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추미애의 하남’ 비자마자 조국·한동훈 잠룡들의 ‘수 싸움’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꿀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구 출신의 6선 중진 추미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추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하남시갑이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야권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8일 "모든 지역이 험지"라며 하남시갑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보수 재건을 노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등판까지 거론되면서 실상 '미니 총선'의 화약고가 된 형국이다.
◆'대구의 딸'에서 '경기도 수장'으로…추미애의 승부수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경기도지사 본경선 결과, 추미애 의원이 과반 득표를 기록하며 결선투표 없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경북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대구의 딸'이 민주당의 간판을 달고, 대한민국 최대 광역단체장 자리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추 후보의 승리는 현직인 김동연 지사의 탄탄한 도정 운영능력과 이재명 대통령이 점찍은 것으로 알려진 한준호 의원의 젊은 기세를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꺾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선 통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추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방자치 혁신을 위해 경기도에서부터 압승을 거두겠다"며 기세를 올렸다. 현재 정당 지지율을 놓고 본다면 본선 당선이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추미애가 비운 '하남시갑'… '미니 총선'의 핵으로
추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국회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해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방선거 30일 전인 5월4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추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하남시갑'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 대상지가 된다.
하남은 최근 신도시 개발과 인구 유입으로 경기도 내에서도 정치적 비중이 급격히 커진 지역이다. 특히 추 의원이 닦아놓은 터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벌써부터 여야 모두 거물급 인사를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추 의원의 배턴을 이어받을 '포스트 추미애'를 찾고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전략공천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총선 당시 단 1천200여 표(1%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배한 이용 전 의원이 낙선 이후에도 지역에 상주하며 바닥 민심을 다져왔다. 이 전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를 '설욕의 기회'로 보고, 꾸준히 밭갈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위원장이 현역 의원 못지 않게 지역 현안을 챙기며 지지층을 결집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판세는 거물급 잠룡들의 등장으로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조국 "하남은 험지…다음 주 결단", 한동훈 '보수 재건' 등판론
먼저 하남을 정조준한 것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다. 조 대표는 8일 경남 창원 방문 중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인 하남시갑을 직접 언급하며 "재보선에서 쉬워 보이는 곳을 택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남의 아슬아슬한 득표 차를 예로 들며 "모든 지역이 험지"라고 표현하면서 "친윤 극우세력이 포획한 국민의힘의 후보가 당선돼 의석이 1석이라도 느는 꼴은 못 보겠다. 그런 후보가 나온다면 제가 잡으러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다음 주 기자회견을 통해 최종 출마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며,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보수진영의 시선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쏠려 있다. 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신분으로 전국을 돌며 '시민의 힘'을 강조해온 한 전 대표에게 하남은 여의도 복귀를 위한 최적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특히 장동혁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경북 제외 전멸'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하남에서 '보수 구원투수'로 등판할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의 폭발적인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 대표는 현재 하남시갑을 포함해 대구 수성구갑, 부산 북구갑·해운대구갑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구 수성구갑(주호영)과 부산 해운대구갑(주진우)은 현역 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출마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보궐선거 실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부산 북구갑 역시 민주당에서 하정우 청와대 수석이 거론되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표밭을 갈고 있어 한 전 대표에게는 매력이 떨어지는 선택지가 됐다.
결국 한 전 대표에게 남은 가장 '선명한' 카드는 하남시갑이지만, 조직력이 없는 무소속 신분으로 조국 대표 등 야권 거물과 맞붙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패배 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조국·한동훈의 하남 '빅매치' 가능성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대표가 이날 한 전 대표가 보란 듯이 한 발 앞서 출마지역을 언급한 것도 그가 가능하면 다른 곳을 선택하기 바란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수 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 출신의 추미애 의원이 비운 하남의 재보궐선거가 6.3 선거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라며 "조국의 '심판론'과 한동훈의 '보수 재건론', 그리고 이용의 '설욕론'이 어떻게 충돌할지 관심사다. 그 결과는 한국 정치의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