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낡음이 새로움으로"···MZ 몰리는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인기 이유
SNS 타고 젊은층 유입
취향 소비 공간으로 부상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일대에 위치한 답십리 고미술상가. 국내 최대 규모의 고(古)미술품 집적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을 지난 3일 오후 방문했다. 상가 내부에 들어서자 골동품이라고도 불리는 오래된 미술품들이 좁은 복도 양옆으로 켜켜이 쌓여있었다. 세월을 품은 다채로운 골동품 사이로 2030세대의 젊은이들이 적지 않게 붐볐다. 상가 내부의 각 상점들은 전통 도자기부터 고가구, 서화, 민속품, 옛날 문짝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어 마치 작은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바로 이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취향 소비'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미술 시장이 세대교체와 함께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재해석되며 '힙한 장소'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구경만 해도 재밌다"···경험형 소비로 진화
이날 한 상점을 구경하던 20대 여성 3명은 작은 도자기 그릇과 꽃무늬가 새겨진 떡살들을 살펴보며 연신 "예쁘다"는 감탄을 쏟아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3만원짜리 도자기를 구매한 뒤 "인스타그램을 보고 방문했는데 잘 온 것 같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마음에 드는 오브제를 산 것 같다"고 말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까지 도시 개발의 흐름과 맞물린 이동의 역사 속에서 형성됐다. 1970년대 청계천과 황학동·충무로·아현동 일대에 흩어져 있던 골동품 상인들은 재개발과 임대료 상승 압박에 밀려 새로운 터전을 모색했고, 상대적으로 공간 여유가 있고 비용 부담이 적었던 답십리로 상인들이 하나둘 이동하며 점차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1980년대에 정점을 찍으며 약 140여 개 점포가 들어선 대규모 골동 시장으로 성장했다. 전시용 미술품 중심의 인사동과 달리 실제 생활에서 쓰이던 물건까지 포괄하는 보다 거친 형태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SNS 타고 되살아난 상가···MZ세대 유입
그랬던 이곳이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개월 전부터 SNS를 계기로 유입된 젊은 방문객들 덕분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고미술상가의 독특한 물건과 레트로 감성이 사진·영상 콘텐츠로 확산되며 '서울 속 숨은 명소'로 입소문이 퍼졌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오래된 목가구와 도자기, 놋그릇, 농기구 등을 색다른 감성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한때 잊혀가던 골목에 다시금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상가의 역사 초기부터 시작해 4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이곳이 활성화된 건 3개월 정도 됐다. 과거에는 일본인이나 인테리어 업자들이 주로 찾았지만 이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며 "최근에 SNS로 젊은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입소문이 탔나보다. 우리야 늙은 사람들이어서 그런 홍보를 잘 못했는데 알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구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구경' 자체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경험과 취향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물건을 젊은 세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일상에 녹아드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일부 신흥 상점들의 역할도 컸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열풍의 주역인 프로젝트 렌트의 최원석 대표가 지난해 11월 문을 연 'OF(Old Fashioned)'를 비롯해 디자이너 김성호·김지은 부부가 지난해 오픈한 '고복희', 서울 가로수길에서 빈티지 패션을 판매하는 '수박빈티지' 대표인 김정열 대표와 동료들이 오픈한 '호박포크아트갤러리' 등이 젊은 층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낡음'에서 '취향'으로···소비 방식 변화
이 같은 '취향 소비' 흐름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동묘의 빈티지 패션,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공통적으로 과거의 물건이나 아날로그 감성을 새롭게 해석해 소비한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취향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익숙한 현대적 소비재보다 오히려 시간의 흔적이 담긴 대상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전통문화 역시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감각의 대상'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외국 문화와 서구적 감성에 익숙했던 젊은 세대가 이제는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만지며 일상 속에서 소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 방식의 변화로 읽힌다.

그럼에도 이곳 역시 소비 침체 여파를 피하기 어려운 듯하다. 이곳에 대한 관심도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상인은 "젊은 친구들이 와서 이것저것 묻긴 하는데 장사가 특별히 잘 되진 않는다"며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하나라도 파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요 근래 한 달 정도는 방문객들이 다소 줄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오랜 기간 재개발 논의가 이어지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환경이 오히려 '옛것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낡은 건물과 함께 이제는 실용적인 기능을 잃었지만 어딘지 아름답기도 하고 옛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골동품들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도시의 시간성과 기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도시 재생과 연계한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과거 '오래된 물건'으로 인식되던 고미술품이 이제는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부상은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의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공간에서 젊은 세대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답십리의 오래된 고미술상가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가장 낡은 것이, 지금 가장 새롭기 때문이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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