은 사건이 송치됐을 때, 직접 수사권이 없다면 경찰과 서류를 주고받는 사이에 시효는 끝난다. 실제 대구고검 관내에서는 2년여 간 7번의 이송이 반복된 사건을 시효 2개월 전 검찰이 직접 수사해 마무리한 사례가 있다.

구속 사건 역시 치명적 분야로 꼽히는데, 구속 기간 내 경찰의 보완수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검사는 유죄 확신 없이 기소할 수 없고, 결국 위험한 피의자를 거리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 집단 송환 사건처럼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구속된 경우, 검찰의 직접적인 보완수사 없이는 물리적으로 기간 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조아라 대구고검 차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과 직접 수사 개시를 막는 부분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조직이 새롭게 출범할 수는 없겠지만, 형사사법시스템의 설계는 국민의 안전과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면서도 남용의 가능성이 없도록 정밀하고 빈틈없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