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노부오 "美·이란 전쟁으로 '전기국가 전환' 속도…한·중·일 에너지 안보망 구축 시급"
국가간 잉여·부족 전력 상쇄 땐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단점 보완
알래스카 가스전도 공동투자

“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석유국가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다나카 노부오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현 다나카글로벌 대표·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은 전기국가로의 전환을 한층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는 새로운 에너지 지정학 구도를 둘러싸고 ‘석유국가’(페트로 스테이트) 대 ‘전기국가’(일렉트로 스테이트)가 전쟁하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정부는 ‘드릴, 베이비, 드릴’ 같은 구호를 내걸고 화석연료 개발을 늘리는 한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을 맺으며 석유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전기국가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나카 전 사무총장은 “중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부수적 효과일 뿐이며 진짜 목적은 전기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이란 전쟁은 다른 나라도 전기국가로 가야 할 이유를 추가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특히 이번 전쟁을 통해 전기국가로의 전환이 다른 나라에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때문에) 석유 부족과 가스 공급 차질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기를 동력원으로 써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재생에너지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휴전하더라도 이란 전쟁 후유증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유다. 다나카 전 사무총장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해소된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파괴된 걸프 지역 석유·가스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3년에서 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원유 생산이 타격받으면 그와 연동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전기요금 급등과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유가가 상승하면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 유가를 끌어내리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일부 상쇄 효과는 있겠지만 전쟁 영향을 대체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전쟁 여파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비교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일본 석유 비축량이 50일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일본 250일분, 한국 200일분의 전략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며 “세계 여러 나라와 IEA의 대응 역량도 높아졌다”고 했다.
다나카 전 사무총장은 전기국가 구축을 위해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 에너지 분야에서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일본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전력 국가 연합’을 꾸리자”고 제안했다. 전기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어나면 발전량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면 날씨와 자원에 따른 잉여·부족 전력을 상쇄해 거대한 에너지 안보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중국과 이런 공동 에너지망을 갖춘다면 이는 “분쟁과 갈등 가능성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 “동북아시아의 미래 전략 자원은 무기가 아니라 탈탄소 전력”이라며 “한·중·일 3국이 전력을 공동 관리한다면 동북아시아 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영유권 분쟁 해역에 양국 공동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첫걸음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창설한 것이 유럽연합(EU)으로 이어진 선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한·중·일은 바다로 나뉘어 있다. 전력망 연결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에 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측에서 몽골에 대형 풍력발전 단지를 지어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연결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비용을 계산해 봤는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 알래스카 원유 및 가스전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나카 전 사무총장은 “알래스카 에너지는 훌륭한 탈중동 다변화 선택지”라며 “일본보다도 중동 가스 의존도가 훨씬 높은 한국에 매력적”이라고 했다. 또 장기적으로 “한·일이 자금을 선지급해 파이프라인 건설을 돕고, 알래스카 가스를 장기적인 전략 비축 기지 형태로 확보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이소 의류코너 싹쓸이"…5000원 바람막이에 꽂힌 관광객 [현장+]
- 이게 다 '천궁-Ⅱ' 덕분…"이런 폭발적인 주문은 처음입니다"
- 어쩐지 5000원짜리 자주 보이더라…다이소에 무슨 일이 [맹진규의 취향소비]
- "손님 늘수록 손해"…'이상한 공식'에 빠진 이유 알고 보니
- LG전자, '역대급 실적' 발표하자…증권가도 '깜짝 전망'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일본의 콧대를 꺾었습니다"…러브콜 쏟아진 회사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