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생물다양성 붕괴 속도·방식 바꾸는 산불

우다영 기자 2026. 4. 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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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지구 곳곳에서 산불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산불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기후위기가 산불의 양상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붕괴의 속도와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지난 3월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산불 빈도와 강도 증가로 영향받는 육상 생물 9592종이 미래에는 산불에 노출될 위험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로 산불 양상이 변하면서 피해 규모와 범위 모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간 사회뿐 아니라 야생생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기후위기 시나리오에 따라 산불 면적과 산불 지속 기간을 분석한 결과, 중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SSP2-4.5)에서도 전 세계 산불 면적이 약 9.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남미 지역에서는 증가 폭이 30%를 넘고, 일부 지역에서는 5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최대 83.9%, 앞으로 더 높은 산불 노출 위험 직면"

산불 위험은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북미와 유럽, 남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산불 시즌이 길어지는 반면,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산불 면적이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산불 시즌이 평균 20% 이상 길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기존에는 산불이 드물었던 북극권과 고위도 지역에서도 산불 발생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새로운 생태계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변화는 개별 종의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산불 위협을 받는 종 가운데 최대 83.9%가 앞으로 더 높은 산불 노출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미에서는 약 40%의 종이 산불에 노출되는 데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산불 영향은 모든 종에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분포 범위가 좁고 이미 멸종위기 등급이 높은 종일수록 산불 증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위 1% 종은 대부분 서식 범위가 매우 제한적인 종들로 나타났다.

또한 기후위기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온 상승이나 강수 변화처럼 서서히 서식지를 변화시키는 요인과 산불·폭염 같은 급격한 재난이 직접적인 대량 폐사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가 주로 전자에 집중돼 왔지만, 산불과 같은 급격한 교란이 점점 더 중요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수준 감축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고배출 시나리오 대비 산불 노출 증가가 최대 60% 수준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는 지역과 종에 따라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난다"며 "지역별 맞춤형 보전 전략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호구역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생태계 피해"

산불이 생물다양성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수치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블랙 서머(Black Summer)' 산불이다. 1030만 헥타르 이상을 태우며 막대한 규모의 생태계 피해를 남겼다. 이 사례를 기준으로 2200여 종에 대한 81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대형 산불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양극화된 변화가 확인됐다.

2023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종 개체수와 출현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약 55%는 감소, 44%는 증가하는 등 상반된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지목된 핵심 요인은 '산불의 강도와 반복성'이다. 호주 블랙서머 산불 피해 지역 가운데 40년 동안 세 차례 이상 불이 난 지역에서는 종 감소 폭이 약 90% 더 크게 나타났고, 산불 간격이 짧을수록 개체수 감소 폭도 커졌다. 생물이 번식하고 서식지를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불 강도는 중요한 변수다. 고강도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저강도 산불보다 생물 개체수 변화 폭이 더 컸으며, 특히 주변에 불에 타지 않은 지역이 적을수록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산불 피해는 생물 군별로도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포유류는 직접적인 폐사와 서식지 파괴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 다른 생물군보다 감소와 증가 폭이 모두 크게 나타났다. 반면 양서류는 비교적 낮은 강도의 산불에는 저항성을 보였지만, 고강도 산불에서는 큰 변화를 겪었다.

생태계 유형별로는 열대우림과 습윤 산림에서 피해가 특히 컸다. 연구에 따르면 고강도 산불 시 열대우림의 감소 효과는 다른 생태계보다 최대 60% 더 크게 나타났으며, 이는 해당 지역이 역사적으로 산불에 덜 노출돼 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생태적으로 보호된 만큼 회복 가능성도 강조된다. 보호구역 내에서는 산불의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으며, 이는 서식지 구조와 생태적 자산이 보전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서식지 조건과 상호작용을 하는 정도도 중요하다. 지난해 학술지 Biological Conservation에 실린 연구에서는 2019~2020년 호주 대형 산불 이후 소형 포유류와 파충류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산불 강도가 높아질수록 멸종위기종 브로드투스쥐(Mastacomys fuscus)와 일부 도마뱀 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고강도 산불이 식생을 완전히 제거해 먹이와 은신처를 동시에 파괴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산불 빈도 역시 개체군이 회복할 시간이 부족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쓰러진 나무(고사목)가 많은 지역일수록 오히려 일부 종 개체수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고사목은 산불 시 피난처 역할을 하거나, 이후에도 은신 공간을 제공해 종의 생존을 돕는다"며 "서식지 구조가 산불 영향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정 서식 환경에 의존하는 종은 더 취약하다. 고산 습지에 서식하는 일부 도마뱀은 이끼가 충분히 남아 있을 때만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산불 빈도가 높아지면 개체수도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또 다른 주요 변수는 외래종(잡초) 식물이다. 이 외래종으로 서식지 구조가 바뀌고, 먹이 환경을 악화시켜 개체수 감소 요인이 된 것이다. 산불 영향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고, 서식지 구조·외래종·기후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여러 상호작용으로 야생동물 피난처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재를 억제하는 대안을 넘어, 고사목 등 서식지를 유지하는 관리 전략도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