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어처구니없다” 반대에도…트럼프, 네타냐후에 넘어갔다
네타냐후, 2월 백악관 비밀회의 참석
“이란, 해협봉쇄도 보복공격도 못할것” 주장
합참의장-CIA국장 등 “이스라엘 과장” 만류
밴스 “엄청난 자원 낭비”…군수품 부족 우려
트럼프, 직관 의존 “금방 끝날 것” 밀어붙여

NYT의 7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11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검은색 스포츠 유틸리티(SUV) 차량을 타고 백악관에 도착했다. 그를 포함한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백악관 지하 상황실에 모여 이란을 놓고 비밀 회의를 진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기회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규모 공습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이란을 타격하면 단기간 내 정권 교체까지 가능하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체계를 수주 내 무력화할 수 있고, 모사드를 동원해 내부 반(反)정부 시위를 부추기면 이란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란 정권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인접 중동 국가들을 공격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했다.
이후 전황은 네타냐후 총리의 브리핑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이란은 중동의 친(親) 미국 국가들을 공격했고, 해협도 봉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듣고 “좋게 들린다(Sounds good to me)”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는 달랐다. CIA 등 정보기관은 네타냐후의 계획을 △최고지도자 제거 △군사력 약화 △내부 봉기 △정권 교체의 4단계로 분석한 뒤, 이 중 후반부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다음 날인 2월 12일 미국 측 인사들만 참석한 회의에서 공유한 뒤, 대통령 측근들에게 다시 보고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다시 보고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랫클리프 국장은 네타냐후의 계획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farcical)”고 평가했고, 루비오 국무장관도 “헛소리(Bullshit)”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돌아온 밴스 부통령 역시 대규모 군사 충돌이 막대한 비용과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중동 지역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그에 따른 에너지 시장 충격도 리스크로 지적됐다.
모두가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케인 합참의장에게 “장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었다. 케인 합참의장은 “각하, 경험상 이것은 이스라엘인들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라며 “그들은 과장해서 말한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 역시 네타냐후 총리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에 이란이 항복할 것이라며 봉쇄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그럼 그 다음은?”이라고 물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와일즈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고,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내각 인사들 중 가장 강경하게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지했다. 특히 와일즈 비서실장은 주변에 “미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릴까 걱정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는 미국의 군수품 문제도 우려했다. 부통령으로써 군수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처럼 강한 적과의 전쟁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향후 몇 년 간 약화시킬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무기는 매우 빠르게 소모됐고, 전략 자산도 여럿 잃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의 신중론보다 자신의 직관과 확신에 더 크게 의존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대이란 강경 노선이 강화됐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최고지도자 제거’와 ‘이란의 군사력 약화’ 목표는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는 전쟁이 “빠르게 끝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상황은 급속히 전개됐다. 결정적 전환점은 2월 말 포착된 정보였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핵심 지휘부가 공습에 취약한 환경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라는 첩보가 입수되면서 군사 작전의 시계가 앞당겨졌다. 동시에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도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등 주변국에 미사일을 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에픽 퓨리’(Epic Fury·압도적 분노) 작전을 승인하며 전쟁이 시작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구상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으며,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단을 밀어붙였다”고 평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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