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 "오랜 파트너십은 기적 같아요"

허세민 2026. 4.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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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협연 무대에서 정중앙을 차지하는 거대한 악기, 피아노.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카티아 라베크(76)와 마리엘 라베크(74) 자매의 무대는 사뭇 다르다.

라베크 자매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무대에 오른 세월이 어느덧 60년에 이르렀다.

라베크 자매가 피아노 듀오로 첫발을 내디딘 건 1968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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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내한하는 라베크 자매
오는 26일 '장 콕토 3부작' 연주
60년 가까운 우애의 파트너십
"함께하는 시간 많아도 독립성 지켜"

"피아노 듀오의 매력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과 무대를 함께 나눈다는 점입니다." (언니 카티아 라베크)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성이 함께 드러날 때 피아노 듀오의 음악은 더 흥미로워집니다." (동생 마리엘 라베크)

프랑스 피아노 듀오 카티아 라베크(왼쪽)와 마리엘 라베크 자매./사진=LG아트센터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에서 정중앙을 차지하는 거대한 악기, 피아노. 그 앞에 홀로 앉는 피아니스트는 필연적으로 고독하다. 바이올린, 첼로 등 여럿이 함께하는 다른 악기군과 달리 무대의 중압감을 혼자 견뎌야 해서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카티아 라베크(76)와 마리엘 라베크(74) 자매의 무대는 사뭇 다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명장면인 피아노 배틀신처럼 두 대의 피아노 앞에 마주 앉아 완벽한 하모니를 빚어낸다. 솔로 피아니스트가 독점할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도 기꺼이 나눈다.

라베크 자매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무대에 오른 세월이 어느덧 60년에 이르렀다. 7년 만의 내한을 앞둔 두 피아니스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이들은 오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서 '장 콕토 3부작'을 들려준다.

장 콕토 3부작은 '20세기 미니멀리즘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라베크 자매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의 영화를 바탕으로 글래스가 작곡한 세 편의 오페라를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공연에서 라베크 자매는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콕토의 흑백 영화를 연상시키는 낭만적이면서도 격정적인 30여 곡의 선율을 펼쳐낼 예정이다.

마리엘은 글래스의 음악에 대해 "흔히 반복적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매우 정교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며 "성악가 없이 세 편의 오페라를 연주한다는 것은 분명 도전이지만 동시에 이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발견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카티아는 "두 대의 피아노만으로도 매우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오히려 오케스트라에서는 들을 수 없던 것들을 들을 수 있다"며 "성악 선율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피아노 파트 안에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라베크 자매가 피아노 듀오로 첫발을 내디딘 건 1968년부터다. 자매는 촉망받는 솔로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뒤로하고 듀오로 무대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1981년엔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재해석한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음반으로 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의 무대./사진=LG아트센터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피아노 듀오는 거의 전례가 없었어요. 두 대의 피아노 레퍼토리를 알리는 게 결코 쉽지 않았죠. 파리 음악원에서 솔리스트로 1등상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피아노 듀오로 활동하고 싶다고 하자, 음악원 측은 피아노 듀오를 정식 실내악 범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카티아 덕분에 결국 받아들여졌어요. 카티아가 직접 원장 면담을 요청했고 결국 설득에 성공했죠."(마리엘)

두 자매는 "솔로 연주에 대한 갈망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음역을 선호하는 카티아와 저음역을 즐기는 마리엘은 따로 연습할 시간을 가진 뒤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을 얻는다.

"저희의 차이점이야말로 듀오를 이토록 오랫동안 잘 이어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카티아처럼 연주하려 한 적이 없고, 카티아 역시 저처럼 연주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무대 위에서도, 삶에서도 매우 다릅니다."(마리엘)

평범한 자매처럼 다툼도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은 잃지 않았다. 카티아는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때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면서도 "긴장감이야말로 진정 의미 있는 것을 이뤄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엘은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같은 건 없고 기적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며 "핵심은 함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 연습하고자 하는 열망,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함께하는 시간이 매우 많지만 동시에 각자의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자유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라베크 자매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관람 팁도 전했다. 마리엘은 "영화를 미리 감상하면 이 마법 같고 시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카티아도 "영화를 다시 감상하는 과정은 정말 영감 넘치는 일이었다"며 "이 작품들 안에는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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